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신화 주인공' 초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거론인수위 김대표 의중 파악… '정치에 뜻 없다' 고사자수성가 대표 모델로 젊은이들의 우상 '비슷''안철수 현상' 뿌리뽑기?

김택진
벤처 신화의 주인공 (46) NC 소프트 대표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박근혜 정부에서 새로 출범하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의 장관 후보로 김 대표가 거론되고 있다.

미래부는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던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지식경제부 산하에 있던 우정사업본부도 미래부 소관이 됨에 따라 이 부처는 그야말로 '공룡'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인수위원회 측에서 간접적으로 김 대표의 의중을 파악해본 것으로 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김 대표가 고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대표는 전 무소속 대선후보와 함께 대한민국 벤처 신화의 쌍두마차이자 많은 젊은이들의 우상이다. 김 전 대표는 재벌이 재벌을, 권력이 권력을 낳는 세습적 구조가 만연된 우리 사회에서 자수성가의 대표 모델이 됐다.

서울 태생인 김 대표는 서울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현대전자 미국연구소에서 일했다. 병역 미필 상태였던 김 대표는 첨단산업의 원조인 미국에서 병역특례를 받으며 동시에 연구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김 대표는 현대전자에서 착실한 성장을 밑거름 삼아 훗날 NC 소프트를 창업했다.

안철수
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 현상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 현상을) 국회를 제대로 발전시키는 데 있어 정당이 어떻게 큰일을 하는지 보여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현상은 2011, 2012년 대한민국의 화두였다. 기업가이자 학자였던 전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011년 가을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면서부터 '안풍(安風)'은 바람을 넘어 태풍이 됐다.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도 안 전 원장은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역사에서 가정은 부질없는 일이라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안 전 원장으로 야권 대선후보가 단일화됐다면 쉽게 승리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대선후보 '는 대선 한 달 전이었던 11월23일 뜻을 접었지만 ' 현상'은 여전히 살아 있다. 아니, 안 전 원장이 미국 연수를 마치고 귀국하면 본격적으로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지도 않은 시점에서 4년 뒤를 논한다는 것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안 전 원장은 제19대 대선의 유력후보로 손색이 없다. 안 전 원장이 남은 4년간, 약점으로 지적됐던 정치경험을 쌓는다면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표의 장관 기용설의 배경에는 견제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두 사람을 놓고 봤을 때 인간적으로야 여러모로 다르겠지만 벤처 기업인으로 성장한 과정만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뚜렷한 차기 후보를 언급하기 어려운 여권으로서는 야권의 유력후보인 안 전 원장이 무척 신경 쓰일 것"이라며 "김 대표의 능력을 먼저 주목했겠지만 그 이면에는 안 전 원장에 대한 견제 차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안한다, 왜?

김 대표의 입각 여부를 두고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부가 갖는 상징성에다 공룡부의 위상에 비춰 김 대표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정치권 관계자는 "김 대표의 의중을 떠봤을 때 (김 대표가) '정치는 안 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정치권이 김 대표에게 손을 내민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김 대표 영입을 고려했고, 전 대선후보 측도 사퇴 직전 김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정치권의 참여 요청이 쇄도할수록 되레 거리를 두려 한다. 일전에 김 대표는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자리를 제안 받았지만 역시 고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불가 반응'에 대해 정치권의 해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김 대표가 사생활 노출을 꺼린다는 것이다. 장관 등 정부 요직에 나가려면 반드시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예상치 못했던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둘째, 김 대표의 '과거 행적'이다. 김 대표의 NC 소프트는 2009년 5월29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 때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 동안 아이온을 포함해 NC 소프트가 제공하는 제임과 웹사이트 서비스를 중단했다.

전직 대통령의 영결식 당일 추모는 기업대표이기 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땅한 도리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등도 노 전 대통령 장례기간 치어리더와 앰프를 동원한 요란한 응원을 자제했다.

그럼에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말들이 오간다. 어떤 이는 김 대표의 성향을 거론하기도 한다. 일부 호사가는 영결식 날 게임 서비스 중단을 예로 들며 김 대표를 친노 성향으로 단정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70대 중반의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새 정부 총대 총리로 발탁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내각 인선도 전적으로 박근혜 당선인의 의중에 달렸다"면서 "누가 초대 미래부 장관에 오르든 파격적 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표와 함께 초대 미래부 장관 후보로는 황창규 지식경제부 국가연구개발 전략기획단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문길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등도 하마평에 오른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