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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굴욕

청와대 공직기강팀 공기업 감찰 나갔다
'너나 잘하세요' 식 싸늘한 대접 받아
임기말 '레임덕' 본격화 촉각
  •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서민금융 성과 보고대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어느 정권이든 임기 말이 되면 집권말기 권력누수현상(레임덕)을 맛보게 마련이다.

첫 번째 5년 단임제 대통령이었던 13대 노태우 전 대통령 때부터 16대 노무현 전 대통령 때까지 다 그랬다. 그리고 임기를 두 달 여 남겨놓은 이명박 대통령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는 얼마 전 공기업들을 상대로 감찰을 나갔다고 한다. 대선을 앞두고 공기업 임직원들의 정치권 '줄서기 방지' '공직기강 확립' 차원이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는 대개 2인 1조로 8명이 불시에 공기업들을 상대로 감찰을 나간다. 이들이 감찰 후 작성한 평가보고서는 공기업 수장의 거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공기업들에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에서 감찰을 나가면 공기업 수장부터 으레 긴장하곤 했다. 수장이 직접 감찰팀을 맞이하는 것도 다반사였고, 그렇지 못할 경우 간부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감찰 분위기는 예년과는 많이 달랐다고 한다. 수장이 직접 감찰팀을 맞이하는 것은 고사하고, 직원들조차 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싸늘했다고 전해진다.

청와대 소식통은 "감찰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들어보니 한마디로 공기업 임직원들 사이에서 '너나 잘하세요' '잘못하면 다음 정권에 찍힌다'는 식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고 하더라"며 "감찰팀이 '이게 바로 레임덕이구나'라고 입을 모았던 모양"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사필귀정이라는 반응도 있다. MB정권 들어 권력기관 감찰팀이 공기업 임원들의 비리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감찰팀의 이 같은 행위는 비리 방지 차원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본연의 임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MB정권 들어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 등 그 정도가 과했기 때문에 '감찰' '사찰'이라는 단어에 따른 '알레르기'도 심해졌다는 게 정관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MB정권이 공기업에 대해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놓고 뒤로는 참여정부가 임명한 공기업 임원들을 밀어내는 경우도 있었다. 정권 초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친노 공기업 인사'의 퇴진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이전 대통령들에 비하면 이 대통령의 레임덕은 훨씬 덜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대통령은 여전히 새누리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고 그의 측근들 중 상당수도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

이는 집권세력 내부 분열이 최소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부터 여당이 수차례 위기 속에서도 분당 등 극단적인 길로 가지 않고 박근혜 대선후보 중심으로 '단일대오'가 형성됨으로써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지연시켜준다는 것이다.

청와대 소식통은 "보수층과 일부 보수언론의 결집도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늦추는 데 한 몫을 했다고 본다"면서도 "MB정권이 이전의 다른 정권들에 비하면 레임덕이 늦게 시작됐고 정도가 약한 편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5년 단임제 대통령들 하나같이 '레임덕' 에 시달렸다



집권 여당서 쫓겨나고 측근들은 구속되고…

5년 단임제가 시작된 1987년 제13대 대선 이후 권좌에 오른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레임덕에 시달렸다. 이들은 임기 말에 자신이 만들었거나 주도했던 집권여당에서 사실상 쫓겨났다는 공통점도 있다.

사상 첫 직선제 대통령으로 선출됐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였던 1992년 경제 침체, 여권 내 대권후보 경선 파동 등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탈당과 함께 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했다.

노 전 대통령에 이어 청와대의 주인이 된 제14대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식물 대통령'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임기 말이었던 1997년에 한보 사태, 차남 김현철씨 구속 사건 등 극심한 레임덕에 시달렸다.

김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1월에는 단군 건국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사태까지 맛보며 사실상 권좌에서 내려와야 했다.

헌정 사상 첫 여야간 수평적 정권 교체라는 기념비를 세웠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레임덕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은 세 아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는 바람에 감옥을 들락거리는 굴욕을 겪었고 처조카인 이형택 예금보험공사 전무, 이기호 경제수석 등 측근들이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기 말을 반면교사 삼아 열심히 공부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지만 임기를 1년 정도 남긴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역대 대통령 중 지지율 최하위의 불명예를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의 레임덕은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 일찍 시작됐다. 집권 3년 차이던 2005년 이해찬 국무총리가 대통령 측근과 사조직의 부패 가능성을 언급하자 호남 인사인 염동연 상임중앙위원이 "경거망동하고 총리로서 단정하지 못하다"고 반격했다. 결국 염 위원은 사퇴했고 이때부터 집권여당은 분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의 인기 추락은 2007년 12월 제17대 대선에서 여실히 입증됐다. 선거 전부터 한나라당 등 야권은 "드디어 정권을 되찾았다"며 한껏 들떠 있었고, 여권은 손을 놓다시피 한 상태에서 억지로 선거를 치러야 했다. 그 결과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게 역대 최다인 530만 표차의 대패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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