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CEO 전성시대 열리나슈라이어 사장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비모스키 부회장 두산 지주회사 전환 견인마하셔 에쓰오일 사장 한복 입고 한국식 이름… 바이오 분야 전문성 앞세워 두드러진 활약신사업 발굴 공로 인정받아 잇따라 승진

피터 슈라이어 현대차그룹 디자인 총괄사장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4강신화를 일궈냈을 때 국민들은 '파란 눈의 이방인 지도자'에게 열광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의 뒤를 이어 국가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은 움베르투 코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러,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감독 등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결국 팬들의 야유 속에 쓸쓸히 퇴장해야만 했다.

언어, 음식 등 쉽사리 적응하기 어려운 문화 속에서 철저히 성과 위주로 검증되는 까닭에 외국인 감독들이 한국팀을 맡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는 국내 대기업을 이끄는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영입된 외국인 CEO들이 기업을 이끌며 짧은 기간에 큰 성과를 내주기를 기대하는 까닭에 성공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 국내보다 해외의 매출비중이 훨씬 높은 글로벌 기업들이지만 정작 본사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CEO들이 많지 않은 이유다.

그럼에도 국내 주요 대기업에는 자신의 영역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외국인 CEO들이 존재한다. <주간한국>에서는 국내 대기업들의 배타적 '순혈주의'를 넘어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는 외국인 CEO들을 소개해봤다.

삼고초려하며 모시기

제임스 비모스키 (주)두산 부회장
지난 연말 단행된 현대차그룹 임원 인사소식을 접한 자동차업계 인사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탁월한 디자인으로 기아자동차의 부흥기를 이끈 피터 슈라이어 기아자동차 부사장이 드디어 사장 직함을 달았기 때문이다.

영입 당시부터 유력한 사장 후보라는 평을 들었던 데다 지난 6년간 거둔 성과도 만만치 않았던 슈라이어 사장인지라 승진소식이 그리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연말 승진으로 슈라이어 사장은 현대차그룹 국내 법인에서 외국인으로 사장 자리에 오른 첫 인물이 됐다. 또한 마케팅과 영업ㆍ생산관리 부문이 강세를 보이는 현대차그룹에서 디자이너로 사장까지 오른 것도 슈라이어 사장이 처음이다.

지난 14일 또 하나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기아자동차의 디자인을 전담하고 있던 슈라이어 사장이 앞으로 현대자동차의 디자인까지 총괄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현대차그룹 측은 "현대ㆍ기아자동차의 디자인 역량을 높이고 양사 간의 디자인 차별화를 통한 브랜드 혁신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슈라이어 사장을 현대ㆍ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으로 임명했다"고 승진배경을 밝혔다.

안토니 헬샴 두산인프라코어 건설기계 사장
크리스 뱅글, 월터 드 실바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슈라이어 사장은 독일 뮌헨대학 산업디자인학과, 영국 왕립예술대학 자동차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에서 디자인 총괄책임자를 역임했다. 아우디에서는 A시리즈와 최고 히트작인 'TT'를 만들어냈고 폴크스바겐에서는 골프 4~5세대 모델과 제타, 파사트, 뉴비틀 등을 디자인했다.

슈라이어 사장을 데려오기 위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삼고초려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 기아자동차 사장을 맡고 있던 정 부회장은 기아자동차 부활의 단초로 '디자인 경영'을 선언, 적임자인 슈라이어 사장의 영입에 발 벗고 나섰다.

처음에는 제안을 거부했던 슈라이어 사장이었지만 정 부회장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이전에 다니던 회사들과 규모, 인지도 등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미약했던 기아자동차에 합류했다.

슈라이어 사장은 '직선의 단순화'라는 디자인 방향을 제시하고 속칭 '슈라이어 라인'이라고 불리는 호랑이 코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앞세워 기아자동차 고유의 패밀리룩을 만들어냈다.

슈라이어 사장의 합류로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던 기아자동차의 실적은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1년 매출 43조원에 영업이익 3조5,000억원을 기록했으며 2012년에도 비슷한 성적표를 받을 전망이다.

폴 콜만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 CEO
최고디자인책임자(CDO)로서 현대차그룹의 장기적인 디자인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게 된 슈라이어 사장은 앞으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각각의 디자인 차별화를 우선적인 목표로 할 계획이다.

