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경제연구소'중장년 화이트칼라 지속고용의 과제'높은 임금·직책 감소 '낮은 생산성' 이미지퇴직 이후 준비 부족 등 기업 지속고용 저해임금피크제 등 제도 보완… 직무재교육 변화적응 유도

산업구조 고도화 및 고령화로 45~59세의 중장년 화이트칼라 비중이 늘어나는 반면 이들의 고용지속성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중장년 화이트칼라의 조기퇴직 문제는 단순히 개인소득이 줄어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노하우 손실, 정부의 복지부담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삼성경제연구소는 '중장년 화이트칼라 지속고용의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들의 고용확산에 방법에 대해 분석했다.

회사를 떠나는 아빠들

2000년 이후 중장년 화이트칼라의 비중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이는 전체 근로자 직업별, 연령별 분포를 살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산업구조 고도화로 전체 근로자 중 블루칼라 비중이 정체하는 반면 화이트칼라는 2011년 기준 427만명으로 313만명이었던 2000년에 비해 36.3%나 증가했다.

특히 화이트칼라 중 45~59세에 해당하는 중장년층 비중은 2000년 12.2%(38만명)에서 2011년 21.3%(91만명)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비중이 늘어나는 것과는 무관하게 화이트칼라의 평균 근속연수는 50~54세를 정점으로 감소, 실질 퇴직연령이 55세를 밑돌고 있다. 이는 화이트칼라의 경우 청장년기에는 기업경쟁력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생산력과 활력이 저하돼 인력운영상 기업 측의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40대 말~50대 초반에 임원이 되지 못하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반면 청년층이 꺼리는 블루칼라의 경우 2017년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나이가 들어도 지속고용이 가능하다.

경제ㆍ사회적으로 중장년 화이트칼라의 조기퇴직은 개인소득감소, 기업현장의 노하우 손실과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 재정 악화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라도 이들의 지속고용을 확보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상태다. 그러나 중장년 화이트칼라의 지속고용에 큰 걸림돌이 있어 제도마련이 쉽지는 않은 상태다.

지속고용 저해요인

중장년 화이트칼라 지속고용의 저해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보고서에서는 이를 WHITE(Wage, Harmony, Image, Transfer, Energy)로 나눠 분석했다.

(Wage) 우선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꼽을 수 있다. 중장년 화이트칼라의 임금은 평균 453.6만원으로 같은 나이대 블루칼라(255.6만원)나 젊은층 화이트칼라(303.5만원)의 평균임금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한 근속연수가 올라갈수록 임금이 함께 올라가는 연공급 성격이 강하다는 것도 기업엔 큰 부담이 된다.

(Harmony) 직책 감소로 적합직무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인터넷이나 정보통신의 발달로 사무자동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수평적 조직구조가 확산되면서 관리자 직책은 감소 추세에 있다. 직책 위주로 운영되는 인사 관행을 미루어볼 때 별다른 직책이 없는 중장년 화이트칼라들은 기업 내에서 설 자리게 없게 된다.

(Image) 생산성이 낮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중장년 화이트칼라 지속고용의 주요한 저해요인으로 분류된다. 대다수 중장년 화이트칼라의 경우 기업 내에만 통용되는 능력개발에 집중된 데다 전문지식과 업무능력 등이 빠르게 진부화되고 있어 생산성이 낮다고 인식될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 등 건강상 한계, 신기술 습득 지체, 융통성 부족 등 변화에 적응력 부족 등이 우려된다.

(Transfer) 중장년 화이트칼라들은 퇴직 이후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한 준비가 부족하다. 여기에 임금피크제, 적합직무 개발, 고용형태 다양화 등 이들을 위한 제도 도입이 미흡한 수준인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Energy) 중장년 화이트칼라들이 많아질 경우 조직 내 고령화로 인해 신구세대 간 소통에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도 문제다. 이는 자연스레 조직의 활력을 저해함으로써 기업 생산성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지속고용을 위한 과제

중장년 화이트칼라의 지속고용을 위해서는 어떤 작업이 필요할까? 보고서에 따르면 제도적 차원의 보완들이 다각도로 실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속고용에 초점을 둔 '직종별 정년제'가 추진돼야 한다. 화이트칼라의 경우 일률적인 60세 정년의무화보다는 각 직종의 특성을 반영, 단계적으로 정년연장을 추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화이트칼라형 임금피크제' 도입도 좋은 방안으로 꼽힌다. 직무가 일정하고 연령에 따른 생산성 증가가 크게 기대되지 않는 일반사무직의 경우 50세부터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 50세부터 체감정년인 54세까지는 임금을 고정시키고 55세부터 58세까지는 최고 임금의 70% 수준까지 조정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새로운 기술과 환경에 대해 지속적으로 직무재교육을 시행,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방안도 주목된다. 또한 생애설계교육을 시행, 고용가능성 제고 및 미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필요하다.

중장년 화이트칼라를 위해 해당 기업 내에서의 고용뿐 아니라 전체 노동시장까지 포괄한 고용시장 확대도 한 방편이다. 이를테면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부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 대기업 화이트칼라의 중소기업 출향으로 경영노하우와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다.

근로시장 단축 및 근무형태 유연화로 중장년 화이트칼라에게 친화적인 고용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 4일 근무제, 일일 6시간 근무제 등 근무형태를 다양화하면 훨씬 고용폭이 늘어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측은 중장년 화이트칼라의 지속고용 방안에 대해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차원에서 정부는 평생교육제도 등 관련 제도와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은 인사 및 고용 관련 경영시스템을 정비하며, 개인은 평생직업시대에 맞게 사고를 전환하고 자기개발에 힘을 다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