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경제보고서]● 아이폰5 국내 출시 모바일업계 '술렁''가치 경쟁' 전환 혁신 스마트폰 대중화 선도… 시장의 경쟁구도 뒤바꿔잡스 사망 후 위기 속 아이폰5 성공여부 주목

애플은 2007년 출시한 아이폰을 통해 전세계 휴대폰ㆍ이동통신 시장에 변혁을 일으키며 높은 성장세를 구가해왔다.
아이폰5 국내 출시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삼성전자의 독주로 굳어지는 듯했던 2012년의 끝자락에 큰 변수가 하나 생긴 셈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애플의 진입이 그동안 가져온 변화의 수위를 감안한다면 이번에도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이하 연구원)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규모 경쟁을 가치 경쟁으로: 애플의 시장혁신 모멘텀 계속될까'리포트(이하 리포트)에 따르면 아이폰의 경쟁력과 가치경쟁에 최적화된 사업모델을 지니고 있는 애플의 등장은 휴대폰ㆍ이동통신 시장에 일대 변혁을 일으켰다.

모바일 산업의 가치 이동

애플은 올해 8월 20일 기준으로 미국 역사상 가치 있는 기업이 됐다. 당일 애플의 주가는 665달러로 시가총액 6,220억달러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은 명목가치로 본다면 애플이 1999년 12월 30일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 6,206억달러를 넘어선 명실상부 미국 최고의 기업이 된 것이다. 이후 애플의 주가는 9월 19일 702달러, 시가총액 6,600억달러까지 상승하며 정점을 찍었다.

리포트에 따르면 애플의 고성장은 노키아와 정반대의 형태를 나타냈다. 2007년 60%의 영업이익 점유율을 가지고 있던 노키아는 2011년 6%로 54%p 하락했고 같은 기간 애플은 3%에서 63%로 60%p 상승했다. 기타 업체의 영업이익 점유율에 8%p 하락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애플의 아이폰이 노키아가 장악하고 있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이 노키아를 비롯한 휴대폰 제조사들의 영업이익만을 잠식해간 것은 아니다. 아이폰의 나머지 영업이익 증가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애플의 시장 진입 이후 휴대폰 산업의 이익 규모가 급격히 확대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07년 186억달러로 성장한 휴대폰 산업의 영업이익 규모는 경기침체기를 지난 2009년까지 137억달러로 급격히 하락했고 경기회복과 함께 2011년에는 347억달러 수준까지 급격히 성장했다. 이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성장모멘텀이 등장한 덕분이고 스마트폰 대중화를 선도한 애플의 아이폰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애플은 휴대폰 산업 내 경쟁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사업자와의 경쟁을 통해 높은 수준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는데 성공했다. 2007년 대비 2011년 애플의 영업이익 증가분은 215억달러고 이중 46%인 98억달러는 이동통신 사업자와의 경쟁을 통해 확보했다. 다시 말해 애플은 높은 수량 점유율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했던 노키아와 '폐쇄적 생태계'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통제하며 휴대폰 업체에 대한 구매력 우위를 점했던 이동통신 사업을 대상으로 싸워 시장의 경쟁구도를 뒤바꾼 것이다.

가치경쟁을 위한 사업모델

애플의 성공요인이 단순히 아이폰의 경쟁력에만 국한돼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폰을 둘러싼 다양한 사업모델이 오늘날의 애플을 있게 만들었다.

우선 애플은 복잡성 비용을 최대한 낮췄다. 복잡성 비용을 줄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아이폰이 단일 히트 모델이었다는 점이다.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단일 모델만으로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면서 제품으로 인한 복잡성 비용을 줄인 데다가 스마트폰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기존 피처폰의 세분화된 시장 구조를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제품의 라인업을 확장할 때 가격대에 따라 메모리 용량만 달리하는 단순한 방식을 취했고, 사업자와 합의된 가격을 출시 후 1년간 유지하고 새 모델이 출시되면 구 모델의 메모리용량을 8GB로 낮추고 가격을 100달러 내리는 단순한 가격 정책을 펼친 것도 복잡성 비용을 대폭 감소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타 업체들처럼 부품과 세트를 모두 보유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수직통합을 이뤘다는 점도 눈에 띈다. 애플은 세트업체임에도 불구하고 부품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특허를 보유하는 역량을 지니고 있다. 또한 적극적인 자본투자로 핵심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부품가격을 해마다 15~20% 낮춰왔다.

이동통신 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협상력을 지닌 점도 애플의 성공요인이다. 당초 이동통신 사업자는 휴대폰 시장에서 단말기의 구매자로서 소비자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애플의 등장으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며 상황은 달라졌다. 스마트폰은 이동통신 사업자가 통제할 수 없는 오픈 플랫폼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사업자의 영향력을 크게 감소시켰다. 또한 메시지, 음악 등 제한적인 서비스에 맞춘 다양한 요금제로 수익을 거두던 이동통신 사업자의 수익원도 위축시켰다. 아이폰 독점권을 놓고 이동통신 사업자가 경쟁을 유도한 것도 애플의 탁월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밖에 애플스토어를 통해 높은 소비자 경험을 제공한 점,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액세서리로 사용자 경험을 차별화한 점 등도 애플의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애플의 위기 징후

애플의 '영광의 순간'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최근 고점 대비 22% 이상 주가가 빠진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애플이 위기에 빠졌다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애플의 특징인 '혁신'의 관점에서 볼 때 최근 1년 사이에 출시된 제품은 과거 스티브 잡스가 선보인 제품과 서비스처럼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것들이 없었다. 오히려 시리, 지도 등 완성도가 낮은 베타서비스를 서둘러 출시함으로써 잡스 시절의 완벽주의가 사라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애플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충성도가 떨어지고 있는 점도 위기의 징후로 읽힌다. 최근 재구매 의사를 밝히는 방식으로 조사한 애플의 사용자 충성도가 미국에서는 93%에서 88%로, 서유럽에서는 88%에서 75%로 낮아졌다.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애플은 15%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애플 소비자의 충성도 하락은 의미심장하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메모리 등 핵심부품을 공급해온 삼성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는 점, 디스플레이 공급 다변화를 위해 샤프를 지원하고 있으나 정상화에 많은 자원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도 애플의 위기를 직감케 한다. 여기에 잡스의 빈자리를 팀 쿡이 메울 수 없을 것이라 예상되는 상황에서 애플스토어를 이끌던 론 존슨, iOS 개발을 주도해온 스콘 포스탈 등이 애플을 떠난 것도 앞으로 다가올 큰 위기의 징후로 해석된다.

애플이 진짜 위기에 빠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역시 아이폰의 시장점유율일 것이다. 만약 아이폰이 흔들린다면 연결된 애플 사업모델 전체가 위기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내 출시되는 아이폰5의 성공여부에 세간의 이목이 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