슈라이어 사장은 "기아자동차는 지금까지 건축학적인 면으로 접근했고 현대자동차는 조형적인 측면을 강조해왔다"며 "이 같은 디자인 랭귀지 부분에서 차별화를 두고 독창적인 부분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두산, 외국인 CEO들 다수

국내 대기업에서 외국인 임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대표이사 역할을 맡은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물며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인 부회장 직함을 갖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요 그룹 중에서는 이 유일하다.

비모스키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분식 회계 등으로 얼룩졌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선진형 기업지배구조를 약속한 두산그룹에 2006년 영입됐다. 외국인 임원이 극히 드물었던 당시만 해도 그룹 내부에서는 비모스키 부회장의 합류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비모스키 부회장은 (주)두산 사업부문을 책임지면서 자신의 몫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팀 백스터 삼성전자 부사장
맥킨지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MBA를 취득한 비모스키 부회장은 1980년부터 2004년까지 맥킨지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맥킨지를 나온 이후에도 말레이시아 최대 은행 중 하나인 서던뱅크의 수석부행장과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을 지내는 등 24년간 컨설팅 업계에서 일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14년에 걸쳐 아시아 지역에 몸을 담가온 데다 1992년부터 6년 간은 맥킨지 한국대표로 근무한 비모스키 부회장은 국내 경제환경과 기업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오랜 경험으로 두산그룹이 현재의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을 이끌었다.

글로벌 인재영입에 열심인 두산그룹에는 또 한 명의 외국인 사장이 존재한다. 바로 안토니 헬샴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이다. 두산인프라코어에서 건설기계 BG(Business Group)를 맡고 있는 헬샴 사장은 2010년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에게 스카우트됐다.

헬샴 사장은 1980년부터 볼보 건설기계 분야에서만 30년을 근무하며 입지를 다진 신화적인 인물이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볼보건설기계 CEO로 일하며 회사를 글로벌 3위 업체로 키웠다. 볼보가 삼성중공업의 건설기계 사업부를 인수해 볼보건설기계코리아를 설립한 1998년 한국 지사장으로 부임, 적자였던 사업을 1년 만에 흑자전환시키는 등 우리나라와도 연관이 깊다.

한국식 이름까지 쓰며 적응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대표이사 사장
에쓰오일의 전신인 한이석유는 1976년 쌍용양회 및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 간 합작 투자로 설립됐다.

1980년 이란 호메이니 혁명의 여파로 NIOC가 철수하고 최대주주가 쌍용양회로 변경됐지만 1991년 신주인수방식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 자본을 유치하면서 다시 합작사가 됐다. 이후 외환위기로 쌍용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보유지분 28% 정도를 에쓰오일 측에 자사주 형태 등으로 넘기면서 현재의 아람코 체제가 완성됐다.

아람코는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에도 한참 동안 경영에 간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권을 위임받아 휘두르던 김선동 전 에쓰오일 회장이 사퇴한 이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CEO들이 실질적인 대표이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사장은 미국 이스턴미시간대를 졸업하고 웨인주립대에서 화학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아람코에서 22년간 근무하면서 기술ㆍ운영ㆍ엔지니어링ㆍ프로젝트ㆍ마케팅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다.

에쓰오일에 부임하기 직전에는 아람코의 일본 자회사인 사우디 페트롤리움 사장을 맡아 동아시아 지역 마케팅과 판매 네트워크를 총괄, 동아시아지역 문화에도 정통한 편이다.

특히 마하셔 사장은 에쓰오일 사장을 맡으면서부터 한국 문화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명과 발음이 유사한 '나세일'이라는 한국식 이름까지 만들어 명함에까지 표기해놨으며 지난 2일 시무식에는 전통 한복을 입고 나타나기도 했다.

취임 직후 전용 차량인 도요타 렉서스를 현대자동차 에쿠스로 바꾸고 휴대폰도 애플 아이폰에서 삼성전자 갤럭시로 교체하는 등 주변의 사소한 부분부터 변화시키고 있다고 전해진다.

