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당대회 앞둔 민주통합당

김부겸
내년 9월까지 임기보장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
치열한 물밑경쟁 벌써 시작
모바일 존폐 여부 핫이슈
룰 내달 초에 확정될 듯

늦어도 4월 초에 임시 전당대회(전대)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민주통합당이 당권 경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전대준비위원회가 내달 초까지 세부 규칙을 확정해야 비로소 링에 오를 선수들의 윤곽이 뚜렷해지겠지만, 물밑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전대는 비록 '임시'로 치러지긴 하나 전대준비위원회가 당대표의 임기를 내년 9월까지 보장해주자고 말한 만큼, 명실상부한 '메이저리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대준비위원회의 생각대로 된다면 당대표는 내년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때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방권력을 꿈꾸는 예비후보들의 셈법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지방권력, 특히 민주당의 텃밭이라 할 호남 단체장들이 사실상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대를 앞두고 당내 최대 이슈는 모바일투표의 존속 여부다. 친노 등 주류 진영에서는 모바일투표를 손질할 수는 있으나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비주류에서는 폐지만이 답이라고 맞선다.

박영선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모바일투표에 대한 의원들의 입장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이 지난 2일 개최한 '국회의원, 당무위원, 지역위원장 합동 워크숍'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바일투표 대신 여론조사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123명)의 30.3%로 가장 많았다.

또 '당직 선거와 공직 선거 구분 없이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18.0%로 나타났다. 모바일투표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48.3%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반면 축소 입장은 23.0%, '당직 선거에서는 폐지, 공직 선거에서는 유지' 입장은 13.9%였다. 지금처럼 '모든 선거에서 모바일투표를 실시하자'는 의견은 5.7%에 불과했다.

내달 초에 전대 관련 세부 규칙이 확정되겠지만 설문조사 결과만 놓고 본다면 주류의 주장이 관철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떤 형태로든 모바일투표에 대한 손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모바일투표가 폐지되거나 대폭 축소된다는 전제하에 범주류 측에서는 전 의원, ㆍ강기정 의원 등이, 비주류에서는 ㆍ 의원과 전 의원 등이 자천타천 당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면서 "범주류라 할 상임고문은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친노의 선택은…

중립 성향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친노(친 노무현)계의 '자중자애'를 당부했다. 문 위원장은 "전체 흐름으로 봤을 때 친노는 한 박자 쉬어야 되는 것이 옳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의 발언은 비주류에서 제기하는 친노의 대선 패배 책임론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따라 친노계는 직계를 내세우기보다 대리인 성격을 띤, 즉 비교적 친노 색채가 옅은 인사를 전대에 출격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전 대선후보 캠프에서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전 3선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의원은 친노 본류(本流)와는 분명히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김 전 의원은 대선 전만 해도 비노에 가까웠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대선 과정에서 선거캠프의 중책을 맡으며 신주류로 부각됐다. 김 의원은 당내 핵심 인사 가운데 보기 드문 대구ㆍ경북(TK) 출신이자 비주류에서도 거부감이 적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김한길
민주당 관계자는 "친노에서 김 전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은 자주 들린다. 또 김 전 의원도 당권에 아주 생각이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양측의 연대가 보다 확고해지려면 주류 측의 좀더 확실한 제스처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김 전 의원과 함께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3선 의원도 당권 후보다. 지난달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기 전 일부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의원들 사이에서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박 의원도 신주류 또는 범주류로 분류된다.

당대표를 두 번이나 지낸 상임고문의 선택도 관심이다. 정 고문은 대선 과정에서 신주류로 자리매김했다. 정 고문은 풍부한 경륜과 비교적 계파색채가 옅다는 점에서는 당대표로 제격일 수 있다. 하지만 "대선 경선에까지 출마했던 경력을 고려하면 정 고문이 당권에 다시 도전하는 게 '격(格)'에 맞는지 모르겠다"는 지적도 있다.

은…

4선 의원은 비주류의 대표선수 격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6ㆍ9 전당대회 때도 비주류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김 의원은 엎치락뒤치락 승부 끝에 이해찬 전 대표에게 '한 뼘' 차로 밀렸다. 그렇지만 모바일투표가 없었다면 김 의원은 1위에 오를 수도 있었다.

