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승리땐 '박당', 패할땐 소장·친이 부활민주당, 이기면 '문당', 지면 친노 소멸 위기안철수 신당, 여야 승패따라 차기 밑그림 달라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2일 경북 경주시 경주역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정치권의 지각 변동이 임박했다. 아니,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12월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의 승패에 따라 정국이 요동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선 후 정치권의 지각 변동은 과거 사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최근이었던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후보를 배출했으나 역대 최다인 530만 표차로 패했던 정동영계 인사들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 또 참여정부 5년 동안 당정을 주도했던 친노(친 노무현) 진영은 쇄신론의 직격탄을 맞고 비틀거렸다.

참여정부의 실세로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좌 희정 우 광재'로 불렸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17대 대선이 끝난 직후인 2007년 12월26일 "친노 폐족입니다. 죄짓고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과 같은 처지"라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폐족(廢族)이란 조상의 큰 죄 때문에 벼슬길에 나설 수 없는 후손을 일컫는다.

이번 18대 대선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이 승리할 경우 민주통합당의 주축인 친노그룹은 급속히 위축되는 반면 당내 비문(비 문재인) 진영과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의 목소리가 높아질 개연성이 크다.

반대로 야권이 승리하면 새누리당 친박(친 박근혜)계는 와해될 여지가 크고 당내 소장파와 친이계는 운신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12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성안길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청주=손용석기자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는 누가 승리하든 직격탄을 맞지는 않겠지만 야권이 패할 경우 신당 창당 등 정치 행보의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 결과에 따라 패하는 쪽은 한동안 극심한 내홍을 겪게 될 것"이라며 "2002년 제16대 대선 이후 10년 만에 사실상 여야간 1대1 대결로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패하는 진영의 내상은 그만큼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 새누리당
승-박, 당·정 동시장악, 패-남경필 등 전면에

현재 새누리당은 크게 네 갈래로 볼 수 있다. 최대 주주라 할 박근혜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친박(친 박근혜)계를 비롯해 18대 국회에서 주류였던 친이(친 이명박)계, 남경필 정두언 정병국 의원과 원희룡 전 의원 등이 주도했던 소장파 그리고 대선을 앞두고 합류한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 등 영입파가 있다.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새누리당은 친박계가 절대적인 위치에 서게 되는 명실상부한 '박근혜당(朴黨)'이 된다. 2007년 12월 17대 대선 후 넉 달 만에 치러졌던 18대 총선에서 이른바 'MB돌이'들이 대거 여의도에 입성하며 친이계가 당의 주류가 됐던 것 이상 친박계의 입지는 공고해진다. 박 후보는 청와대와 당을 동시에 장악하는 절대권력을 갖게 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안철수 무소속 전 대선후보와 함께 13일 대전에서 공동유세를 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당권을 비롯한 당내 주요 직책도 대선 공신들인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권영세 종합상황실장, 이한구 원내대표, 서병수 사무총장, 최경환 유승민 의원 등 친박계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친박계와 영입파는 입각을 통해 박 후보에 힘을 실어주면서 당정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 예상된다.

'탕평(蕩平)'을 이유로 소장파와 친이계 일부가 '朴당'이나 새 정부의 주요 보직을 맡을 수도 있다.

친박 명암 뚜렷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서 패한다면 친박계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박 후보는 지난달 25일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저의 정치 여정을 마감하려 한다"며 대선 패배 시 정계 은퇴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대선 패배 시 구심점을 잃은 친박계는 책임론과 함께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고, 당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공산이 크다.

그럴 경우 남경필 정두언 정병국 의원과 원희룡 전 의원 등 개혁 성향의 소장파가 당의 전면에 나서 비대위를 이끌 수도 있다. 남경필 의원은 19대 총선을 통해 5선에 성공했고, 정병국 의원은 4선, 정두언 의원은 3선 고지를 밟았다. 원 전 의원은 16~18대에서 내리 당선됐으나 지난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이계나 친박계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 채 움직이고 있는 소장파가 무대 전면에 선다면, 당의 해체나 붕괴 등 패배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한편 원내 다수당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바삐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MB정권 출범시켰던 친이계

대선 결과에 따라 이명박 정권의 탄생에 공이 큰 친이계의 행보도 주목된다. 박 후보가 승리한다면 친이계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진다. 그 반대의 경우엔 친이계도 역할 모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지난 11일 이명박 정권을 만들었던 선진국민연대를 주축으로 한 국민화합본부를 출범시켰다. 이 모임의 본부장은 친이계로 사무총장을 지냈던 안경률 전 의원이 맡았다. 안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뒤 그대로 잊히는 듯했으나 최근 들어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친이계의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의원은 대선 2주 전 박 후보의 진영에 합류해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최근까지만 해도 박 후보가 분권형 개헌을 수용해야 도울 수 있다고 완강히 버텼다. 때문에 이 의원의 박 후보 캠프 합류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 의원의 동참으로 새누리당은 '외견상' 갈등의 골이 깊었던 친이와 친박의 화해 그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 의원의 행보에 적극성과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 의원이 대선보다는 대선 후를 더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비박(非朴)'의 또 다른 축인 정몽준 전 대표도 관심 대상이다. 정 전대표는 박 후보와 거리를 두다가 뒤늦게 지원에 나섰다. 당 안팎에선 이재오 의원과 마찬가지로 대선 이후를 고려한 행보라는 시각이 많다.

