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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후광' 덕분인가, '정치 DNA' 물려받았나

● 2세 정치인 시대
새 비서실장 유일호 등 2세 정치인 인수위 전면에
남경필, 지역구 물려받아 수원서 터줏대감으로
이종걸 4선 의원은 독립운동가 집안 출신
김현철·김홍업 등은 아버지 명성에 못 미쳐
  • 박근혜 당선인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등이 지난해 2월서울 상암동에 설립된 박정희 대통령 기념, 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해 전시물을 보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사상 첫 부녀 대통령이 시대를 연 박근혜 당선인의 인선에 유독 2세 정치인들이 눈에 띈다.

박 당선인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12월 24일 초미의 관심사였던 비서실장에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을 임명했다. 유 의원은 민한당 총재를 지낸 유치송 전 의원의 아들로 지난 총선에서 4선 중진인 천정배 민주당 전 의원을 잡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2세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정가에서는 "바야흐로 2세 정치인의 시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인수위원회에 발탁된 인사들 중 상당수는 박 당선인의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런저런 이유로 인연이 있다. 야당에서 '2세 인수위원회' '박정희 키드(Kid)'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13일 일신상의 이유로 전격 사퇴한 최대석 교수는 최재구 전 공화당 의원의 아들이다. 서승환 교수는 서종철 전 국방부 장관의 아들이고, 장순흥 교수는 장우주 전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의 아들이다. 또 안상훈 교수는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다.

  • 왼쪽부터 남평우 전 의원, 남경필 의원, 김용주 전 의원, 김무성 전 의원 /연합뉴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뿐 아니다. 현역 정치인들 가운데 꽤 여러 사람이 부친에 이어 2대째 정치를 '업(業)'으로 하는 2세 정치인들이다. 18대에 이어 19대 국회에도 2세 정치인은 전체(300명)의 10%에 육박하는 20명 이상이다.

2세 정치인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크게 두 가지. 부친의 지역구를 그대로 물려받거나 후광에만 기댄 경우에는 대해서는 '봉건주의적 세습'이라는 가혹한 비판이 따른다. 반면 '정치인 DNA'를 물려받았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한정훈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세 정치인이라는 게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2, 3세 정치인들이 매우 흔하다. 다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유명세를 안고 시작하는 2세 정치인일수록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선 남경필이 선두주자

40대 후반의 나이에 벌써 5선 배지를 단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2세 정치인의 대표주자다. 남 의원의 부친인 고 남평우 전 의원은 14, 15대 때 수원에서 배지를 달았으나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 왼쪽부터 정일형, 정대철, 정호준
남 의원은 부친의 사망으로 치러진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19대까지 내리 5차례 당선되며 수원의 터줏대감, 경기의 맹주로 자리매김했다. 아버지는 재선으로 마감했지만 남 의원은 어느덧 5선 고지를 밟았다.

경북 구미을에서 3선 등정에 성공한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은 김동석 전 의원의 아들이자 고 김윤환 전 의원의 동생이다. 강원 속초ㆍ고성ㆍ양양에서 배지를 단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부친은 이 지역에서 3선에 올랐던 정재철 전 의원이다.

18대 국회 최연소 의원이었던 김세연(41ㆍ부산 금정) 새누리당 의원의 부친은 5선에 빛나는 김진재 전 의원이다. 김 의원은 19대 때도 무난히 승리하며 아버지와 합쳐 7선에 성공했다.

지난 총선을 통해 유수호 전 의원의 아들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도 대구 동구을에서 3선 배지를 달았고, 정운갑 전 5선 의원의 아들인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청주 상당에서 3선 의원이 됐다.

지난 총선 때 공천을 받지는 못했지만 대선 과정에서 박 당선인 승리에 적잖은 힘을 보탰던 김무성 전 4선 의원은 고 김용주 전 의원의 아들이며, 최치환 전 의원의 사위다. 김 전 의원은 금년 중 재ㆍ보궐선거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아베 신조 총리
김한길 민주통합당 4선 의원의 부친은 고 김철 사회당 당수다. 김 당수는 1971년에는 통일사회당 후보로 제7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등 민주화와 진보 정당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

전남 여수갑에서 4선에 성공한 김성곤 민주당 의원의 부친도 유명한 정치인이다. 김 의원의 아버지는 한국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데 이어 8, 9대 총선에 당선됐던 김상영 전 의원이다.

17대에 이어 19대에도 국회에 입성한 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2세 정치인으로 눈길을 끈다. 서울 마포갑에서 배지를 단 노 의원의 부친은 마포구청장 출신으로 국회부의장까지 올랐던 노승환 전 의원이다.

이종걸(56) 민주당 4선 의원은 독립운동가 집안 출신이다. 이 의원의 조부는 우당 이회영 선생이고 작은할아버지는 초대 부통령인 이시영 선생이다. 또 이종찬 국민의 정부 초대 국가정보원장은 이 의원의 사촌형이다.

