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 말 공기업 CEO '전전긍긍'

'MB맨' 김중겸 한전 사장…
정부와 전기료 마찰 끝… 지난달 스스로 물러나

MB 상임 특별보좌역 출신 윤영대 조폐공사 사장…
부채 1,119억으로 늘어

석유공사 내부출신 서문규…
적자 전환으로 빛 바래… 항만 이상조 사장도 부진

소망교회 인맥 이참… 대운하 팀장 출신 장석효…
김균섭은 전관예우 논란

대선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치열한 경합으로 대선판이 점점 흥미진진해지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그만큼 멀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인기가 줄어들면서 함께 마음을 졸이는 사람들이 있다.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물갈이될 가능성이 높은 공기업 CEO들이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던 대부분의 공기업 CEO들이 자리를 비우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최근 실적이 좋지 않았거나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을 샀던 사람들은 더욱 전전긍긍 중이다.

이에 <주간한국>에서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서 '공기업'으로 분류된 28개사의 CEO를 중심으로 실적 및 '낙하산 인사' 의혹 여부를 분석, 향후 거취를 전망해봤다. '알리오'에서는 총 288개 공공기관 중 직원 정원이 50인 이상이고 자체 수입액이 총수입액의 2분의 1이상인 곳들 중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정한 기관을 공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김중겸 한전 사장을 필두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를 앞두고 공기업 CEO 중 가장 먼저 탈락한 사람은 김중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사장이었다. 김 사장은 지난달 초 청와대에 자진 사의를 표명하고 같은 달 15일 별도의 퇴임 절차 없이 현직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9월 27일 공식 취임한 이후 1년 1개월여만의 퇴진으로 임기는 아직 2년이나 남아 있었다.

3년 연속 최악 실적도 부담

김 사장이 별도의 사퇴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전기료 인상 등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경질설까지 불거졌던 것 때문이 아니었겠냐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김 사장은 물가 안정을 위해 두자릿수 이상의 전기료 인상을 고수한 정부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기 싸움을 벌여왔다. 올해 한전은 정부가 제시한 4~5%의 전기료 인상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1차로 13.1%의 인상을 요구한 뒤 반려되자 되려 더 높은 16.8%의 인상안을 제출했다. 결국 정부의 권고에 따라 지난 8월 최종 전기료 인상요율은 4.9%로 결정됐지만 양측 사이의 앙금은 사라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공공기관인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4조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하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전력거래소가 전력구매 비용을 잘못 계산해 한전의 적자구조가 악화됐다는 것이 소송 이유였다. 이에 정부는 한전에 소송추진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내리며 제동을 걸었고 결국 김 사장에 대한 경질설까지 불거지게 됐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현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사퇴를 결심했던 것에 대해 주목하며 다른 시각의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지연(경북)ㆍ학연(고려대)ㆍ사연(현대건설)으로 엮여있던 김 사장은 대표적인 'MB의 남자'로 거론돼왔다. 때문에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밀려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 정부하에서 보기 좋게 물러나는 것이 좋으리라 판단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권 말기에 들어서며 본격화되고 있는 사정기관의 4대강 비리의혹 수사가 당시 현대건설을 맡았던 김 사장을 압박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년 연속 누적된 최악의 경영실적도 김 사장의 퇴진을 앞당겼을 것으로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한전은 43조5,323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3조2,930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올렸다. 39조5,066억원의 매출과 69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2010년과 비교할 때 매출은 소폭 증가했지만 당기순손실은 오히려 급격히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부채 또한 72조2,413억원에서 82조6,639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낙하산 의혹에 실적부진까지

공기업에는 김중겸 사장처럼 이명박 대통령의 사람으로 분류돼 부담을 갖는 사람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이들 중 맡고 있는 공기업의 실적 악화까지 겹친 CEO들은 차기 정부가 들어설 경우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윤영대 한국조폐공사(조폐공사) 사장은 작년 9월에 취임, 1년 남짓 재직하고 있지만 새정부가 어떤 평가를 할 것인지 불안감이 없지 않다.

윤 사장은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통계청장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부위원장 경력이 있다. 이 대통령과는 고려대 동문으로 2006년부터 여의도연구소 정책자문의원으로 활동했고 17대 대선 때 한나라당 경북도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이 대통령의 상임 특별보좌역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행시고시(12회) 동기인 윤진식 새누리당 의원과'예산 20조원 절감' 공약을 짜내는 등 대표적인 'MB 브레인'으로 꼽힌다.

윤 사장은 공정위 부위원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가 8년 만인 지난해 9월 조폐공사의 CEO로 취임해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윤 사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조폐공사의 실적이 악화됐다는 점이다. 2010년 3,552억원이었던 조폐공사 매출은 지난해 3,731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164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부채 또한 959억원에서1,119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조폐공사 측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5억원 적자라는 것은 2010년 설립된 우즈베키스탄 자회사의 경영실적까지 포함한 것으로 조폐공사만을 놓고 보면 오히려 32억원 흑자"라고 밝혔다.

정승일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지역난방) 사장도 낙하산 의혹을 받으면서 실적 또한 좋지 않았던 공기업 CEO로 지목되고 있다. 1969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발전사업부문장을 지내는 등 이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바 있는 정 사장은 이미 퇴진한 김중겸 한전 사장과 함께 현 정부 들어 승승장구했던 현대건설 출신 인사로 분류된다. 그 밖의 현대건설 출신 공기업 CEO에는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김선규 대한주택보증 사장 등이 꼽힌다.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현대건설 출신은 아니지만 현대종합상사에서 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는 대표적인 '현대맨'이다.