박지원
오래 전부터 비노의 대표선수로 각인돼온 김 의원은 지난해 6ㆍ9 전대를 통해 이 같은 이미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김 의원은 울산 경선 직후인 5월21일 언론 인터뷰에서 "언론에서는 친노세력의 분화라고 하는데 이해찬 계보라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들도 계신다"며 친노계를 향해 돌직구를 던졌다.

전 원내대표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박 전 원내대표는 대선을 앞두고 '이-박-문 연대(이해찬--문재인 연대)'를 성사시키며 주류로 편입됐다.

대선 패배 직후 박 전 원내대표는 당직에서 물러났으나 일각에서는 "친노와 함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힐난했다. 이런 시각들을 의식해서인지 박 전 원내대표의 최근 행보는 정중동에 가깝다.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1ㆍ15 전당대회 때 당권에 도전했다. 또 6ㆍ9 전당대회 때는 이해찬 전 대표와 연대하며 뜻을 접긴 했으나 당초에는 '재수' 의사를 보였다.

박 전 원내대표에게는 모바일투표가 큰 변수가 될 듯하다. 요즘 분위기처럼 폐지되거나 대폭 축소된다면 박 전 원내대표가 다시 한 번 당권 사냥에 나설 만하다. 하지만 정반대의 여건이 조성된다면 도전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임종석
박 전 원내대표가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밑그림을 그릴 거라는 전망도 있다. 박 전 원내대표가 직접 당권에 도전하기보다 전대에서는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인사를 밀어주는 역할에 충실한 뒤 훗날을 기약할 거라는 얘기다. 박준영 현 지사가 3선 연임 제한에 걸린 전남지사 자리는 벌써부터 가장 큰 관심 대상이다.

다크호스는…

지난해 두 차례 전대 때는 1위 득표자가 당대표, 2~5위가 최고위원에 선출되는 방식이 채택됐다. 하지만 이번 전대 때는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뽑는 방식이 유력해지고 있다.

따라서 당권에 도전할지, 최고위원에 도전할지 한 길만 선택해야 한다. 민주당은 친노 등 주류와 비노 등 비주류 크게 보면 둘로 나눌 수 있지만 사실은 색깔이 다른 여러 정파가 동거하는 형태다. 다크호스의 출격과 그에 따른 돌풍이 예상되는 이유다.

총선과 대선에서 잇단 패배 후 책임론에 휘말리고 있는 486은 전 의원에게 출마를 권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486의 '얼굴' 격이었던 이인영 의원의 도전 가능성도 점쳐진다.

임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 직전 한명숙 전 대표가 당을 이끌 때 사무총장에 임명되며 화려한 재기를 눈앞에 두는 듯했다. 하지만 문재인 의원 등 일부 친노계의 '벼락 견제구'에 걸리는 바람에 임 전 의원은 당직과 총선 후보직을 모두 내려놔야 했다.

광주에서 3선 배지를 단 강기정 의원과 관세청장, 국세청장,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 등을 지낸 재선의 이용섭 의원, 당내 유일한 부산 3선 의원인 조경태 의원 등도 출마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저격수'로 불리는 강 의원은 고문의 측근이며, 이 의원은 중립 성향의 정책통이다. 특히 이 의원은 탈(脫)계파 모임인 '주춧돌'을 이끌며 호평을 받고 있다. 이 모임에는 현역의원 22명이 속해 있다.

조 의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이면서도 친노와는 결을 달리하는 자신만의 색채가 강한 인물이다. 부산 3선이 말해주듯 조 의원은 착실한 지역구 챙기기가 돋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대준비위원회가 내놓은 방안들이 최종적으로 관철될지 아직은 미지수"라면서도 "현재까지 분위기를 보면 친노에서는 직계 대신 대리인이, 비주류에서는 거물들이 나설 가능성이 크다. 내달 초 룰이 확정되고 나면 출전선수들의 윤곽이 보다 뚜렷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