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통합당 5월 4일 정기 전당대회친노- 비노 첨예한 대립김부겸·김한길 2파전 속 정세균 출마여부 '변수' 모바일 투표 사실상 폐지

문희상(왼쪽)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와 관련한 전국 16개 시도당위원장의 의견서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패배 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민주통합당. 민주당이 오는 5월4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정기 전당대회를 개최하기로 지난 18일 결정했다. 그동안 민주당 내 친노(친 노무현)계 등 주류와 비노(비 노무현)계 등 비주류는 전대 개최 시기와 방식, 당대표 임기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주류 측은 임시 전대를 열되 새 당대표의 임기를 한명숙 전 대표의 잔여임기(2014년 1월)로 제한하자고 주장했다. 당내 정치혁신위원회(위원장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의 의견과 궤를 같이 한다.

친노 등의 주장 이면에는 대선 패배 책임론에 휘말려 비주류에 당권을 내주더라도 그 기간을 최소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또 친노는 4월24일 재보선 이후인 5월이 전대 개최 시기로 적합하다고 말해왔다.

이에 비주류는 3월 말 또는 4월 초 임시 전대를 열되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인 9월까지 대표의 임기를 보장해주자고 맞섰다. 이 주장은 전당대회준비위원회(위원장 김성곤 의원)의 안과 같았다.

이런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문희상 의원)는 비주류 측의 주장대로 차기 지도부의 임기를 내년 지방선거 이후까지 보장해주면서도, 주류 측이 차선책으로 제시한 2년 임기의 정기 전대 개최 요구를 수용했다.

김부겸
민주당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주류와 비주류의 주장이 절묘하게 절충된 것처럼 비친다"면서도 "하지만 개최 시기가 5월4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비대위가 친노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16개 시ㆍ도당위원장단은 지난 20일 성명서를 내고 5월 초 정기 전대를 열기로 한 비대위원회 결정과 관련해 "다수 당원의 뜻을 반영하지 못한 비대위의 전횡에 유감을 표한다"며 "대선 패배 후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전대에 대한 아무런 준비를 못하다가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제3의 안을 채택한 무책임한 행태는 원만한 전대를 위해서도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비대위를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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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전대가 열리면 기존의 지역위원장, 시도당위원장 등이 모두 물러나고 밑에서부터 물갈이가 시작된다. 차기 전대에서는 대의원과 당원의 비중이 커지게 된 만큼 예비주자들의 발걸음은 분주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유력 후보들 중 일부는 벌써부터 대표 선거에 나올 만한 경쟁자들과 만나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상대의 의중을 잘 파악해야 진퇴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사전 물밑 연대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한길
이번 전대는 지난해 1ㆍ15, 6ㆍ9 전대 때와 달리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하기로 했다. 따라서 대표 선거에서 아깝게 2위를 하더라도 최고위원이 될 수 없다. 지난해에는 최고 득표자가 대표가 되고 2~6등이 최고위원이 되는 방식으로 전대가 치러졌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 전대가 지난해 대선처럼 '51대49 싸움'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51.6%를 얻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48%의 지지를 받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간발의 차로 따돌린 것과 비슷한 모양새가 될 거라는 뜻이다.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범주류로 편입된 전 3선 의원, 비주류의 대표선수 격인 의원은 이변이 없는 한 당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나 당대표를 지낸 정세균 상임고문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소속 의원 127명 가운데 친노계 40여 명, 정세균계 20여 명 등 범주류가 절반에 이른다. 나머지 전체를 비주류로 본다면 양측이 50대50이라고 할 수 있다. 양 진영이 대표선수로 딱 한 명씩만 내세운다면 당권 경쟁은 51대49 싸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의원·당원 비중 확대

민주당은 지난 22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전대 룰을 확정했다. 논란의 중심이었던 모바일투표와 관련해서는 일반국민 대상의 모바일투표는 폐지하는 대신 대의원과 당원의 비중을 크게 확대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대의원 50%+권리당원 30%+일반국민 여론조사 20%'로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에 대해선 자동응답방식(ARS) 방식에 의한 모바일투표가 진행되며, 대의원의 경우 현장투표 방식이 적용된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당무위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대 룰'을 통과시켰다고 전대준비위 김성곤 위원장과 최규성 부위원장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또 단일성 집단지도 체제 도입에 따라 당대표의 경우 4명, 최고위원은 8명 이상 출마할 경우 예비경선을 통해 각각 3명과 7명으로 압축하기로 했다. 지도부 규모는 기존 11명에서 9명(당 대표 1인+선출직 4명+지명직 3명+원내대표)으로 기존에 비해 2명이 축소된다.

민주당은 시ㆍ도당위원장의 경우 지도부와 같은 방식으로 선출하되, 기존 대의원 100% 선출 방식에서 '대의원 50%+권리당원 50%'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최 부위원장은 전대 세부 룰 확정과 관련해서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의 권한을 늘려 당원 중심의 당으로 한 발짝 나아갔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련의 진행 과정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4월24일 재보선 이후에 전대가 열린다는 점에서 친노가 대선 패배 책임론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상태에서 당권 도전에 나설 환경이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명숙 이해찬 전 대표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당대표의 임기라는 게 사실은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어쨌든 새 당대표에게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은 보장해주기로 한 만큼, 차기 전대에서는 주류와 비주류의 51대49 싸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