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법조인 불자 모임… 거물 즐비1995년 서울 법대 출신 13명 판사 주축 결성소외계층 위한 배식 등 활발한 사회봉사활동

이동흡
국회의 청문결과보고서 채택 무산으로 체면을 구긴 (62)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일부이긴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조차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 표결 전 자진 사퇴는 없다"면서 "6년간 받았던 특정업무경비 전액(약 3억원)을 사회에 환원할 용의가 있다"며 임명동의안에 대한 국회 표결을 요구했다.

이 후보자의 버티기와 상관없이 참여연대는 지난 6일 "이 후보자가 특정업무경비를 개인적 용도로 유용했다"며 이 후보자를 서울중앙지검에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특정업무경비 말고도 국회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 후보자는 여러 의혹에 휘말렸다.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재임기간인 2007~2012년 매년 700만~800만원 이상 기부금을 냈지만 기부내역에는 정작 연 36만원에 대항하는 항목만 기재해 의혹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임명동의안에 첨부된 근로소득원천징수 자료를 통해 ▲2007년 703만4,790원 ▲2008년 781만638원 ▲2009년 1,136만7,960원 ▲2010년 896만5,363원 ▲2011년 874만 9,440원 ▲2012년 644만1,718원의 기부금을 냈다고 밝혔다.

최병덕
하지만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재임 기간 기부활동 내역을 밝히라는 인사청문회 특별위원회의 요구에는 700만~800만원 기부금 가운데 연 36만원 규모의 출처만 공개해 논란을 빚었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후 언론 검증과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의혹 종합선물세트'처럼 비치고 있으나, 이 후보자는 엘리트 불자 법조인 모임인 서초반야회의 회장 출신이다.

뿐만 아니라 이 후보자는 조계사 고위간부를 지낸 서울 강북지역 모 사찰 주지스님 등 불교계 인사들과 친분이 매우 돈독하다. 불교계 등 일각에서 이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매우 안타까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초반야회는 1995년 서초동 법조단지에 근무하는 서울대 법대 출신 판사 13명이 주축이 돼 만든 모임이다. 이들은 매달 우면산 대성사에서 정기법회를 열고 공부와 봉사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서초반야회는 매월 둘째 주 화요일이면 청사 내에서 경전 공부를 했고, 3년 전부터는 소외계층 배식 등 사회봉사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당시 의정부지법 법원장의 제안이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박홍우
이 후보자와 함께 사법연수원장, 김동건 재가연대 상임대표(변호사), 행정법원장 등 법조계에서 이름난 인사들이 이 모임의 회장을 지냈다.

현재는 전 의정부지법 법원장이 회장을 맡고 있으며,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의 남편인 민일영 대법관, 여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종언 서울중앙법원 부장판사, 도훈태 서울중앙지법 판사 등 5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부금 의혹 제기 후 조계사 자체적으로 이 후보자의 기부 내역을 상세하게 살펴본 결과 별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 후보자가 조계사 등에 기부했다고 밝힌 금액들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 다만 불교계에서는 서초반야회 회장까지 지낸 이 후보자가 마치 '의혹 종합선물세트'처럼 비치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동명
민일영/연합뉴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