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 전격 사임 왜금융위, 금감원 통합설 부담 론스타 먹튀 사태 책임론저축은행 피해자 집무실까지 진입 압박도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

연합뉴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확인됐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자신의 발로 걸어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금융권은 적잖이 놀라는 눈치다. 2011년 1월 취임한 김 위원장이 2014년 1월까지 임기를 채우리라는 시각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밝힌 사임 이유는 "차기 대통령에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표면적인 사유와 별개의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바로 ▦금융위-금융감독원 통폐합 압박 ▦론스타 사태에 대한 부담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압박 등이 그것이다.

팽 당하기 전 선수(先手)?

금융권은 먼저 금융위와 금감원의 통폐합 문제가 가장 큰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신설됐다. 정책기능은 금융위가, 감독기능은 금감원이 맡는 이원화 금융감독체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동안 이런 체계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양측의 동상이몽, 엇박자 행보에 문제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저축은행 사태다.

특히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금융권에선 두 기구의 통폐합 및 인적쇄신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금융위를 해체하고 금감원에 통합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이에 금감원 건물에 세들어 살던 금융위는 짐을 싸 들고 이사를 갔다. 금감원과 물리적 거리를 두고 독립된 부처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또 김 위원장도 현재 금융위 해체론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며 현행체제 유지의 당위성을 피력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 만큼 현행 체제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여전히 우세했다.

결국 등 떠밀려 쫓겨나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평생을 공직에 몸바쳐온 김 위원장으로선 상당한 불명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선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자신의 발로 걸어나갔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론스타 사태도 부담

론스타 사태에 대한 책임론도 부담으로 작용했으리란 지적이 있다. 김 위원장은 2003년 외환은행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매각할 당시 실무진에 있었다. 이후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론스타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당연히 김 위원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감사원 감사를 받았고, 검찰에도 출두해야 했다.

이후 2011년 금융위원장에 오르면서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와 국내 금융지주 인수여부를 최종 승인하는 입장에 서게 됐다. 당시 정치계와 노동계, 학계까지 나서 론스타 자본에 대해 적격성 심사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2011년 금융위는 론스타에 대해 "비금융자산이 2조원을 넘긴 하지만 비금융주력자로 볼 근거가 없다"며 족쇄를 풀어줬다.

이로 인해 론스타는 5조에 달하는 자금을 챙겨 한국을 떠나게 됐다. 김 위원장은 론스타가 먹튀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민단체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론스타가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하면서 부담은 더욱 커졌다. 론스타가 ISD를 제기한 근거는 매각 승인 지연에 따른 이익 감소와 국세청의 부당 과세다. 법조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론스타가 제시한 피해금액은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동안 김 위원장은 론스타와의 법정 공방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쳐 왔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지면 끝장, 이겨도 본전'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궁지에 몰린 상황. 김 위원장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압박

저축은행 피해자들로부터 상당한 압박에 시달려온 점도 사임 결정에 영향을 미쳤으리란 관측도 있다. 양측의 악연은 '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진 2011년부터 시작된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김 위원장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강하게 압박했다.

2011년 말에는 저축은행 피해자 70여명이 금융위원회의 창업ㆍ중소기업 간담회가 진행 중인 부산테크노파크를 찾아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당시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김 위원장의 승용차를 멈춰 세우고 욕설과 함께 물병과 화분을 던지기도 했다.

프레스센터 집무실로 난입하는 소동도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직원들과 3시간 가량 대치했다. 금융위 직원들과 경비 인력들이 이들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일부 직원이 부상을 입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소동은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수습됐다.

급기야 최근엔 김 위원장의 집 앞에 진을 치기도 했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지난해 12월 서울 모처에 위치한 김 위원장의 사택 앞에서 3시간 동안 모여 농성을 벌였다.

그 시간 업무로 집을 비운 김 위원장은 이들과 마주치지 않았지만, 밤 늦게까지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특히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현관문에 '집에 불을 지르겠다', '딸이 어디에 사는지 다 알고 있다'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김 위원장으로선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금융권은 김 위원장이 이런 이유들로 큰 압박을 받아왔고, 이번 사임 결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여러 가지 문제로 큰 스트레스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일들이 사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