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수출규모, 2017년엔 일본 추월한국경제연구원 분석 결과 양국 수출점유율 격차 줄어 선박 유화사업선 이미 앞서대외 판매 전략의 차이 엔화 강세 등 환율 영향도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일 발표한‘수출 4강 진입을 위한 조건’보고서를 통해“현 추세대로라면 한국의 수출규모 및 시장점유율이 2017년 일본을 넘어 ‘수출 4강’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사진은 대형선박 전문 조선소인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전경.
한국의 수출규모 및 시장점유율이 일본을 넘어설 날이 머지않았다. 한일 간 수출규모 격차는 1990년대 중반까지 확대되다가 이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80년대 말까지 확대되던 한일 간 수출점유율 격차는 90년대 들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한일 간 수출 격차는 좀 더 좁혀지고 있어 한국이 세계수출시장에서 4위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을 넘어 '수출 4강'에 진입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수출 4강 진입을 위한 조건-한국 수출시장점유율의 일본 추월 가능성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현상을 조명하고 향후 과제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현 추세가 유지되면 2017년 이후 한국 수출 규모가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일본을 넘어설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줄어드는 한일 간 수출시장점유율

선진국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점유율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2000년 이후 한국산 제품의 선진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2% 내외를 맴돌고 있는 반면 일본산 제품의 점유율은 2000년 7.7%에서 2012년 4.3%로 급락했다. 특히 대표적인 선진국 시장인 미국의 경우 한국산 제품은 2%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으나 일본산 제품은 12%대에서(2000년) 6%대 수준으로 하락했다.

개도국 시장의 경우 한국의 점유율은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본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산 제품의 개도국시장 점유율은 2000년 3.2%에서 지난해 4.0%로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산 제품의 점유율은 6.4%에서 4.8%로 떨어졌다.

한국이 일본보다 시장점유율 우위에 있는 품목은 선박사업, 유화사업 등이다. 한국의 선박사업, 유화사업은 각각 2001년과 2004년 일본을 넘어섰다. 전자사업의 점유율은 일본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다. 2000년 7.8%p였던 양국 점유율 격차는 2011년 0.6%p로 대폭 축소됐다. 철강사업, 기계사업, 자동차사업 등은 여전히 한일 간 점유율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

격차 축소 원인은?

보고서에서는 한일 간 수출시장점유율 격차 축소의 원인을 ▦중국의 저가시장 점유율 확대, ▦달러화의 글로벌 약세, ▦대외판매 전략의 차이, ▦개도국시장의 고성장, ▦자유무역주의의 확산 등으로 꼽고 있다.

중국의 저가시장 점유율 확대-중국의 빠른 시장 잠식에 대응하여 한국은 연구ㆍ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해 기술경쟁력을 제고, 일본의 중ㆍ고가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대규모 경제권인 중국의 국제무역 비중이 급증함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

그러나 한국은 R&D 투자 확대를 통해 기술경쟁력을 높여 저부가ㆍ저기술 제품시장의 점유율 악화를 일본이 주력하는 고부가ㆍ고기술 분야에서 만회했다.

달러화의 글로벌 약세-달러화의 글로벌 약세에 대응하여 일본은 엔고를 방치해 가격경쟁력이 약화된 반면 한국은 외환시장 취약성으로 상대적 약세를 시현, 일본에 비해 가격경쟁력 우위를 점유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엔화의 강세와 원화의 약세가 지속됨에 따라 일본의 수출물가지수는 항상 한국보다 높았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화돼 일본 제품은 가격경쟁력에서 한국 제품에 열위에 놓이게 됐다.

대외판매 전략의 차이-해외시장 공략 방법에서 일본은 현지생산 위주, 한국은 수출 위주로 접근함에 따라 일본의 해외투자 대체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게 됐다. 일본은 높은 생산비로 해외투자가 확대되면서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발생, 수출보다 해외생산 규모가 큰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해외 현지 진출 초기 단계에 있는 한국은 해외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을 뿐 아니라 해외생산이 유발하는 수출 효과도 아직은 높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개도국시장의 고성장-고성장 개도국시장에 대해 한국이 일본보다 적극적인 수출확대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개도국 및 신흥시장이 고성장을 지속한 반면 미국, 유럽 등은 수년간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개도국의 수입상품에 대한 구매력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시장 지향형 수출 전략을 폈던 일본이 개도국시장 수출 확대 전략을 폈던 한국보다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자유무역주의의 확산-자유무역주의 확산에 대해 일본은 자국시장 보호에 주력한 반면 한국은 FTA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2011년 기준 일본의 명목 GDP 규모는 5.9조달러로 1.12조달러인 한국의 5배가 넘을 정도로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차이는 FTA에 대한 태도의 적극성으로 이어져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경제영토는 40.2조달러로 전 세계 GDP의 60% 내외를 차지한 반면 일본은 12.5조달러로 전체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역협정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와 기업들의 내수시장향 제품 개발 및 마케팅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수출 4강' 되려면?

일본과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좁히고 나아가 일본을 넘어 '수출 4강'에 진입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보고서에서는 고부가 및 부품ㆍ소재 경쟁력강화, 적극적인 환율 및 통화 정책, 투자여건 개선, 개도국시장 확보, FTA 확대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연구개발투자 확대를 통해 수출품의 고부가화 및 부품ㆍ소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 제품의 시장 잠식이 아직 저부가ㆍ저기술 제품에 집중되고 있으니만큼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통해 기술경쟁력을 확보, 고부가가치 하이엔드(High End) 제품 비중을 높여나가야 한다.

또한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환율 및 통화 정책을 펴야 한다. 일본의 적극적인 양적 완화 정책, 한국의 상대적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원/엔 환율의 하락 가능성이 높이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외환시장 변동에 대한 미세조정을 통해 원화 환율의 급락을 방지하는데 주력하고 통화당국의 적정금리 수준 및 양적완화 정책 방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해외로의 생산기지 이전을 막고 기업들의 유턴을 유도하기 위해 종합적인 투자 활성화 정책도 유효하다. 이를 위해 금융ㆍ세제상의 지원, 신성장동력 육성, 기업친화정책 지속 등의 종합적인 투자 활성화 대책을 펴야 한다.

다음으로, 급속하게 팽창하는 개도국시장 확보를 위해 주요 개도국에 대해 민관합동 시장개척단을 파견하고 대ㆍ중소기업의 수출 공조 시스템 구축, 국내 기업들의 현지 유통 및 물류 외국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지원 등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내수가 협소한 국내시장을 감안, FTA를 통한 경제영토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진행이 더딘 중국, 일본, 호주에 대한 적극적인 협정 추진을 꾀하고 이미 체결된 FTA의 효과 극대화를 위해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