이렇듯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패한다면 소장파와 함께 친이계가 다시 부상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양측은 당장 힘을 합치기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각자도생(各自圖生) 후 당권을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패한다 해도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제1당 지위는 유지하는 것 아니냐"면서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친박계는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갈 공산이 크고, 그동안 움츠려 있던 소장파와 친이계가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후보가 패하더라도 친박계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박계가 '위기'를 공감하고 연대를 강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럴 경우 친박계는 직접 당권 재도전에 나서거나 소장파 등과 연계해 '생존'을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 민주당
승-민주+안+노동 신당, 패-격한 다툼… 최악엔 분당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승리한다면 명실상부한 '자신만의' 당을 만들 수 있다. 즉 친노(친 노무현) 중심의 '문당(文黨)'이 되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은 주류라 할 친노를 필두로 호남을 중심으로 하는 구 민주계, 손학규계, 정세균계 등 대주주들과 지난해 통합 과정을 통해 흡수된 시민사회단체, 노동계 등이 민주당 간판 아래 모여 있다.

문 후보가 승리하면 민주당에서 비문(비 문재인)파의 입지는 더욱 약화되는 반면 친노 색깔은 뚜렷해질 것이 자명하다.

문 후보가 승리할 경우 신당 창당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신당 창당 작업은 민주당이 중심이 되는 선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신당 창당을 선언한 문 후보가 민주당, 안철수 세력, 시민사회노동계 등을 아우르는 거국내각, 공동정부를 천명한 만큼, 당도 그에 발맞춰서 외연 확대를 꾀할 것이다.

그럴 경우 민주당은 이른바 합리적 보수로 불리는 새누리당 내 일부 세력과 연대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현재 127석으로 새누리당에 과반(153석) 지위를 내준 채 2당에 머물고 있다.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하더라도 원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권력은 공고할 수 없다.

그러나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한다면 새누리당보다 더 큰 후유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새누리당보다 훨씬 더 많은 계파가 힘겹게 동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참여 세력은 지난해 12월 대통합이라는 기치를 걸고 한 데 모였다. 그렇지만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도 진다면 단순한 갈등을 넘어 또다시 분열을 면키 어려울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민주당은 지난 4ㆍ11 총선에 이어 대선도 친노 진영이 주도권을 쥐고 지휘했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는 "총선 승리가 목표냐. 친노의 여의도 입성이 목표냐"는 비판도 제기되기도 했다.

따라서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지며 2연패를 당한다면 반드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고 그 주체는 친노가 될 것이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는 자칫 소멸될 수도 있다.

책임론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면 당의 향후 진로를 놓고 거센 갑론을박이 벌어질 게 뻔하다. 민주당, 특히 친노 간판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차제에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당의 존립이 어렵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후보를 당의 간판으로 '모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큰 틀에서 리모델링 방향이 정해지고 나면 전당대회 방식을 놓고 계파간에 격한 다툼이 예상된다. 비노(비 노무현) 진영에서는 지난 1ㆍ15 전당대회와 6ㆍ9 전당대회 그리고 대선후보 경선 때 도입됐던 모바일투표 폐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세 차례 이벤트에서 친노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바일의 위력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면서도 지역구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은 것을 놓고, 비노 진영에서는 '대선에서 패하더라도 계파를 보존하기 위한 안전정치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승패를 떠나 문 후보가 앞으로도 친노의 간판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2007년 대선 패배 후 그랬듯이 이번 대선에서 패한다면 최악의 경우 민주당은 분당(分黨) 사태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당을 쪼개는 쪽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쪽도 선뜻 문을 박차고 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노의 주자는 누구

대선에서 패한다면 민주당은 내년 1월에 곧바로 전당대회를 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007년에도 대선 패배 후 한 달 만에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했다.

이해찬 전 대표가 지난달 사퇴한 데 이어 박지원 원내대표도 연말까지만 자리를 지키기로 한 만큼, 민주당이 대선에서 이긴다 해도 전당대회는 예정된 수순이나 다름없다.

대선 패배 후 전당대회가 치러진다면 당권을 놓고 다시 한 번 친노와 비노의 극한 대립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친노는 대표 취임 5달 만에 낙마한 이 전 대표 등을 또 내세우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리인' 찾기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비노 진영에서는 당의 차세대 주자로 거론되는 김부겸 전 의원, 이인영(재선) 박영선(3선) 의원 등이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현재 문재인 캠프에서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긴 하지만 친노와는 태생이 다르다.