사회공헌에 열심인 것도 마하셔 사장의 특징이다. 마하셔 사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2012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국제 컨퍼런스'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요소인 사회공헌활동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마하셔 사장 취임 이후 에쓰오일은 울산 태화루 복원 후원, 푸드뱅크 차량 유류비 지원, '사랑의 연탄나눔' 자원봉사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성 지닌 바이오사업 CEO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대표이사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외국인 CEO들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분야가 있다. 바로 주요 대기업들이 미래먹거리로 꼽는 바이오사업 부문이다. 전문성을 지닌 CEO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니만큼 세계적으로 검증된 인사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폴 콜만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 대표와 크리스토퍼 갤런 SK바이오팜 대표는 각 그룹 바이오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아일랜드 출신인 콜만 대표는 아일랜드 트리니티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ㆍ박사과정을 마쳤다. 사이버메티카, 파렉셀 등 유수의 글로벌 바이오기업에서 연구, 임상, 허가 등 사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콜만 대표는 2011년 1월 바이오사업본부 업무최고책임자(COO)로 한화케미칼에 입사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콜만 대표는 2011년 6월 한화케미칼이 자체 개발한 관절염 치료제 'HD203'의 생사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인 머크와 체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해당 계약은 머크의 바이오사업 전략 수정으로 인해 지난해 말 해지됐지만 인지도가 없었던 한화케미칼이 글로벌 시장에서 단숨에 주목받은 계기가 됐다.

갤런 대표가 SK바이오팜을 이끌게 된 것도 콜만 대표와 같은 지난해 3월부터이다. 미국 국적인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을 제외하고 SK그룹 계열사에서 외국인이 CEO를 맡게 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 눈길을 끌었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대표이사
갤런 대표는 미국 플로리다대를 마치고 에모리대에서 석ㆍ박사 과정을 밟았다. 바이오사업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3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니고 있는 갤런 대표는 글로벌 신약개발 전문가로 뉴로메드 CEO, 잘리쿠스 수석부사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초기 연구, 임상개발 등 신약 개발 전문 영역뿐 아니라 상업화, 사업개발, 자금조달 등 기업 경영 능력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갤런 대표는 2007년 글로벌 의약산업 전문잡지인 파마보이스로부터 생명과학 분야 100대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부사장급이 최고인 삼성ㆍLG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매출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대표적인 대기업들이다. 당연하게도 각 기업의 해외 지사에는 외국인 임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그러나 국내 본사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임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에는 팀 백스터 부사장이, LG전자에는 짐 클레이튼 부사장이 지난해 말 간신히 부사장으로 승진했을 정도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대표이사
2006년 말 삼성전자에 입사한 백스터 부사장은 외국인 최초의 삼성전자 본사 부사장이 됐다. 삼성전자의 TV사업 북미 1위 달성의 주역인 백스터 부사장은 차별화된 마케팅과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초격차를 실현했다고 전해진다. TV제품의 성과를 바탕으로 생활가전과 IT제품의 위상을 강화하고 B2B사업의 경쟁력 확보에 기여했다는 평이다.

클레이튼 부사장은 2009년에 LG전자에 입사, 홈엔터테인먼트(HE) 신사업지원담당 전무를 거쳐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사업을 발굴해 사업화한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것이 승진배경으로 거론된다.

이번 인사로 LG전자 내 유일한 외국인 전무였던 클레이튼 부사장은 사내 유일한 40대 부사장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2010년에만 해도 LG전자에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더모트 보든 부사장을 비롯해 6명의 외국인 임원들이 부사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취임 이후 비용이 높고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국인 임원을 정리, 현재 남아있는 사람은 클레이튼 부사장을 제외하고 상무급 몇 사람뿐이다.

자동차업계 외국인 사장님 '질주'


한국시장 중요성 커지며 최근 급증세


외국인 CEO가 가장 많은 업계를 꼽는다면 외국계 기업이 다수 포진해있는 수입차업계가 수위를 다툴 것이다. 1995년 단 한 명에 불과했던 수입차업계 외국인 CEO?그동안 급속도로 늘어났다.

브리타 제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이사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몇 년간 계속된 판매부진과 적자 속에 끝 모를 추락을 경험하고 있다. 2011년 2,15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000억원에 달하는 적자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예상된다.

