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정도박 알선' 룸살롱 황제 경찰 조사유명 연예인-국외 카지노 연결 해주고 수수료 챙겨 돈 빌려주고 고리 받기도신정환 사건에 개입 의혹 경찰, 관련자 색출 나서

'룸살롱 황제'로 통하는 A씨의 입에 연예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A씨는 그동안 '부업'으로 연예인들을 해외 카지노에 알선하며 수수료를 챙겨 왔는데, 최근 이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만일 A씨가 입을 뗄 경우 해당 연예인들은 '원정 도박 연예인'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돼 처벌과 함께 연예인 생활을 접을 수도 있다.

경찰은 원정 도박에 나선 연예인들의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혹을 받고 있는 연예인들 중엔 유명 배우나, 가수, 개그맨도 끼어 있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연예계 전반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A씨, 롤링업자로도 활약

A씨는 유흥업계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과거 룸살롱 웨이터로 시작해 터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업소를 차렸고, 점차 규모를 불려나갔다. 마침내 A씨는 연매출만 수백억에 달하는 기업형 룸살롱의 오너가 됐고 '룸살롱의 황제'라는 별명도 뒤따랐다.

신정환
A씨에겐 화류계의 거물 말고도 또 다른 면이 있다. 바로 '롤링업자'다. 롤링업자란 해외 카지노에 고객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도박중개업자를 말한다. A씨는 주로 연예인을 해외 도박장에 유치했다. 룸살롱을 운영하면서 형성한 연예계 인맥을 적극 이용해 대상을 물색했다.

A씨가 '먹잇감'으로 연예인을 택한 것은 이들이 도박의 유혹에 취약한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다. 연예인들이 공인이란 점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쾌락으로 풀려는 욕구가 강하고 젊은 나이에 큰돈을 쥐다 보니 돈을 헤프게 쓰는 등 도박에 빠지기 쉬운 점을 노린 것이다.

게다가 연예인들은 도박을 위해 주로 해외에 눈을 돌린다. 국내에선 얼굴이 잘 알려져 있는 탓에 뒷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도박을 위해 자주 찾는 곳은 필리핀이나 마카오다. 관광지에다 하루 안에 도착하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고 도박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춰져 있어서다. 원정 도박에 끌어들이기 위한 모든 여건이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사건에 깊숙이 개입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연예인들에게 항공권과 숙박, 식사 등을 제공하는 등 극진히 대접했다. 또 연예인들이 세간의 눈을 피해 도박을 즐길 수 있도록 카지노 뒤편에 따로 마련된 VIP룸으로 안내했다. 그 대가로 A씨는 수수료를 챙겼다.

'고객 유치' 외에 '전주' 역할도 했다. 도박에 돈을 '올인'한 연예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고리를 챙긴 것이다. A씨는 연예인들의 이름만 믿고 신용만으로 거액을 빌려줬다. 신용만으로 도박 자금 마련이 용이치 않을 때도 여권과 카드를 담보로 돈을 대출해줬다.

그러나 도박에 성공해 일확천금한 경우는 사실상 없다. 가산을 탕진하고 빈털터리가 되는가 하면, 사법당국에 기소돼 연예계에서 퇴출당하는 사례도 많았다. 황기순, 김준호, 신혜성, 이성진, 강병규, 등이 바로 그런 경우다.

경찰이 A씨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해외 원정 도박사건 때부터다. 은 2010년 필리핀으로 원정 도박에 나서 자산을 탕진했다. 그러나 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권을 맡기고 자금을 빌려 도박을 하다 돈을 잃고 귀국을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경찰은 A씨가 의 원정 도박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A씨 불러 조사할 예정

경찰은 A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해외 원정 도박을 벌인 연예인들을 색출하기 위해서다. 당장은 참고인 자격이다. 그러나 언제 피의자로 바뀔지는 모를 일. A씨의 주선으로 해외 도박을 벌인 연예인들의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원정 도박 리스트'에 거론되고 있는 연예인은 상당수다. 여기엔 유명 배우나 가수, 개그맨 등이 포함돼 있다. A씨가 입을 열 경우 연예계엔 막대한 파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들에게 상습도박죄가 적용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사실 처벌 자체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보다 심각한 건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계에서 퇴출당하는 등 생업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A씨가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에 출두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예계가 술렁이고 있다"며 "특히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연예인들은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유명 배우나 가수, 개그맨들이 A씨를 통해 해외 원정 도박에 나선 바 있다는 얘기가 연예계에서 신빙성 있게 회자되고 있다"며 "만일 이들의 혐의가 드러날 경우 연예계 전반에 메가톤급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