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대 기업 여성임원

마침내 '마의 벽'을 깼다. 10년 만에 100명을 돌파한 국내 100대 기업 여성임원들 얘기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 늘어난 요즘이지만 정작 '기업의 꽃'인 임원선출에는 여전히 '유리천장'이 존재해왔다. 그러나 여성 임원의 수가 점차 늘어 100명 벽을 깬 이상 앞으로도 이와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임원 증가 추세 이어져

헤드헌팅 전문기업 (주)유니코써어치가 발표한 '2013년도 100대 상장기업 및 코스닥 100대 기업 여성 임원 전수 조사 현황'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100대 기업 여성 임원은 33개사에 114명으로 조사됐다. 여성 임원 숫자가 100명을 돌파한 것은 처음 조사를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여성 임원 숫자는 지난 2004년 13명(10개사)에서 2006년 22명(13개사), 2010년 51명(21개사), 2011년 76명(30개사)으로 급속히 증가해왔다. 특히 올해는 2011년 때보다도 38명(50%)이나 더 늘어난 114명을 기록하며 미래를 밝혔다.

그러나 코스닥 100대 기업의 경우 여성 임원은 4개사 9명에 불과했다. 셀트리온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각 3명으로 가장 많았고, CJ E&M(2명), GS홈쇼핑(1명)이 뒤를 이었다. 이중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은 육아 휴직 보장, 어린이집 운영 등 여성 인력에 대한 배려 정책이 비교적 우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대 영문과, KT 출신 많아

보고서에 따르면 100대 기업 중 여성 임원을 최다 배출한 기업은 KT였다. KT에서 활약하는 여성 임원은 2011년(18명)보다 8명 늘어난 26명이었다. 2위는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여성임원은 22명으로 2011년보다 9명 증가한 수치다. 이어 대한항공(7명), 아모레퍼시픽(6명), 제일모직(5명), SK네트웍스(4명), 코오롱인더스트리, 한화투자증권, 효성(각 3명) 등이 여성 임원이 많은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00대 기업 여성 임원을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로는 이화여대가 꼽혔다. 이화여대 출신 여성 임원은 16명으로 서울대(13명)를 앞질렀다. 연세대(10명), 고려대(6명), 서강대(5명), 경북대, 덕성여대, 충남대(각 3명) 등이 뒤를 이었다.

단일 전공학과로 따져보면 4명을 배출한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가 명실공히 여성 임원의 최고 산실로 떠올랐다. 심수옥 삼성전자 부사장을 비롯해 박경희 삼성증권 상무, 이덕순 KT 상무보, 장성옥 효성 상무보 등이 이화여대 영문학과 출신이었다.

100대 기업 전체 여성 임원 전공 현황에서도 영어영문학과 출신이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공계열과 비이공계열 출신들이 절반씩을 차지했고 석사급 40명, 박사급 18명으로 고학력자가 많았다.

외부 승진 많고 퇴사도 빨라

임원 승진형태를 살펴보면 45%는 외부에서 영입됐고 55%는 내부 승진했다. 100대 기업 내에서도 아직까지는 내부에서 임원으로 승진할만한 여성 인력풀이 두텁지 않음을 방증한다. 입사 후 임원이 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올해 기준 20.4년으로, 2010년 21.5년, 2011년 20.8년보다 조금씩 빨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연령은 48.2세로 파악됐다. 2010년 46.7세, 2011년 47.6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출생연도 별로는 1965~1969년생(38.0%)이 가장 많고, 1960~1964년생(35.2%)이 뒤를 이었다. 70년대생(14.8%)도 50년대생(12.0%)보다 많았다. 올해 기준 최연소 여성 임원은 삼성전자 조인하 상무(74년생)였다.

최초로 임원직함을 달고 5년 이상 유지하고 있는 비율은 19.2%인 반면, 2년 이하는 56.7%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고연봉 계약직으로 불리는 임원직의 허실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번 조사 대상자 중 최장수 여성 임원은 KT 이영희 전무로 확인됐다. 이 전무는 지난 2002년 임원으로 승진한 이후로 현재까지 10년 넘게 임원직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번 조사에 대해 한상신 유니코써어치 대표는 "국내 경제를 이끌고 있는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수가 100명 이상 돌파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이를 계기로 이제는 임원의 꿈을 갖게 되는 여성 인재들이 많아지면서 5~6년 이내에 여성 임원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퀀텀점프' 현상(계단을 뛰어넘듯이 발전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본 조사를 발표한 유니코써어치는 1984년부터 국내 최초로 인재추천 서비스를 시작한 기업으로 국내외 유수 기업에 CEO 및 임원급의 우수 인재를 추천해오고 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