정 사장이 지역난방의 CEO에 오른 것은 2008년 8월이었다. 임기 3년의 사장으로 취임한 정 사장은 지난해 1년 연임된 데다 올해 9월 재선임되며 공기업 사장으로서는 드물게 2번째 임기연장을 맡는 장수 CEO가 됐다.

그러나 정 사장이 연임됐던 지난해 지역난방의 실적은 좋지 않았다. 2010년 1조5,331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2조1,340억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926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7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계속되는 부진에 '흔들'

<주간한국>의 분석 결과 시장형 및 준시장형을 포함한 28개 공기업 중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곳은 총 6개사였다. 이중 이상조 여수광양항만공사(이하 항만공사) 사장, 서문규 한국석유공사(이하 석유공사) 사장, 김현태 대한석탄공사(이하 석탄공사) 사장 등은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지만 실적 부진으로 교체설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선임된 이 사장은 새출범부터 시작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경남 밀양시 시장 출신으로 항만공사의 전신인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이하 부두공단) 이사장도 역임했던 이 사장은 지난해 8월 새로 출범한 항만공사의 초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부두공단의 부채를 떠안고 시작한 항만공사는 창립 첫해부터 적자를 기록하며 전망을 어둡게 했다. 항만공사의 2011년 매출은 234억원이었지만 당기순손실이 매출과 거의 동일한 232억원에 달했다.

올해 8월 취임한 서문규 사장에게도 악화된 석유공사의 실적은 큰 부담이다. 서 사장은 공기업 CEO로는 드물게 석유공사 내부 출신이다. 1979년 석유공사에 입사한 서 사장은 런던지사장, 감사실장,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거쳐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부사장을 역임했다. 당초 전임 강영원 사장의 사의 표명으로 공석이 된 석유공사의 수장자리를 놓고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박순자 전 새누리당 의원이 3배수의 최종 후보군까지 남으며 석유공사의 신임 사장이 되리라는 세간의 예상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올해 8월 서 사장이 석유공사 출신의 첫 CEO로 임명되며 이 같은 예상을 불식시켰다.

아쉬운 점은 석유공사 최초의 내부출신 사장임에도 몇 년째 계속되는 경영부진을 막지 못할 경우 단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석유공사는 2011년 8조9,48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1,528억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7조1,677억원의 매출과 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던 2010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약간 늘었지만 적자전환했다.

서 사장과 마찬가지로 올해 취임한 김현태 사장도 악화된 실적을 하루빨리 되돌려놔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장 출신의 김 사장은 지난 4월 석탄공사의 CEO로 임명됐다.

석탄공사의 재정상태는 한전과 더불어 28개 공기업 중 최저 수준이다. 석탄공사는 2011년 1,903억원의 매출과 98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대비 당기순손실의 비율로만 따지면 공기업 중 최악의 상태인 셈이다. 부채 또한 지난해 기준 1조4,462억원으로 회사 규모에 비해 상당한 수준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석탄 생산량이 점차 감소하는 것을 감안할 때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올해 취임한 김 사장의 거취가 불분명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MB인맥 줄줄이 좌불안석

성적표는 양호했지만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로 인해 낙하산 의혹을 받고 있는 공기업 CEO들도 다음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자리를 보전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참 한국관광공사(이하 관광공사) 사장은 독일 출신의 귀화 한국인으로 외국계 인사로서는 첫 공기업 CEO다. 이 사장은 17대 대선 당시 이 대통령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한반도대운하 특별위원회 특보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는 데다 소망교회 인맥으로 분류되는 까닭에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을 받았다. 관광공사가 지난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가장 하위의 성적표를 받았음에도 이 사장이 올해 7월 재임에 성공한 것도 이 같은 의혹을 키웠다.

이 사장은 지난 10월 열렸던 2012년 국정감사 때 유승희 의원으로부터 "4대강 홍보에는 지난해보다 446% 증가한 30억원을 지출한 반면 한류관광에는 불과 8억원만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4대강사업이 현 정부의 대표적인 국책사업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대통령과 이 사장의 친밀도는 상당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장석효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 사장도 이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을 받았다. 장 사장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과 부시장을 지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운하 TF팀장을 맡았던 대표적인 측근이다. 후보공모 절차를 밟아 지난해 6월 도로공사 사장에 올랐지만 공모 전부터 내정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의 연관성은 적지만 전관예우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 낙하산 인사도 상당수다. 김균섭 전 신성솔라에너지 부회장은 올해 6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사장에 임명됐다. 한수원의 경우 김종신 전 사장이 고리 원전 정전 및 은폐사고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후 1차 공모에서 적임자를 찾지 못하자 2차 공모에서 김 사장을 임명했다. 김 사장은 지식경제부의 전신인 산업자원부 출신으로 전관예우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함께 지원했던 윤맹현 전 한전원자력원료 사장이 "정부가 한수원 사장으로 고위관료 출신을 이미 낙점한 상태라서 서류, 면접 심사는 모두 요식행위"라고 일갈하며 사퇴했던 것도 이 같은 논란을 부추겼다.

한국중부발전(이하 중부발전)도 남인석 전 사장이 보령발전소 화재 사고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이후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하다가 최평락 사장을 후임으로 뽑았다. 최 사장도 김균섭 사장과 마찬가지로 산업자원부를 거쳤고 특허청 차장 및 전자부품연구원장을 역임한 바 있어 전관예우 논란을 가져왔다.

정창영 한국철도공사(이하 철도공사) 사장도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으로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을 받았다. 특히 정 사장의 경우 올해 초 한국철도노조가 반대성명을 통해 "정 사장은 사장 응모 때부터 국토해양부 장관 인맥으로 이미 내정돼있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지난해 7월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감사원 사무총장직을 사퇴한 것에 대한 보은인사"라고 강하게 반발하는 등 진통이 있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