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투구 끝 문에 이겨도 박에 승리 장담 못해깨끗한 승복으로 5년 뒤 새 정치 발판 마련해
야권의 유력 주자였던 안 후보로서는 단일화 룰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을 계속할 경우 여러모로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면에는 이전투구 끝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이긴다 해도 본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맞아 승산이 떨어진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최근 다자 대결 여론조사와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 조사 등에서 문 후보에게 다소 밀렸다. 이런 상황에서 룰 싸움을 벌인 뒤 끝까지 가서 본선에서 패한다면 모든 게 끝이라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단일후보가 됐다 하더라도 본격적인 ‘검증 무대’가 마련되면 무소속인 안 후보로서는 허허벌판에서 홀로 버티기에 부담을 느꼈을 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일전에 “안 후보는 시베리아 벌판에서 팬티 차림으로 홀로 서 있는 거나 다름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만 50세에 불과한 안 후보가 차기에 기득권을 버림으로써 차차기에는 얻을 게 더 많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당장 20여일 뒤에 치러지는 18대 대선도 모르는 판에 5년 뒤를 논한다는 게 무의미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안 후보가 여야를 통틀어 ‘0순위’라는 데 이견은 많지 않다.
안 후보가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이제 단일 후보는 문재인 후보”라고 확실하게 밝히고 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달라고 한 것은 한동안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일어나 문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에는 대통령의 꿈은 접었지만 안 후보는 자신이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운 ‘새 정치’ 이미지를 이어갈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과정에서 노출했던 불미스러운 모습도 일거에 날려버렸다.
안 후보는 출마 당시부터 정치를 계속할 것이라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이날 사퇴 회견에서도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그것이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계속 그 길을 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어찌 보면 5년 뒤가 더 기대되는 안 후보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