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급감… 도심 주택 공급부족 사태 우려도

출혈수주를 마다하지 않던 건설사들이 최근 도시정비사업에서 손을 떼는 모습을 보이자 비상이 걸린 곳은 재개발ㆍ재건축조합들이다. 조합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입찰지침서를 만든 후 가장 좋은 조건을 내놓는 시공사를 고르다시피 해왔던 과거와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웬만큼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는 프로젝트는 '아예 안 하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개별 업체들의 재개발ㆍ재건축 수주액도 급격하게 감소하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7,669억원의 수주액을 기록한 GS건설의 하반기 재개발·재건축사업 수주액은 '제로(0)'다. 지난 2010년 2조3,628억원의 수주액을 올리며 도시정비사업 강자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불과 2년 만에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지난해 2조5,493억원의 재개발ㆍ재건축 수주액을 올렸던 현대건설도 올해에는 7,872억원어치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이 중 6,638억원이 상반기 실적으로 하반기에는 불과 1,234억원에 불과하다. 포스코건설도 올해 상반기 9,712억원에서 하반기 2,946억원, 대림산업도 7,297억원에서 1,991억원으로 수주액이 줄어드는 등 대부분 업체의 정비사업 수주액이 급감했다.

도시정비사업의 터줏대감이던 삼성물산은 이미 지난해부터 재개발ㆍ재건축에서 손을 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에는 '서초 삼성 래미안타운' 계획에 포함된 서초우성3차 재건축을 제외하고는 아예 수주전에 참여조차 하지 않고 있다.

2008년 이후 재개발ㆍ재건축 수주에 올인하다시피 하던 건설업계의 태도가 이처럼 급변한 것은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출혈경쟁을 통해 따냈던 사업 중 상당수가 업체들의 발목을 잡은 것도 수주 기피의 원인으로 꼽힌다.

A사의 한 관계자는 "2008년 이후 집값하락으로 시장상황이 급격하게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재개발ㆍ재건축조합 상당수는 과거의 손익계산서대로만 사업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태라면 아무리 요지의 사업이라도 건설사들이 쉽게 시공권 확보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분양을 코앞에 둔 재개발ㆍ재건축구역이 잇따라 시공사를 찾지 못해 난항에 빠지는 사례가 잇따르자 수도권 신규 주택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신규 주택사업지가 부족한 도심지의 경우 도시정비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철거 위주의 재개발 대신 유지·관리형 재개발을 강화하겠다며 뉴타운·재개발사업에 대해 강한 출구전략을 강화하고 있어 서울시내 주택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정비사업이 올스톱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 말 현재 서울의 아파트 전체 공급물량 1만9,992가구 중 정비사업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73.9%(1만4,770가구)에 달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건설사들이 예전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서라도 사업을 따내려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특히 재개발사업의 경우 서울시의 출구전략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없는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 서울시의 신규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