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과정 등서 특혜 논란중국 노선 '황금알 낳는 거위'MB 임기 끝나기 직전 내년 2월 취항 추진 의혹 키워

국제 크루즈 선박의 제주도 취항과 함께 국내 최초 호화 크루즈 선상 카지노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야권과 제주도 시민단체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이 사업을 바라보고 있다.

제주도는 크루즈 관광 활성화를 내용으로 하는 관광진흥법 시행령이 지난 11월 13일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제주도 관광진흥조례 개정작업에 착수했다고 같은 달 21일 밝혔다.

제주도는 조례를 개정해 전년도 외국인 수송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선상 카지노 허가조건을 삭제할 방침이다. 더불어 선상 카지노를 갖추려면 1만t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항도 2만t 이상으로 바꿀 예정이다. 조례가 개정되면 새로 취항하는 2만t급 이상 크루즈의 경우 선상 카지노 운영이 가능해진다.

제주도는 내년 초 관광진흥조례를 개정하고 선상 카지노 허가조건과 사전이행절차 등을 공고한 뒤 이 공고에 적합한 선상 카지노 신청이 들어오면 검토해 허가할 예정이다. 선상 카지노 공고는 재정능력 입증, 영업거래의 내부통제 방안 수립, 카지노 규모, 노선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제주를 기점으로 외국 항만을 운항하는 크루즈 선박에 대한 외국인 카지노 허가권은 제주도지사가 갖고 있다. 법제처에 따르면 제주와 외국을 왕래하는 여객선에서 카지노업을 하려는 자는 제주특별법 제171조에 따라 제주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선상 카지노는 내년 2월쯤 취항 예정인 제주크루즈라인(주)의 국제 카페리 크루즈가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제주크루즈라인은 3만t급 선박을 매입해 선급 변경 검사를 마치고 현재 부산항에서 수리작업을 하고 있다. 이 배는 중국 상하이와 제주, 일본 모지 노선을 운항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당초 사행성감독위원회가 도박산업의 추가 허가를 반대하는 등 선상 카지노 설립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정부가 관광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해 크루즈 산업 활성화에 나섬에 따라 선상 카지노를 허용하기로 했다. 선상 카지노 도입은 크루즈 경쟁국인 홍콩이나 일본 등과 대등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차원에서 검토돼 왔다.

임기 말 마지막 한 건

정부는 지난 8월 7일 박재완 기재부 장관 주재 하에 '제2차 경제활력 대책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내수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위해 지난 9월부터 관광진흥법 시행령을 개정에 착수해 크루즈선 외국인 전용카지노 허가 요건 중 전년도 외국인 수송실적과 선박 규모에 대한 부분을 수정했다. 기존에는 수송실적을 요구했지만 이 항목을 삭제했고 카지노 허가가능 규모를 1만t에서 2만t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임기 말 카지노 사업이 수상하다"는 의심 어린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카지노와 관련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된 데다 선상 카지노 허가 추진 과정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인을 주로 겨냥한 이번 크루즈 카지노는 사상 처음으로 중국과 한국을 왕래하는 국제 크루즈선에 카지노를 허가하는 것으로 큰 이권이 될 전망이다.

크루즈 선상 카지노 사업은 그 특성상 매력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이를 정부가 도입해 중국-한국 노선 바다 위에서 크루즈 선상 카지노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크루즈 관광객은 과거 상류층 중심에서 중산층으로 옮겨오며 매년 2,000만 명 가량이 탑승하는데, 특히 중국인이 크루즈 관광을 선호하고 있어 향후 중국노선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부는 부산 인근에만 있는 크루즈선 부두를 제주와 여수에도 확대 설치하고 있다. 제주도 크루즈 카지노 인허가 요건 변경의 가장 큰 핵심 사항은 1년 이상 외국인 운송실적 항목을 삭제한 것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신생업체가 카지노를 설치하려면 1년 이상 크루즈선을 운영한 뒤에야 가능하다. 이를 삭제한 것에 대해 기재부는 "크루즈 관광은 카지노가 핵심시설의 하나인데 1년 이상 카지노 없이 운항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렇게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면서 사업자를 선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법 개정초기에 사업을 추진키로 한 사업자와 현재 사업자가 다르다. 한창 사업을 추진하던 사업자가 갑자기 바뀐 것을 두고 '은밀한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갑자기 바뀐 사업자 왜?

2011년 11월 크루즈 카지노의 허가 내용이 공개됐을 때는 사업자가 국내 1호 크루즈 업체 ㈜하모니 크루즈였다. 하지만 올 8월쯤 사업자에 대한 소식이 다시 전해질 때는 한국 로터스마인(Lotus Mine)으로 사업자가 바뀌어 있었다.

하모니 크루즈는 선상 카지노를 위해 2만 6,000t 배를 들여와 부산-일본 노선에 취항시키고 있으면서도 카지노 유치를 포기했다. 허가에 중요한 외국인 운송실적도 조항도 없어지고 실제로 카지노 설치 준비까지 하고 2만t이 넘는 배까지 도입한 회사가 돌연 카지노 사업에서 철수한 것이다.

로터스마인은 거액을 투자해 중국최대 여행사와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10만 명 송출 계약까지 했고 카지노를 설치한다고 한다. 한국 로터스마인은 지난 14일 중국 최대여행사인 중국국제여행사(CITS)와 함께 합자법인 'CL 크루즈(양사 각 머릿글자)'를 설립하는 계약식을 베이징 CITS 본사에서 체결했다.

합자법인은 자본금 200억 위안(약 3조 6,000억원)으로 로터스마인이 51%, CITS가 49%다. 로터스마인은 4만 1,000톤 급 크루즈선 매입을 담당하고, CITS는 중국관광객을 유치하며 연간 10만 명의 수준을 보장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터스마인 측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 10만 명 이상을 유치할 경우 1조 3,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는 2004년부터 크루즈 관광객이 들어와서 2011년 모두 6만 5,000여명이 들어왔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두 배쯤 늘어난 12만 명 가량이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최대의 도시 상하이와 제주간 노선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임기 말 특정한 회사를 겨냥한 특정한 시행령 개정은 아무리 경기활성화가 목적이라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경기 활성화를 명목으로 관련법을 개정해가면서 카지노를 운영한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직전인 내년 2월에 맞춰 한중 크루즈가 취항하기로 하는 점은 공교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