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지도 '모바일 생태계' 가늠자 되다

애플·아마존 등도 가세
IT업계 새로운 격전장으로
2년 뒤 시장규모 3배 확대 전망
길찾기 뛰어넘어 멀티 서비스로
실시간 업데이트 가능할 듯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활용해 길 찾기, 장소추천 등 편의를 제공하는 위치기반 서비스가 부상하며 이를 위한 디지털지도가 주목받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모바일 생태계의 새로운 격전장, 디지털지도'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지도가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 정보뿐만 아니라 검색, 상거래, 오락 등의 일상 정보를 담는 캔버스 역할을 하면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IT기업 간 지도전쟁이 심화되고 있다.

디지털지도 왜 중요한가?

위치기반서비스는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길 찾기, 장소추천 등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011년 4.3억명 수준이었던 위치기반서비스 사용자는 매년 60%씩 성장, 2015년에는 17.3억명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시장 규모 또한 지난해 29억달러에서 2014년 83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위치기반서비스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이 스마트폰 사용자의 현재 위치와 주변의 도로, 건물 등 공간 정보를 담고 있는 디지털지도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 정보가 실시간으로 수집되면서 검색, 오락, SNS, 상거래 등 스마트폰을 이용한 일상 정보가 디지털지도상에 담기면 해당 사업자는 이를 활용한 사업기회를 찾기 위해 생태계를 구축한다.

디지털지도 전쟁 확산

초기의 디지털지도 시장은 자동차용 내비게이션 지도 업체를 중심으로 형성됐으나 스마트폰 업체들이 점차 그 자리를 대체해왔다. 이 과정에서 떠오른 업체가 구글이다. 구글은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혁신적인 디지털지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해당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2004년 10월 지도업체인 웨어투 테크놀러지와 키홀 등을 인수해 이듬해 '구글 맵스'를 발표한 구글은 '구글 어스'(2006년), '구글 스트리트뷰'(2007년), '실내지도'(2012년) 등의 혁신적인 기능을 더하면서 시장의 70%를 점유했다.

디지털지도의 중요성이 높아지며 애플과 아마존이 가세했다. 애플은 2012년 9월 발표한 운영체제 iOS6부터 '구글 맵스'를 자체 제작한 지도로 교체했다. 구글이 아이폰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할 겨우 모바일 플랫폼 경쟁에서 불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마존 또한 킨들파이어의 지도를 구글에서 노키아로 교체하고 2012년 7월 3D 지도업체 업넥스트를 인수해 지도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애플과 아마존의 가세에 구글,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존 업체도 디지털지도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은 2012년 6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인 젤리빈에서 지도서비스를 대폭 개선했고 노키아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이에 대응하고 있다.

디지털지도 2.0시대

디지털지도 전쟁은 단순히 참가한 사업자가 늘어난 것뿐만이 아닌 질적 개선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지도 2.0시대로 넘어오면서 ▦적용공간, ▦활용분야, ▦지도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라는 3가지 차원에서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디지털지도 서비스는 '실외서비스'에서 '실내서비스'로 변화하고 있다. 쇼핑센터, 문화시설, 주거 및 사무공간이 모인 초대형 복합단지가 늘어나면서 길 찾기, 매장안내 등 실내지도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수도권에만 20개 이상의 복합단지가 경쟁 중인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필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실내지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위치 측정의 정확도를 개선하고 실내지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만 한다. 좁은 공간에 시설물이 밀집돼있고 시야가 좁은 상태라 오차를 5m 이내로 줄이고 계단, 엘리베이터 등의 입체 구조물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위성을 활용한 GPS는 실내에서 수신율이 낮고 측정오차도 10~50m 수준이어서 실내지도서비스에 부적합하다.

이를 위해 삼성, 노키아 등 스마트폰 제조사와 브로드컴, 퀄컴 등의 통신칩 업체가 협력해 근거리 주파수를 이용한 기술을 개발, 이미 상용화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포인트 인사이드, 미셀로, 에일411, 패스트몰 등 특정 지역에 집중하는 실내지도 전문업체 등도 뛰어든 상태다.

디지털지도 2.0시대에 들어서며 활용분야 또한 넓어졌다. 단순 길찾기에서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와 결합된 융복합 서비스로 진화한 것이다. 특히 SNS, 전자상거래 사업자들은 서비스 과정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활용, 위치에 따라 적합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SNS 서비스의 경우 친구의 위치를 실시간 검색하고 특정 지역의 방문기록과 활동 내용을 공유하는 'GeoSocial 서비스'로 진화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 중 지난해 5월 12%에 불과했던 'GeoSocial 서비스' 이용자는 올해 2월 18%로 급격히 증가한 바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는 회원들의 위치정보를 활용, 인근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지역상거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마존은 온라인쇼핑몰 회원의 구매이력 및 선호도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근처에 위치한 매장을 추천하는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그루폰 또한 근처의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한 후 정해진 시간 내에 매장에서 상품을 수령하는 '그루폰 Now'를 출시했다.

디지털지도 2.0시대에는 이전에 해왔던 지도 데이터베이스의 '주기적 업데이트' 방식에서 '실시간 업데이트'로 전환할 예정이다. 그러나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업데이트에는 막대한 자원과 시간이 필요해 업체들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애플의 경우 2009년부터 4년간 지도업체 인수 및 전략적 제휴 등 지도사업 진출을 준비했으나 품질문제로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구글은 1,000명의 내부 인력과 6,000명의 외부 계약인력 등 총 7,000명의 전담인력이 지도 업무만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용자들이 지도 정보를 수집하는 집단지성 방식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위키피디아와 마찬가지로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지도 정보를 수집하거나 실시간으로 편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구글은 이미 일부 지역의 지도를 사용자가 직접 작성하고 편집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제공한 상태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