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 포르노의 '대부' 결국 경찰에…"기념으로 갖고 있겠다" "외로울 때 보고싶다" 등일반인 꾀어 카메라 앞에 '2대 1' 변태 성행위도日에 서버 둔 사이트 관리

연합뉴스
여성들과 성관계를 갖는 장면을 여러 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촬영하고 이를 유포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 남성의 검거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큰 눈길을 끌고 있다. 그의 '유명세' 때문이다. 음란물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 이 남성은 '셀프 영상의 달인'으로 불렸다. 그만큼 촬영한 영상도 많고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들도 많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음란 동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 퍼트린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진모(3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진씨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수십 명의 여성과 성관계를 하면서 촬영한 동영상 100여 편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관련 혐의의 공소시효(3년)가 만료돼 경찰은 처벌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구속영장을 발부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현재로선 동영상 유포 혐의와 함께 도피성 여부를 밝혀 기소의 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직 여성도 영상에 등장?

피해여성들은 진씨가 끈질기게 설득해 동영상 촬영에 응했다고 한다. 피해자 대부분은 대학생, 직장인, 주부 등 일반 여성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진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돼 사귄 여성들에게 '혼자 갖고 있겠다'고 설득, 영상을 찍었다. 경찰에 따르면 진씨는 자신이 사귄 여성들에게 '연인 사이이니 기념으로 갖고 있고 싶다', '우리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간직해두고 싶다', '만나지 못해 외로울 때마다 보고 싶다'며 여성을 꾀어 카메라 앞에 눕힌 것으로 드러났다.

한 피해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혼자 있을 때 동영상을 보며 외로움을 달래고 싶다는 꾐에 넘어갔다"고 털어놨다.

진씨는 촬영을 위해 여러 대의 캠코더와 조명 등 전문 촬영 장비를 동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이렇게 찍은 동영상을 2005년부터 웹하드와 P2P 사이트 등을 통해 유포했고 그 결과 그의 음란 동영상은 많은 이들이 공유하는 '유명(?)' 영상물이 됐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2005년 일본으로 건너가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했으며 지난 20일 여권 기간을 연장하려 국내에 입국하다 공항에서 체포됐다.

진씨는 경찰에서 "동영상 촬영에 상대가 동의했고 일본에 가기 전 영상 파일을 모두 폐기하는 등 유포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진씨가 일본에 서버를 둔 유료 사이트(일명 하자텐)를 직접 관리하며 해당 영상을 배포, 부당이득을 취한 점 등으로 미뤄 미리 음란물을 퍼트릴 계획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진씨가 도피를 위해 일본으로 출국, 공소시효가 정지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지난 23일 "고소 이전에 출국한 만큼 도피로 볼 수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진씨가 제작ㆍ유포한 영상의 특징은 대부분 자신이 주인공으로 직접 등장했다는 점과 상대 여성 대부분이 전문 포르노 배우가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이라는 점이다. 이 여성들 중에는 교사 등 전문직 종사 여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개인 소장용으로 촬영한 것이었으나 인터넷에 올려 보니 반응이 좋아서 전문적으로 촬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꼬임수법 미스터리

진씨가 유포한 영상을 살펴보면 거의 모든 영상에서 남성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돼 있는 반면 여성의 얼굴만 공개되고 있다. 또 등장 여성이 한국여성임을 드러내기 위해 남성이 여성에게 계속 말을 걸며 대화하도록 유도한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진씨는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로 여성들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진씨는 이런 '장점'에다 수완이 좋은 사업가로 포장해 여성들을 유혹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진씨는 영상에 등장한 여성들이 대부분 일반인이며 자신이 사귄 여성들이라고 진술했다"며 "이 여성들은 아무런 강제성 없이 스스로 촬영에 임했다고 진씨는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피해여성들 중 일부는 진씨가 돈 많은 사업가인 줄 알고 호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진씨의 영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진씨가 돈벌이를 할 목적으로 성매매 여성들을 동원해 영상물을 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진씨가 제작한 영상 중 몇 편에는 진씨와 두 명의 여성이 등장해 2대1 성관계를 갖는 등 변태적인 행위를 한다. 이 영상에 출연한 여성들이 일반인이라면 이 같은 행위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경찰은 "피해여성들 중에는 동영상이 유포되는 바람에 얼굴을 못 알아보게 얼굴 전체를 성형 수술한 여성도 있다고 들었다"며 "변태적 성관계를 어떻게 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정황과 진씨의 진술로 미뤄 영상에 출연한 여성들이 대부분 일반인인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진씨가 의도적으로 동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할 목적으로 피해 여성들에게 접근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러 대의 캠코더와 삼각대, 조명 등 전문 촬영 장비를 동원했고 3명 이상이 변태적 성행위를 촬영한 게 다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진씨는 끝끝내 동영상 촬영에 동의하지 않은 여성을 상대로는 몰래카메라 형태로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