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여권 정치쇄신 이끌어 박근혜 정부 중용 가능성 높아차기 대선 여권 유력 후보, 미국 연수 준비… 재계 '촉각'

안대희(오른쪽) 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정치쇄신을 이끌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의 향후 행보에 정계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안풍(安風)'이 분다. 안풍 하면 으레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야권의 유력후보로 바람을 일으켰던 안철수 전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떠올리겠지만 노(No), 잘못 짚었다. 안풍이 안 전 원장만의 전매특허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편견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여권 내 안풍의 진원지는 안대희 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지난해 새누리당에 입당한 안 전 위원장은 벌써부터 4년 뒤 치러질 제19대 대통령선거의 유력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전 위원장이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원칙과 소신 이미지는 박 당선인과 깊은 교감으로 이어졌던 것으로 안다. 일각에서는 정무감각과 대중성 부족을 안 전 위원장의 약점으로 꼽긴 하지만 그런 것들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안 전 위원장이 차기 정부에서 중용될 것은 거의 확실시되지만 단, 박근혜 정부 1기가 아닌 2기 이후로 예상된다. 현재 안 전 위원장은 미국 연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딜레마?

안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대법관에서 물러난 직후 미국 스탠퍼드대학 유학을 고려했었다고 한다. 안 전 위원장은 그러나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내민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빨간 야구점퍼를 입었다.

입당 후 안 전 위원장은 정치쇄신특별위원장에 임명돼 당의 정치 쇄신에 앞장서며 박 당선인의 당선을 도왔다. 그런 안 전 위원장이지만 지난해 10월 박 당선인의 한광옥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영입 추진에 반발해 사퇴까지도 고려했다.

"한 전 실장은 비리 인사"라는 게 안 전 위원장의 주장이었다. 안 전 위원장은 대검 중수부장 시절인 2003년 9월 나라종금 사건을 수사하면서 한 전 실장을 구속 기소했다. 한 전 실장은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에게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으나 지난 2008년 특별 사면됐다.

하지만 안 전 위원장은 박 당선인의 설득에 결국 몸을 맞췄고 이후로는 대선이 끝날 때까지 묵묵히 자기 역할에 충실했다. 안 전 위원장은 12월19일 대선 직후 지인 몇 사람과 일본으로 떠나 잠시 머리를 식혔다. 그리고 올해 초 일시 귀국했다가 다시 미국으로 날아갔다.

내달 25일 박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귀국할 예정인 안 전 위원장은 미국 내에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연수할 대학을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 전 위원장은 취임식 후 다시 미국으로 떠날 것으로 전해진다.

안 전 위원장의 딜레마는 여기서 비롯된다. 지난해 대법관에서 사임했을 때라면 어느 대학으로 가도 거리낄 게 없었지만 지금은 정치적 상황과 안 전 위원장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원장은 대선 당일이었던 12월19일 미국으로 떠났고 현재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서 공부하고 있다. 안 전 위원장이 스탠퍼드대로 갈 경우 그 자체만으로 뉴스가 되기에 충분하다.

여권의 유력인사 중 한 명인 안 전 위원장이 야권의 유력인사인 안 전 원장이 있는 학교로 간다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안성맞춤이다. 4년 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두 사람 모두 유력 대선후보로 분류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전 원장이 3월쯤 귀국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와 별개로 안 전 위원장이 진로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을 것"이라며 "안 전 위원장이 차분하게 공부도 하고 머리도 식히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앞으로 보다 큰 역할이 주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기업들도 '초정밀 안테나'

안 전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새누리당에 입당한 직후 "정치를 쇄신하러 온 거지 정치를 하러 온 것은 아니다. 정무직까지 (가능성을) 닫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때'가 되면 안 전 위원장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거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전 위원장이 박근혜 정부의 2기쯤에 맞춰 중책을 맡고 이후 당으로 돌아가 차기 대선을 준비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정치권에서 안 전 위원장의 연수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기 유력주자 중 한 명인 안 전 위원장이 어떤 행보를 이어가느냐에 따라 여야 여러 정파의 셈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재계에서도 안 전 위원장의 연수 소식에 촉각을 바짝 세우고 있다는 데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벌써부터 안 전 위원장이 안착하게 될 학교에 어떤 형태로 도움을 줄 것인지 깊이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학교발전기금 같은 게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기업들이 안 전 위원장의 행보에 '초정밀 안테나'를 세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안 전 위원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어떤 형태로든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본인은 정치에 뜻이 없다고 했지만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안 전 위원장은 자연스럽게 차기 여권의 잠재적 후보 중 한 명으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기업들로서는 안 전 위원장이 향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