3선을 지낸 김 전 의원은 지난 4ㆍ11 총선에서 '텃밭'이었던 경기 군포를 떠나 '적지'인 대구에 출마함으로써 정치적으로 몸집을 불렸다. 김 전 의원은 석패하긴 했으나 얻은 게 적지 않았다.

'리틀 김근태'로 불리는 이 의원은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업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도 19대 대선의 잠재적 후보 아니겠냐"는 말까지 나온다.

박 의원은 당내 여성 의원 중 선두에 서 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에서 경남 출신이자 서울이 지역구(구로구)라는 점도 박 의원의 상품성을 높여주는 요소다.

비노 진영의 거물이라 할 손학규 정세균 전 대표 등은 조금 더 관망하면서 당의 진로를 고민할 것으로 관측된다. 두 사람은 이미 두 차례씩 당대표를 지낸 데다 대선주자로까지 나섰던 만큼 당대표 명함이 '격'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전망도 있다. 대선에서 질 경우 친노가 아예 소멸되거나 세가 크게 약해지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에 차제에 경륜이 풍부한 손 전 대표나 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에 이어 대선마저 패한다면 민주당은 한동안 멘붕(멘탈 붕괴)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전제한 뒤 "특히 친노는 두 차례 연속 대선 패배라는 짐을 벗을 수 없기 때문에 소멸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3. 안철수 신당
당분간 해외 체류 숨고르기
4월 재·보궐 전 창당할 듯

이번 대선의 상수이자 변수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준 안철수 전 대선후보는 대선 이후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가에선 승패와 관계없이 이번 대선의 '진정한 승자'는 안철수라는 말이 적지 않다. 안철수의 등장으로 4년 넘게 이어져온 박근혜 대세론이 일거에 무너졌고, 야권은 정권 교체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안철수의 위력은 사퇴 후로도 여전했다. 안 전 후보의 사퇴 후 대세는 박 후보에게 넘어가는 듯했으나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적극적이고, 전폭적으로 돕기로 하면서 판세는 다시 안갯속이 됐다.

야권이 역전승에 성공한다면 안 전 후보는 다시 한 번 강한 존재감을 과시하게 된다. "안철수 때문에 이겼다"는 말도 과하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권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안철수 전 후보는 박근혜 후보 못지않게 오랫동안 대세론을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안 전 후보는 측근들은 청와대 등 정권의 핵심에 유입시키는 한편 자신은 정권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신당 창당 작업도 한동안 숨을 고를 수 있다. 안 전 후보가 야권 연대기구인 국민연대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설령 대선에서 여권이 승리하더라도 안 전 후보가 직격탄은 맞지 않을 것 같다.

"좀 늦었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안 전 후보는 대선 기간 약속대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를 많이 도왔다. "더 열심히 했어야 했다"는 질책은 나올 수 있겠지만 "안철수 때문에 졌다"는 말까지 듣지는 않을 듯하다. 오히려 그보다는 '문재인 한계론' '친노 책임론' 등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 하더라도 안 전 후보가 신당 창당 등 당장 눈에 띄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 같다. 안 전 후보는 대선 직후 해외에서 몇 개월간 머물며 향후 자신의 정치 행보를 구상할 예정이다. 몇 개월이라고는 하지만 유학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안 전 후보의 해외 체류는 1, 2개월에 그칠 수도 있다.

안 전 후보는 지난 11일 서울 한 음식점에서 자신의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던 관계자들과 만나 "백의종군 자세로 대선에 임한 뒤 출국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12일 전했다.

안 전 후보는 "새 정치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 출국은 하지만 이 길은 계속 갈 것"이라고 말해 대선 후로도 정치활동을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런 발언들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안 전 후보가 대선 승패에 따라 향후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깊이 고민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문 후보가 패한다면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안철수 구원등판'을 요구하는 등 쇄신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고, 안 전 후보는 그때 가서 신당 창당 등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도 늦지는 않다.

안 전 후보가 신당 창당에 나선다면 그 시점은 내년 4월 재ㆍ보궐선거 이전이 될 확률이 높다. 캠프 관계자들은 안 전 후보가 재ㆍ보궐선거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전 후보가 강조해온 정치ㆍ정당 개혁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원내 의석을 가져야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안 전 후보의 신당 창당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안 전 후보가 대선 출마 포기 선언 3일 후인 지난달 26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만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사람은 비노 성향이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을 뿐 아니라 정치적 지향점도 비슷하다. 두 사람이 배석자 없이 만났던 만큼 대선 후 신당 창당 등 진로에 대해 고민했을 거라는 유추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신당'이 가시화될 경우 손학규계, 민주당 486 등 비문 그룹과 새누리당 비박 개혁파 및 친이계 일부도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안 전 후보가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선주자 1순위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안 전 후보가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적어도 대선 직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선 패배 시) 비노 진영 등에서는 안 전 후보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겠지만 안 전 후보가 선뜻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음 대선까지 5년이나 남아 있는데 뭐가 급하다고 안 전 후보가 섣불리 움직이겠냐"고 귀띔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