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그룹 92개 상장계열사 비정규직 비율비정규직 노조와 충돌 중인 현대차그룹, 2.6%로 10대 그룹 중 최저 의외의 결과SK커뮤니케이션즈·GS리테일·현대글로비스 등 8곳은 비정규직 단 1명도 없어

지난달 19일 서울역 광장에서 민주노총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 노조파괴 중단 촉구 비상시국대회를 마친 관계자들이 서울시청 방향으로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600만명에 달하는 전국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얼굴에 간만에 화색이 돌았다. 한화그룹이 계열사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2,04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소식이 지난달 27일 들리면서부터다. 한화그룹의 결단은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와 맞물려 해석되며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 결정을 공개하며 한화그룹은 10대 그룹 중 최초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실제로 재계 20위권의 CJ그룹이 2011년 극장, 제과점 등에서 일하는 계약직 600여 명을 순차적으로 정규직 전환한다고 발표한 적은 있지만 10대 그룹 내에서는 한화그룹이 유일하다. 가뜩이나 경제민주화에 대한 박 당선인의 의지가 강한 상태라 한화그룹의 이번 결정이 다른 10대 그룹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이에 <주간한국>에서는 총수가 있는 자산 순위 10대 그룹 계열 92개 상장사(SK하이닉스 제외)의 사업보고서(2012년 9월 말 기준)에 기재된 직원 현황을 집계, 전체 직원 대비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을 살펴봤다. 10대 그룹 상장계열사 중 SK하이닉스는 정규직, 비정규직 항목이 별도 기재되지 않아 집계에 포함하지 않았고 비정규직이 아닌 '기타'에 해당하는 직원들도 계수에서 제외했다.

비정규직 비율 롯데그룹 1위

10대 그룹 92개 상장계열사의 전체 직원수는 57만1,999명에 달했다. 그 중 비정규직은 3만4,931명으로 전체의 6.1%에 불과했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이 집계한 국내 비정규직 비율 33.8%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10대 그룹 중 전체 직원 대비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롯데그룹이었다. 롯데그룹은 9개 상장계열사 4만524명의 직원 중 20.9%인 8,457명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다. 한진그룹이 12.0%의 비정규직 비율을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한진그룹은 전체 직원 2만5,624명 중 3,080명이 비정규직이었다.

GS그룹과 한화그룹이 각각 10.5%로 롯데그룹, 한진그룹의 뒤를 이었다. GS그룹은 1만2,187명 중 1,283명이, 한화그룹은 1만5,497명 중 1,625명이 비정규직이었다. 다만 한화그룹의 경우 이번 정규직 전환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대폭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10대 그룹 중 비정규직 비율 최하위를 기록한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전체직원 12만1,735명 중 3,198명만이 비정규직 근로자로 그 비중이 2.6%에 불과했다. 최근 들어 비정규직 노조와의 충돌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의외의 결과다. LG그룹과 두산그룹이 각각 3.0%, 4.9% 수준의 비정규직 비율을 기록하며 뒤따랐다.

비정규직 없는 계열사도 8개

10대 그룹 92개 상장계열사 중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롯데손해보험(롯데그룹)이었다. 롯데손해보험은 전체 직원 1,951명 중 절반 가까운 866명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다. 2위는 34.1%를 기록한 한화손해보험(한화그룹)이 차지했다. 한화손해보험은 2,749명의 직원 중 937명이 비정규직 근로자였다. 한화손해보험은 비정규직 533명을 정규직 전환을 결정, 그 비율이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한진해운홀딩스(한진그룹)와 삼성엔지니어링(삼성그룹)도 각각 26.7%, 26.4%로 비정규직 비율이 높았다. 산업플랜트업체인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7,166명 중 1,889명이 비정규직 근로자였다. 롯데쇼핑(롯데그룹, 24.7%), HMC투자증권(현대차그룹, 23.9%), 롯데미도파(롯데그룹, 22.3%), SK네트웍스(SK그룹 22.2%) 등이 뒤를 이었다.

10대 그룹 상장계열사 중 단 한 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도 채용하지 않는 곳도 8개사나 됐다. SK커뮤니케이션즈, SKC솔믹스, 실리콘화일(이상 SK그룹), GS리테일, 삼양통상, 코스모신소재(이상 GS그룹), 현대글로비스(현대차그룹), LG디스플레이(LG그룹 등이 이에 해당했다. 그밖에 기아자동차(0.1%), 현대하이스코(0.8%, 이상 현대차그룹), LG화학(0.6%, LG그룹) 등도 전체 직원 대비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