이전투구 끝 문에 이겨도 박에 승리 장담 못해깨끗한 승복으로 5년 뒤 새 정치 발판 마련해

박선숙 송호창 공동선거대책본부장(오른쪽부터) 등 캠프 관계자들이 지난 23일 서울 공평동 캠프 사무실에서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전격 사퇴를 지켜보면서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 23일 전격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야권의 유력 주자였던 안 후보로서는 단일화 룰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을 계속할 경우 여러모로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면에는 이전투구 끝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이긴다 해도 본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맞아 승산이 떨어진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최근 다자 대결 여론조사와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 조사 등에서 문 후보에게 다소 밀렸다. 이런 상황에서 룰 싸움을 벌인 뒤 끝까지 가서 본선에서 패한다면 모든 게 끝이라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단일후보가 됐다 하더라도 본격적인 ‘검증 무대’가 마련되면 무소속인 안 후보로서는 허허벌판에서 홀로 버티기에 부담을 느꼈을 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일전에 “안 후보는 시베리아 벌판에서 팬티 차림으로 홀로 서 있는 거나 다름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만 50세에 불과한 안 후보가 차기에 기득권을 버림으로써 차차기에는 얻을 게 더 많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당장 20여일 뒤에 치러지는 18대 대선도 모르는 판에 5년 뒤를 논한다는 게 무의미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안 후보가 여야를 통틀어 ‘0순위’라는 데 이견은 많지 않다.

안 후보가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이제 단일 후보는 문재인 후보”라고 확실하게 밝히고 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달라고 한 것은 한동안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일어나 문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에는 대통령의 꿈은 접었지만 안 후보는 자신이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운 ‘새 정치’ 이미지를 이어갈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과정에서 노출했던 불미스러운 모습도 일거에 날려버렸다.

안 후보는 출마 당시부터 정치를 계속할 것이라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이날 사퇴 회견에서도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그것이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계속 그 길을 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어찌 보면 5년 뒤가 더 기대되는 안 후보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