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세 정치인 시대새 비서실장 유일호 등 2세 정치인 인수위 전면에남경필, 지역구 물려받아 수원서 터줏대감으로이종걸 4선 의원은 독립운동가 집안 출신김현철·김홍업 등은 아버지 명성에 못 미쳐
박 당선인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12월 24일 초미의 관심사였던 비서실장에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을 임명했다. 유 의원은 민한당 총재를 지낸 유치송 전 의원의 아들로 지난 총선에서 4선 중진인 천정배 민주당 전 의원을 잡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2세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정가에서는 "바야흐로 2세 정치인의 시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인수위원회에 발탁된 인사들 중 상당수는 박 당선인의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런저런 이유로 인연이 있다. 야당에서 '2세 인수위원회' '박정희 키드(Kid)'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13일 일신상의 이유로 전격 사퇴한 최대석 교수는 최재구 전 공화당 의원의 아들이다. 서승환 교수는 서종철 전 국방부 장관의 아들이고, 장순흥 교수는 장우주 전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의 아들이다. 또 안상훈 교수는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다.
2세 정치인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크게 두 가지. 부친의 지역구를 그대로 물려받거나 후광에만 기댄 경우에는 대해서는 '봉건주의적 세습'이라는 가혹한 비판이 따른다. 반면 '정치인 DNA'를 물려받았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한정훈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세 정치인이라는 게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2, 3세 정치인들이 매우 흔하다. 다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유명세를 안고 시작하는 2세 정치인일수록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선 남경필이 선두주자
40대 후반의 나이에 벌써 5선 배지를 단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2세 정치인의 대표주자다. 남 의원의 부친인 고 남평우 전 의원은 14, 15대 때 수원에서 배지를 달았으나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경북 구미을에서 3선 등정에 성공한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은 김동석 전 의원의 아들이자 고 김윤환 전 의원의 동생이다. 강원 속초ㆍ고성ㆍ양양에서 배지를 단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부친은 이 지역에서 3선에 올랐던 정재철 전 의원이다.
18대 국회 최연소 의원이었던 김세연(41ㆍ부산 금정) 새누리당 의원의 부친은 5선에 빛나는 김진재 전 의원이다. 김 의원은 19대 때도 무난히 승리하며 아버지와 합쳐 7선에 성공했다.
지난 총선을 통해 유수호 전 의원의 아들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도 대구 동구을에서 3선 배지를 달았고, 정운갑 전 5선 의원의 아들인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청주 상당에서 3선 의원이 됐다.
지난 총선 때 공천을 받지는 못했지만 대선 과정에서 박 당선인 승리에 적잖은 힘을 보탰던 김무성 전 4선 의원은 고 김용주 전 의원의 아들이며, 최치환 전 의원의 사위다. 김 전 의원은 금년 중 재ㆍ보궐선거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남 여수갑에서 4선에 성공한 김성곤 민주당 의원의 부친도 유명한 정치인이다. 김 의원의 아버지는 한국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데 이어 8, 9대 총선에 당선됐던 김상영 전 의원이다.
17대에 이어 19대에도 국회에 입성한 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2세 정치인으로 눈길을 끈다. 서울 마포갑에서 배지를 단 노 의원의 부친은 마포구청장 출신으로 국회부의장까지 올랐던 노승환 전 의원이다.
이종걸(56) 민주당 4선 의원은 독립운동가 집안 출신이다. 이 의원의 조부는 우당 이회영 선생이고 작은할아버지는 초대 부통령인 이시영 선생이다. 또 이종찬 국민의 정부 초대 국가정보원장은 이 의원의 사촌형이다.