서울 도봉갑에서 배지를 단 인재근 의원은 고 김근태 전 의원의 부인이다. 인 의원은 남편이 만든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에서 함께 활동했으며 2011년 말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본격적인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고 김근태 전 의원이 이끌었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규성 민주당 3선 의원과 이경숙 전 의원은 17대 국회 때 사상 최초로 부부 국회의원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아버지의 절반만 닮았어도…

'아버지의 절반만 닮았어도'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 당선인은 5선 국회의원에 이어 대통령에까지 올랐지만 김현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은 아버지에 비하면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다.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18대에 이어 지난해 4ㆍ11 총선 때도 부친의 고향인 경남 거제 출마를 노렸으나 공천을 받지 못하자 3월에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김 전 부소장은 대선 과정에서 '장고' 끝에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했으나 문 후보의 낙선으로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김홍업 전 의원은 부친이 대통령에서 퇴임한 지 4년 뒤인 2007년 전남 무안ㆍ신안의 재ㆍ보궐선거를 통해 여의도에 입성했으나 이듬해 공천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야인으로 돌아가야 했다.

김 전 의원은 2011년 말에는 민주당 간판으로 4ㆍ11 출마설이 나돌았던 데 이어 총선 직전에는 한광옥 전 의원 등 동교동계가 중심이 돼 만들었던 정통민주당의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도 엿보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김상현 전 6선 의원의 아들인 김영호씨는 민주당 공천을 받아 지난 총선 때 서울 서대문을에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과 접전을 벌였으나 분류를 삼켰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아들로 18대 때 비례대표로 국회의사당에 들어갔던 김성동 전 새누리당 의원은 총선 때 서울 마포을에서 정청래 민주당 후보에게 대패했고, 이용희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인 이재한씨도 충북 옥천ㆍ보은ㆍ영동에서 새누리당 박덕흠 후보에게 무릎을 꿇어야 했다.

정일형家 3대 금배지만 14개



미국 제35대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를 배출했던 케네디가(家). 케네디 대통령은 흉탄에 일찍 생을 마감했지만 미국 역사상 손가락 안에 드는 훌륭한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추앙된다. 또 케네디가는 미국을 대표하는 정치 명가로 꼽힌다.

미국에 케네디가가 있다면 한국에는 정일형가(家)가 있다. 정일형가는 직계 기준으로 3대에 거쳐 14개의 금배지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정치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이었던 고 정일형 박사는 서울 중구에서만 8선 의원을 지냈고 그의 아들인 정대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같은 지역구에서 5선 배지를 달았다.

그리고 정 고문의 아들인 정호준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3선 출신의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꺾고 여의도 입성의 꿈을 이뤘다. 정 전 수석의 부친은 6선의 고 정석모 전 의원이다.

정 의원의 조부와 부친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유명 정치인이지만 외증조모인 박현숙 전 의원(재선)과 이모부인 조순승 전 의원(3선)도 현역 시절 이름을 날렸다. 박 전 의원과 조 전 의원으로 범위를 넓히면 정일형가의 금배지는 모두 19개에 이른다.

정 박사는 독립 투쟁, 대한민국 건국, 민주화 투쟁을 위해 한평생을 바쳤고, 부친에 이어 야당 정치인의 길을 걸은 정 고문은 15대 대선에서 헌정 사상 첫 여야 간 수평적 정권 교체의 밑거름이 됐다.

정 의원의 당선도 우연이 아니었다. 정 의원은 17대 때는 박성범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했고, 18대 때는 당의 전략공천 방침에 따라 잠시 뜻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꿈을 버리지 않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 끝에 지난해 거물을 잡고 여의도에 입성했다.


시진핑·아베도 '정치인 집안'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3국의 최고지도자 모두 2세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을 갖게 됐다. 박 당선인이야 긴 설명이 필요 없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이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역시 유명 정치인의 아들들이다.

중국 권력의 정점에 선 시 총서기는 중국 부총리를 지낸 혁명 원로 시중쉰(習仲勳)의 아들이다. 따라서 시 총서기는 태자당(혁명 원로 자녀 그룹)으로 분류된다.

아베 총리의 집안도 정치적으로 매우 화려하다.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상이 아베 총리의 아버지다. 또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는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이고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는 작은 외할아버지다. 올해 자국 내 최고 권력자가 된 세 사람은 국익과 개인적인 자존심을 걸고 치열한 외교전(戰)을 치르게 됐다. 우선 미ㆍ중 간 갈등, 중ㆍ일 간 조어도(釣魚島, 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민족주의 감정,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 개발에 따른 한반도 긴장 고조 등이 삼국 간에 큰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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