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대위 체제 민주당, 당선인 측근들 노리나1탄 인수위 대변인 포함… 그동안 쟁점은 성향후속은 사생활 문제 부각저격수 강기정 의원 선봉… 집요하게 물고늘어지기

국회 법사위원인 서영교 의원(민주통합당·왼쪽 두번째)이지난 6일친일재산 환수, 위안부 배상청구권 문제에 대한 일부위헌 의견을 낸 이동흡 후보자의 전력을 지적하며 헌법재판소장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말하고 있다. 들고 있는 사진은 지난 3일 사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황금주 할머니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좌초 위기를 딛고 문희상(68) 5선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한 민주통합당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주류로 편입된 이 측근이 말(馬)에 오르기도 전에 발목을 잡힌다면 당선인도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다.

1탄이 윤창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 2탄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라면 3탄은 박 당선인의 측근이 될 거라는 게 민주당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윤 대변인과 이 후보자의 가장 큰 쟁점이 성향(강경 보수)이었다면 3탄은 개인적인 사생활 문제가 될 것"이라며 "비대위 체제가 본격적으로 출범하고 나면 곧바로 이 인사에 대한 공세가 시작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인사가 향후 어떤 위치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공세 시점과 강도는 달라질 수 있다.

1탄은 대선 직후 당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뤄진 터라 준비가 많이 부족했던 반면 2탄과 3탄은 다를 거라는 게 민주당 측의 전언이다. 특히 3탄은 철저히 개인적인 문제인 만큼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와 별개로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동흡 낙마팀 구성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연합뉴스
민주당은 지난 8일 대구ㆍ경북(TK) 출신에 '강경 보수'로 분류되는 이동흡 후보자를 향해 "철저히 검증해서 반드시 낙마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내정 취소를 요구한 야당의 목소리를 묵살한 채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넘긴 데 대한 반박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후보자는 지나치게 보수 성향으로 편중돼 있고 재판관으로서 자질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헌법 가치에 몰이해하다"면서 "헌재 내부에서조차 소장으로서의 자질 문제를 거론하며 '제발 이분만은 막아달라'는 청원이 이어진다. 최강의 검증팀을 꾸려 이 후보자를 낙마시킬 수밖에 없다"고 선전포고했다.

이 후보자가 본인과 배우자, 장남 명의로 신고한 재산내역은 총 15억2,372만8,000원으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아파트(162.57㎡) 7억2,100만원 ▦경북 청도군 이서면 및 각남면 도로 및 임야(2만7,207㎡) 532만3,000원 ▦예금 7억9,043만1,000원 ▦2012년식 그랜저HG 차량 3,168만원 ▦금융기관 채무 2,470만6,000원 등이다.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납세, 병역, 재산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헌재 소장으로서 자질, 헌재 재판관 재직 시절 비위 여부 등을 검증하는 것은 기본이다.

민주당은 '저격수'로 통하는 3선의 강기정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청문특위에 최재천 박범계 박홍근 서영교 의원 등 법률지식에 해박하고 논리적인 의원들을 배치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MB 정부 때도 주요 인사 청문회에서 민주당은 철저한 준비와 검증으로 후보자들을 낙마시켰던 사례가 있다. 이번에도 국민들 앞에서 후보자에 대한 냉정한 검증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연합뉴스
도덕성 집중 부각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비대위가 꾸려지고 나면 민주당 측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측근에 대해 공세를 퍼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패배 후유증을 어느 정도 털고 나면 야당 '본연의' 자세로 돌아갈 거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야당에서 후보자의 능력, 자질, 성향 등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도덕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민주당에서는 박 당선인 한 측근의 행적을 파헤치기 위해 '현장조사'까지 실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이 측근은 2, 3년 전에 모 단체에서 한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에서 만났다는 모 단체 관계자들은 '유쾌한 일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이제 와서 왜 그 문제를 거론하느냐'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했던 인사들 가운데 몇몇은 도덕성에 물음표가 붙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야당에서 이런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늘어진다면 박 당선인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는 주요 인사들의 무덤


MB 정권초기 2008년 장관 후보 3명 낙마
이후 검찰총장·총리·장관 후보자 벽 못 넘어


대통령과 여당에는 피하고 싶은 매라면, 야당에는 존재감을 심어줄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바로 인사청문회다. 인사청문회법은 국민의 정부 중반기였던 2000년 6월에 제정돼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과거는 물론이고 현정부에서도 대통령의 '개인적인' 신임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나머지 말 안장에 앉아 보지도 못한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강부자(강남 땅부자)'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이라는 오명을 썼던 MB 정권은 출범 즈음인 2008년 2월 1차 개각 때부터 큰 홍역을 치렀다. 남주홍 통일부 장관, 박은경 환경부 장관,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가 의혹에 휘말린 끝에 낙마했다.

남 내정자는 자녀 이중국적 문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박 내정자는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 이 내정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제대로 뜻을 펴보지 못한 채 꿈을 접어야 했다.

2009년 7월에는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가 자진 사퇴했다. 천 내정자는 위장전입, 스폰서 논란 등으로 국민적 분노를 사면서 사퇴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천 내정자는 낙마 후로도 '스폰서 검사'라는 오명을 떠안아야 했다.

2010년에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가 줄줄이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 후보자는 '박연차 게이트' 연루설, 스폰서 의혹, 부인의 뇌물 수수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양파 총리'라는 비아냥에 시달렸다. 신 내정자는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 이 내정자는 투기 의혹 등이 결정타가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 패배 후 계파 간 갈등 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던 민주당이 2월 인사청문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인사청문회와는 별개로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증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