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국정원 여직원 사건 공세 강화서울경찰청장 검찰 고발, 정권 출범 후에도 쟁점화조기 레임덕 노려

대선 여론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연합뉴스/주간한국 자료사진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씨의 대선 개입 의혹이 새로 들어설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질 기세다.

이 사건과 관련해 민주통합당은 지난 6일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을 형법상 직권남용 및 경찰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민주당 국정원 불법선거운동 진상조사위원회는 '국정원 여직원 사건' 중간수사결과를 대선 사흘 전에 발표한 것 등이 혐의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의원은 "김 청장은 (대선 사흘 전)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 상황을 오히려 축소ㆍ왜곡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며 "당시 경찰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ㆍ비방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거짓임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또 박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해 12월16일 마지막 대선후보토론이 끝난 밤 11시경 기습적인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국정원 여직원이 제출한 컴퓨터 2대의 하드디스크를 조사한 결과 문재인ㆍ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ㆍ비방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며 "경찰의 발표는 최근 거짓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김 청장이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수서경찰서로 하여금 진실과 다른 중간수사결과 발표해 언론보도를 유도한 점은 형법상 직권남용이다.

박범계(가운데) 민주통합당 의원 일행이 지난 6일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을 고발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여당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브리핑자료를 수서경찰서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것에 대해 경찰공무원법위반 혐의가 있어 고발 조치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상 구성요건 중 당선 목적 혹은 낙선을 목적으로 한다는 목적범적 측면이 있는데 그 부분이 조금 부족해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추후에 필요하면 추가로 고발할 예정이다.

민주당이 공세 수위를 높임에 따라 정치권과 경찰 주변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김기용 경찰청장이 물러나고 박근혜 당선인까지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공세 어디까지

박 의원 등 민주당 국정원 불법선거운동 진상조사위원회 위원들은 "김 청장은 지난해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이 끝난 직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강행했다. 수사 결과 발표도 거짓이었음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시 정치권에선 경찰발표를 두고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이때 저녁 11시쯤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그것도 대선 후보 토론회가 끝난 직후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찰이 대선을 앞두고 서둘러 사건을 진화하려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여직원 사건을 정권출범 이후에도 계속 쟁점화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신론을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초반 광우병 파문으로 불신론에 휩싸이는 바람에 임기 내내 레임덕에 시달렸던 것을 감안하면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번 사건을 쉽게 간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민주당은 서울청장에 대한 고발에 이어 경찰청장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민주당의 공세는 경찰을 적잖이 위축시키고 있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 정치적인 문제로 수장이 교체되면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사실상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주당이 서울청장에 이어 김 청장에 대해서도 고발조치를 할 경우 조현오 전 청장에 이어 김 청장도 검찰 조사를 받게 되고 이렇게 되면 검찰에 수사권 관련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게 된다.

민주당이 이 사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여권에서는 민주당이 이 문제를 통해 검찰ㆍ경찰ㆍ 국정원 등 3개 사정기관 수장 인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검ㆍ경과 국정원은 정권의 핵심 기관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 사건을 통해 3개 사정기관 수장 인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 여직원 사건은 여권, 국정원, 검찰, 경찰이 모두 얽혀있다"며 "공교롭게도 모두 새로 조직 내 물갈이를 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민주당은 이 사안을 핵심 쟁점으로 만들면 물갈이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 책임론 돌리기

또 다른 일부에서는 민주당 내부 사정과 이번 사건을 연결시키는 시각도 나온다. 민주당은 대선 직후 당의 공중 분해설까지 나올 정도로 내부 갈등이 극에 달했다.

대선에 패배한 친노 386인사가 모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고 안철수 전 후보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재편돼 신당이 창당될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했다.

이런 가운데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심화되자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대선패배에 대한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술책을 부리고 있다"는 비난이 일었다.

일단 국정원 여직원 사건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박 당선인 당선무효'로 여론을 몰아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는 일부 인사들의 발언에서도 가능성이 묻어난다.

18대 대통령 선거에 무소속후보로 출마했던 강지원 변호사는 지난 4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만일 국정원이나 경찰이 이런 식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건 4ㆍ19 혁명이 일어났던 상황과 비슷해지는 것이다.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경찰의 수사태도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강 변호사는 "경찰이 계속 감춰오다 갑자기 (대선 직전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며 "결국 경찰도 여론 조성을 위해 개입한 것이 아니냐. (국민이) 엄청난 의문을 갖고 있다. 어느 나라의 경찰과 정부기관이 선거에 개입 하느냐. 만일 장기화하고 시끄러워진다면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재화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법위원회)는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지난 4일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국가 정보기관이 앞장서서 국민의 의사를 왜곡한 것이기 때문에 명백한 관권 선거고, 전모가 드러나면 대선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는 사유가 될 만큼 심각하다"며 사안이 심화될 경우 선거법위반 등에 의한 당선무효 청구소송이 가능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당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 당초 이 사안은 대선의 필승을 담보할 수 있는 핵폭탄이었다. 때문에 당 내에서는 이를 극비사안으로 취급했다.

그러나 어설픈 추적이 화를 부르고 말았다는 게 민주당 내부 인사들의 생각이다. 지금의 경찰 수사내용을 보면 좀 더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했다면 대선에서 승리를 보장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만큼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대선에 패배했다는 안타까움이 적지 않다.

야권의 한 인사는 "국정원 여직원 사건을 제대로 규명해 꺼져가는 당의 생명력에 활기를 불어 넣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이는 국민을 기만한 중대 사건이다. 이번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 박근혜 정부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국민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인사는 "지금 드러난 내용이 대선에 드러났다면 우리가 승리했을 것"이라며 "그 때문에 경찰과 국정원이 은폐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민주당)내부적으로 박 당선인의 당선무효까지는 힘들겠지만 이 사건에 관여한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과 박 당선인의 입장표명은 있어야 한다는 게 당이 입장"이라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