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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중 차명재산 돌출 "내 몫 내놔"

● 태광그룹 오누이 상속재산 다툼
회삿돈 횡령 혐의 재판중
이호진 전 회장에게 누이, 78억 주식인도 소송
"추가 상속재산 나왔지만 실명화하고도 안 알려" 주장
집안 내부 갈등 연장선 분석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에게 돌발 악재가 겹쳤다. 이달 초부터 누나인 이재훈씨와 가족 간 상속분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고(故)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가 남긴 차명유산이 화근이었다.

청구된 금액은 이 전 회장이 이씨 명의로 빌린 돈과 그룹 계열사 주식 1~10주 정도다. 아직 정확한 재산규모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상징적인 의미로 소송을 진행한 것이다. 그러나 향후 이씨가 선대 회장이 물려준 차명재산이 드러나는 대로 소송규모를 늘릴 것이란 입장이어서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그러잖아도 오는 20일 항소심 선고공판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 일로 지난 2월 1심에서 구속됐다 건강상 이유로 일시 석방된 이 전 회장은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하게 됐다.

2010년 검찰 수사서 비롯

  •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
지난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의 둘째 딸 이재훈씨가 남동생인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을 상대로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주식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의 상속다툼은 2010년 검찰의 비자금 수사에서 비롯됐다. 그룹 경영권에서 배제됐던 이씨가 이 창업주가 타계 후 남긴 차명재산의 존재를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뒤늦게 알았다며 동생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씨는 소장을 통해 "검찰의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와 이후 재판 과정을 통해 차명 주식, 무기명 채권 등 추가 상속재산이 공개됐다"며 "이 전 회장은 이 재산을 실명화ㆍ현금화해 놓고도 이를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씨는 "이 전 회장은 지난 1996년 선대 회장이 사망한 직후 상속 처리된 재산 외에 막대한 규모의 재산을 2003년부터 최근까지 단독 소유로 귀속시켜 내 상속권을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규모 드러나면 소송 확대"

이씨가 이 전 회장에게 청구한 금액은 모두 78억6,000만원 정도다. 여기에 태광산업 보통주 10주와 대한화섬ㆍ흥국생명 주식 10주씩, 태광관광개발과 고려저축은행ㆍ서한물산 주식 각 1주씩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이 중 77억6,000만원 가량은 이 전 회장이 이씨 명의로 빌린 돈이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횡령ㆍ배임 혐의로 사정당국의 압박을 받자 지난해 1월 구속을 피하기 위해 본인이 대주주인 흥국생명에서 이씨가 부동산을 담보로 100억원을 대출받도록 알선했다. 그리고 이 전 회장은 이씨에게서 이 돈을 빌려 횡령한 회삿돈 일부를 메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은 빌린 100억원 중 31억3,000만원만 변제했다. 나머지 69억원에 대한 채무와 대출이자는 이씨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여기에 이 전 회장을 대신해 2년 가까이 납부한 대출이자 7억여원을 더하면 모두 77억6,000만원 정도가 된다. 나머지 1억원은 일부 청구 주식의 배당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현재 상속권 침해규모를 파악할 수 없어 일단 상징적인 의미로 1~10주에 불과한 주식에 대해 지급 소송을 냈으며, 향후 선대 회장이 물려준 차명재산이 드러나는 대로 소송규모를 늘린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아버지가 남긴 토지 등 부동산도 추가로 (소송에) 특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씨 측이 추정하는 차명 재산 규모는 주식과 무기명 채권 등을 포함해 최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에게 지분 편법 몰아줘

이번 상속다툼은 물 밑에서 벌어지던 오너가 내부 갈등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불화는 이 전 회장이 2006년 아들 현준군에게 편법으로 지분을 몰아주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수면위로 드러났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말까지 아들 현준군에게 태광그룹 계열사인 티알엠, 티시스, 한국도서보급, 동림관광개발, 티브로드홀딩스 등 5개 회사의 지분을 상당 부분 상속했다. 또 딸 현나양에게도 이미 대물림이 진행 중이다.

이런 행보에 위기감을 느낀 오너가의 구성원들은 서로 뭉치기 시작했다. 이번 상속소송은 시작일 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불만을 품은 다른 오너가 일원이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상 이유로 자유의 몸이 된 이 전 회장이지만 이번 소송으로 편히 쉬지도 못할 처지가 됐다. 이 전 회장은 1,4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해 1월 구속됐고 지난 2월 1심에서 혐의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6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현재는 건강상 이유 등으로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아 석방된 상태다.

여기에 당장 오는 20일로 항소심 선고공판이 예정돼 있다. 앞서 지난달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구속집행정지로 석방되면서 수감 기간이 60여 일에 불과해 거의 처벌받지 않았다"며 이 전 회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7년에 벌금 70억원을 구형했다. 그야말로 설상가상인 상황. 이 전 회장의 속내가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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