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경영진 전면 세대교체

그룹내 최연소 53세 CEO
'준비된 경영자' 로 평가
LG화학은 박진수 사장
강유식·김반석 부회장 후퇴

"2013년은 LG가 크게 변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지난 29일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한 LG그룹의 말이다. 실제 LG그룹의 이번 인사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전면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우선 10년 이상 LG그룹의 2인자 역할을 담당해온 강유식 부회장이 2선으로 후퇴했다. 고참 최고경영자(CEO)인 김반석 LG화학 부회장도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고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났다.

강 부회장을 대신하게 된 건 올해 53세에 불과한 조준호 ㈜LG 사장이다. 그룹 내 최연소 CEO이기도 한 조 사장은 '준비된 경영자'로 통한다. 그룹 내 또 다른 축인 LG화학은 박진수 사장이 맡는다. '젊은 LG시대'의 본격적인 막이 올라간 것이다.

세대교체 단행으로 LG그룹의 경영 시스템은 '구본준-강유식-김반석' 체제에서 '구본준-조준호-박진수' 3톱 체제로 바뀌게 됐다. LG그룹의 전체 임원인사 규모는 지난해 106명에서 110명으로 소폭 늘어났다. 신규 상무 승진자는 지난해와 같은 76명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장수 CEO들 2선으로

은 임원인사에 앞서 시장선도와 혁신, 성과와 보상 등을 강조했다. 이 같은 방침은 인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새로운 LG'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특히 '안정과 인화'를 중시하는 LG가 대표적인 장수 CEO인 강유식 LG그룹 부회장과 김반석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을 경영일선에서 후퇴시킨 것은 그 상징이라는 의미다. 그룹 운영의 큰 틀은 유치한 채 상대적으로 '젊은 피'를 수혈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강 부회장과 김 부회장은 1990년대 이후 20여 년을 구 회장과 함께 해왔다. 구 회장과 두 부회장의 정서적 유대가 남다른 만큼 그룹 내 역할도 매우 컸다.

강 부회장은 LG그룹 업무 전반을 관장하며 구 회장의 의중을 그룹 안팎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김 부회장의 경우 LG전자와 함께 그룹의 또 다른 축을 맡고 있는 화학 CEO로서 그룹의 '먹거리'를 책임졌다.

조준호 (주)LG 사장
이런 역할은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한 조준호 ㈜LG 사장과 이 고스란히 이어받게 됐다. 특히 조 사장은 LG의 실세로서 업무를 총괄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 재계관계자는 "조 사장은 이미 몇 해 전부터 강 부회장의 후계자로 업무를 함께 수행하며 사실상 인수인계를 받아왔다"며 "조 사장이 강 부회장과 같은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말단 사원서 CEO되다

조 사장은 LG그룹 내에서 최연소 CEO다. 그럼에도 그는 '준비된 경영자'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오너 일가와 혈연 관계도 없이 말단 직원으로 출발한 그는 10여 년 이상을 지주회사인 LG에 근무하면서 강 부회장과 함께 LG의 지주회사 개편 등에 참여했다. 조 사장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일찌감치 차세대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휘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조 사장은 LG그룹 내에서 늘 화제의 중심에 섰다. 구 회장의 눈에 띈 그는 2002년 44세의 나이로 지주회사 부사장에 올랐다. 이어 조 사장은 2009년 인사에서는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최연소 사장 승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박진수 LG화학 사장
조 사장이 초고속으로 승진할 수 있었던 건 누구보다 구 회장의 의중을 잘 파악하고 그것을 경영전반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LG전자 정보통신사업부에 근무할 때 LG 휴대폰을 일약 세계적인 제품으로 올려놓으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휴대폰 사업본부의 북미 법인장으로 근무할 당시 미국 통신사업자들을 설득, 새로운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판매실적을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특히 조 사장은 최근 LG그룹의 미래 신성장 엔진 발굴과 이에 따른 조직개편 밑그림을 그리며 미래 LG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 ㈜LG 주주총회 때에는 조 사장이 구 회장을 대신해 인사말을 하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깔끔한 일 처리, 뛰어난 업무능력, 그리고 산업 전반에 걸친 폭넓은 지식이 조 사장의 장점"이라며 "조 사장은 오래 전부터 강 부회장 이후 LG를 이끌 수업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박진수 사장 '먹거리' 책임

박 사장도 김 부회장을 대신해 그룹의 한 축을 맡아 그룹 내 '먹거리'를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 역시 내부에서 승진한 만큼 LG화학에 대한 업무 이해도가 높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박 사장은 그동안 LG화학의 석유화학 사업본부장을 맡았다.

석유화학사업본부는 3ㆍ4분기 매출 기준으로 LG화학 전체 매출의 76%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본부다. 특히 3ㆍ4분기 실적에서도 석유화학사업은 영업이익이 2ㆍ4분기보다 27.5% 증가하며 '캐시카우(Cash Cowㆍ수입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또 이번 인사에서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사장과 오장수 LG하우시스 부사장도 각각 사장으로 승진, 중책을 맡게 됐다.

한 부사장은 올 초부터 LG디스플레이를 이끈 후 3ㆍ4분기에 8분기 만에 회사를 흑자전환 시키는 등 성과를 보여줬다.

오 부사장은 카자흐스탄 석유화학기지 건설 프로젝트를 이끌며 석유화학사업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이끌어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