존폐설이 나올 정도로 회사 안팎의 분위기는 암울하지만 홀로 자신만만한 아우라를 보이는 사람이 있다. 바로 2011년 르노삼성자동차의 대표로 부임한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이다.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와 파리 국립광업학교를 졸업한 후 재정경제부 재무팀에서 공직자로 일했던 프로보 사장은 2002년 르노의 영업본부에 합류해 바로 지역영업총괄 디렉터 자리를 꿰찼다. 이후 포르투갈법인 총괄임원과 글로벌 영업ㆍ마케팅 전략 및 기획총책임자, 러시아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승승장구하던 프로보 사장은 2011년 르노삼성호의 선장으로 배치됐다.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으로 부임하자마자 본사와 협상해 한국시장의 전권을 위임받은 프로보 사장은 수익성 제고를 위해 엔진 및 주요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국내 최초로 준중형급 순수 양산형 전기자동차를 2013년 출시해 선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사장은 우리나라에 부임해서 갖은 고난을 겪었던 외국인 CEO로 꼽힌다. 지난 3년은 도요타자동차 전체에 시련의 연속이었다. 1982년에 입사, 도요타자동차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며 잔뼈가 굵은 히사오 사장은 본사가 어려움을 겪던 2010년 1월 한국도요타 사장으로 취임했다. 2010년 미국에서 시작된 대규모 리콜사태로 인한 도요타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틈타 독일 자동차 브랜드가 한국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이듬해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폭발로 품질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며 양측의 판매격차는 더욱 벌여졌다. 급경색된 한일관계도 한국도요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다행히 도요타자동차의 대표 모델인 신형 캠리를 지난해 1월 국내 출시하면서 상황은 점차 반전되고 있다. 신형 캠리와 프리우스는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차 10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고 '강남소나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렉서스 ES시리즈도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히사오 사장은 올해 3종 이상의 신차를 출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국내에 재진출한 한국GM은 지난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10년 만에 판매 5배(37만7,237대→205만1,974대), 매출액 4배(4조원→15조원)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기록한 한국GM의 수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한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맡고 있다.

1979년 입사해 GM아르헨티나ㆍ우루과이ㆍ파라과이 총괄사장을 역임한 호샤 사장은 2006년 한국GM의 전신인 GM대우에서 제품기획 및 프로그램 관리를 관장하는 부사장에 임명돼 2년간 일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여름 한국GM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파업이 발생했지만 호샤 사장의 개입으로 지난해 9월 극적으로 노사간 타협이 이뤄지며 큰 고비를 넘겼다. 호샤 사장은 시장 점유율 두 자릿수대 달성, 한국GM의 그룹 내 위상 강화, 투자확대 및 신차출시 등 지난해 창립 10주년을 맞으며 세웠던 목표들을 올해 하나하나 이뤄나갈 계획이다.

아우디코리아와 크라이슬러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등은 최근 새로운 외국인 CEO를 맞았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코리아 사장은 독일 레겐스부르크 기술대학을 졸업하고 1982년 아우디에 입사해 브랜드 관리, 글로벌 사후관리(AS)총괄 등 요직을 거쳤다. 특히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 FAW-폴크스바겐 합작 법인에서 아우디 판매 총괄을 지닌 인물로 그룹 내부에서는 아시아지역 판매통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타머 사장은 한국 내의 그룹 계열사인 아우디, 폴크스바겐, 벤틀리 등 3개 브랜드를 총괄하며 아우디코리아 대표도 겸임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 그렉 필립스 전임 사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한 이후 5개월간 공석이었던 크라이슬러코리아의 CEO 자리에는 파블로 로쏘 사장이 앉았다. 피아트 그룹의 대표적인 상용차 브랜드인 이베코 트럭엔진 사업부의 로지스틱 엔지니어로 1998년 입사한 로쏘 사장은 알파 로메오, 란치아, 피아트 등 그룹의 다양한 브랜드 및 영업 관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을 듣는다. 2011년 4월부터 피아트 그룹의 인도지역 합작법인 프로젝트를 관장하며 인정을 받았던 로쏘 사장은 지난해 12월 크라이슬러코리아의 대표를 맡게 됐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신임 사장에는 브리타 제거 다임러그룹 부품 영업ㆍ마케팅 디렉터가 내정됐다. 수입차업계의 첫 외국인 여성 CEO가 된 제거 사장은 1992년 다임러그룹에 입사, 고객관리부에서 일을 시작했으며 2003년부터 사후관리(AS)총괄본부에서 근무해왔다. 취임 이후 제거 사장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2대 주주이자 딜러업체인 한성자동차와의 불공정 구조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