서울 도봉갑에서 배지를 단 인재근 의원은 고 김근태 전 의원의 부인이다. 인 의원은 남편이 만든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에서 함께 활동했으며 2011년 말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본격적인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아버지의 절반만 닮았어도…
'아버지의 절반만 닮았어도'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 당선인은 5선 국회의원에 이어 대통령에까지 올랐지만 김현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은 아버지에 비하면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다.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18대에 이어 지난해 4ㆍ11 총선 때도 부친의 고향인 경남 거제 출마를 노렸으나 공천을 받지 못하자 3월에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김 전 부소장은 대선 과정에서 '장고' 끝에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했으나 문 후보의 낙선으로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김홍업 전 의원은 부친이 대통령에서 퇴임한 지 4년 뒤인 2007년 전남 무안ㆍ신안의 재ㆍ보궐선거를 통해 여의도에 입성했으나 이듬해 공천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야인으로 돌아가야 했다.
김 전 의원은 2011년 말에는 민주당 간판으로 4ㆍ11 출마설이 나돌았던 데 이어 총선 직전에는 한광옥 전 의원 등 동교동계가 중심이 돼 만들었던 정통민주당의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도 엿보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김상현 전 6선 의원의 아들인 김영호씨는 민주당 공천을 받아 지난 총선 때 서울 서대문을에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과 접전을 벌였으나 분류를 삼켰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아들로 18대 때 비례대표로 국회의사당에 들어갔던 김성동 전 새누리당 의원은 총선 때 서울 마포을에서 정청래 민주당 후보에게 대패했고, 이용희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인 이재한씨도 충북 옥천ㆍ보은ㆍ영동에서 새누리당 박덕흠 후보에게 무릎을 꿇어야 했다.
정일형家 3대 금배지만 14개 미국 제35대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를 배출했던 케네디가(家). 케네디 대통령은 흉탄에 일찍 생을 마감했지만 미국 역사상 손가락 안에 드는 훌륭한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추앙된다. 또 케네디가는 미국을 대표하는 정치 명가로 꼽힌다. 미국에 케네디가가 있다면 한국에는 정일형가(家)가 있다. 정일형가는 직계 기준으로 3대에 거쳐 14개의 금배지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정치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이었던 고 정일형 박사는 서울 중구에서만 8선 의원을 지냈고 그의 아들인 정대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같은 지역구에서 5선 배지를 달았다. 그리고 정 고문의 아들인 정호준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3선 출신의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꺾고 여의도 입성의 꿈을 이뤘다. 정 전 수석의 부친은 6선의 고 정석모 전 의원이다. 정 의원의 조부와 부친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유명 정치인이지만 외증조모인 박현숙 전 의원(재선)과 이모부인 조순승 전 의원(3선)도 현역 시절 이름을 날렸다. 박 전 의원과 조 전 의원으로 범위를 넓히면 정일형가의 금배지는 모두 19개에 이른다. 정 박사는 독립 투쟁, 대한민국 건국, 민주화 투쟁을 위해 한평생을 바쳤고, 부친에 이어 야당 정치인의 길을 걸은 정 고문은 15대 대선에서 헌정 사상 첫 여야 간 수평적 정권 교체의 밑거름이 됐다. 정 의원의 당선도 우연이 아니었다. 정 의원은 17대 때는 박성범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했고, 18대 때는 당의 전략공천 방침에 따라 잠시 뜻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꿈을 버리지 않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 끝에 지난해 거물을 잡고 여의도에 입성했다. |
시진핑·아베도 '정치인 집안'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3국의 최고지도자 모두 2세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을 갖게 됐다. 박 당선인이야 긴 설명이 필요 없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이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역시 유명 정치인의 아들들이다. 중국 권력의 정점에 선 시 총서기는 중국 부총리를 지낸 혁명 원로 시중쉰(習仲勳)의 아들이다. 따라서 시 총서기는 태자당(혁명 원로 자녀 그룹)으로 분류된다. 아베 총리의 집안도 정치적으로 매우 화려하다.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상이 아베 총리의 아버지다. 또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는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이고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는 작은 외할아버지다. 올해 자국 내 최고 권력자가 된 세 사람은 국익과 개인적인 자존심을 걸고 치열한 외교전(戰)을 치르게 됐다. 우선 미ㆍ중 간 갈등, 중ㆍ일 간 조어도(釣魚島, 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민족주의 감정,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 개발에 따른 한반도 긴장 고조 등이 삼국 간에 큰 숙제다. |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