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설 성과급' 희비 엇갈려삼성전자 영업 최대실적, IT·모바일 연봉 50% 지급… 부장급은 4000만원현대차도 통상급 절반 보너스불황에 작년 건설 경기 최악… 한라는 임원 성과급 반납, 대형업체도 줄이는 분위기

현대자동차 사옥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을 앞두고 대기업 임직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소위 '떡값'이라고 불리는 정기상여금과 성과급을 두고서다.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둔 전자, 자동차 업종 임직원의 지갑은 두둑해진 반면 구조조정 폭풍에 휩싸인 증권 등 금융권과 건설업계 등은 조촐한 귀향선물로 만족해야 했다.

LG전자 기본급 250% 지급

지난해 호실적을 거둔 이른바 '전차(電車)군단' 임직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설 명절을 보내게 됐다. 먼저 지난해 전년보다 86% 증가한 영업이익(29조500억원)을 내면서 최대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는 성과급도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월 말 임직원에게 연봉의 최고 50%에 달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을 지급했다.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7%를 창출해낸 IM(ITㆍ모바일)부문은 연봉 50%의 PS가 확실시된다. 대리ㆍ과장급은 2,000만~3,000만원, 부장급은 4,000만원의 금액을 한 번에 받게 됐다.

삼성 사옥
LG전자도 2010년 이후 3년 만에 성과급이 지급됐다. 직원별로 100만 원부터 기본급의 250%까지 성과급을 지급하고, 8일 설 정기 상여금도 기본급의 100%를 일률 지급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작년 경영 성적이 좋았던 데다 직원들의 도전의식과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성과급을 주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자동차는 통상급(기본급+수당)의 50%를 설 상여금으로 일괄 지급한다. 여기에 현금 80만원, 사이버머니 15만원, 기름값 5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10만원을 얹어준다. 기아자동차도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은 귀향비 50만원과 상여금(50%)을 지급하고,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50만원, 75만원을 각각 귀향비로 지원한다. SK그룹도 작년 경영실적을 고려해 설 보너스를 지급하며, GS그룹은 계열사별로 정기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상품권 등 과거 비해 축소

반면, 건설업계의 상황은 다르다. 지난 한 해 최악의 시기를 보냈던 만큼 올해 설 연휴를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다. 설 보너스를 별도로 지급하지 않거나 설이 있는 다음달을 정기 상여금 지급월에 포함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시공평가 순위 상위 10위권 내 대형 건설사들의 사정은 비교적 괜찮다. 해외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 국내 부동산 시장 불황의 여파를 비교적 적게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 건설사는 다음달에 기본급의 50%에서 많게는 100%에 달하는 상여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현대건설은 설 연휴가 있는 다음달 급여에 기본급 대비 100%에 달하는 상여금을 지급한다. 이외에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GS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 대부분은 별도의 정기상여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연봉에 포함된 정기상여금을 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이 포함된 달에 지급하는 것이어서 설 보너스와는 개념이 다르다.

일부 대형 건설사에서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백화점 상품권 등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그룹차원에서 전체 계열사에 지급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과거에 비해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견 건설사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임원들이 성과급을 자진 반납한 한라건설은 이번 설에도 별도의 보너스가 없다. 대신 정기상여금 명목으로 기본급의 50%를 지급한다.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부영ㆍ벽산건설과 이제 막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삼환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예년에 이어 올해도 국내 건설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며 "건설경기 침체에서 실적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건설사는 앞으로도 성과급 등의 특별 수당 지급에 인색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맨 화려한 시절은 가고

증권사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과거 타 업종의 직장인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화려했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극심한 업황 불황에 올해 증권맨들에게 두둑한 설 상여금은 언감생심, 선물세트나 상품권 등에 만족해야 했다.

삼성증권(기본급 50%), 현대증권(책임자 30만원), 한국투자증권(30만원), 하나대투증권(기본급 30%) 등 대형사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우리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은 상여금 대신 선물세트나 상품권으로 직원들의 마음을 달래고 있다.

하지만 극심한 업황 부진으로 이마저도 없앤 증권사도 적지 않다. KDB대우증권은 매년 귀성비를 지급해 왔지만 올해는 귀성비나 선물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SK증권 역시 상여금이나 선물을 지급하지 않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기본급의 50%에서 100%까지 성과급을 지급해 명절 무렵 여론에 회자될 정도였다"며 "과거와 상황이 많이 달라져 증권맨들은 우울한 명절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