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경제부 부실관리가 키운 '대구 테크노파크 참사'전·현직 국회의원 보좌관에 접대 골프·금품 등 제공정치인 대거 연루설 '게이트로 비화' 조짐도

정치권 인사들 연루설, “우리에게 불똥 튈까” 전전긍긍

지난 2월20일 대구가 발칵 뒤집혔다.

대구 테크노파크(TP) 정치권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대구TP 측에서 2009~2011년 금품과 골프 접대 등을 제공받은 전ㆍ현직 국회의원 보좌관 5명을 적발해 이중 류모(44)씨에 대해서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류씨는 대구TP 예산 증액 편의 대가로 2009년 9월부터 2년간 골프 접대 5차례, 현금 500만원 등을 받은 혐의다. 또 류씨는 2011년 8월에는 대구TP에서 불법 정치자금 5,500만원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일했던 이모(39)씨 등 전직 보좌관 2명은 골프 접대와 상품권을 받은 것만 확인돼 형사 입건되지는 않았다. 또 모바일 시험장비 납품 편의 대가로 업체에서 2억7,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은 전 대구TP 원장 이모(58)씨 등 간부 3명에 대해서는 횡령,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지만 이게 대구만의 문제겠느냐. 깊이 파헤치면 다른 지역 TP도 굉장히 시끄러워질 것”이라며 “1차적으로는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지식경제부의 책임이 크지만 단물만 좇는 정치권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백화점식 비리, 형사고발은 전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홍의락 민주당 의원이 지경부에서 제출받은 2012년도 테크노파크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초 약 2개월 동안 감사가 진행됐다.

그 결과 지경부는 처분 요구 171건, 조치 사항 224건의 감사 지적과 함께 징계 20명, 개인주의(主意) 242명 및 10억1,100만원의 재정 환수 조치 결정을 내렸다. 사정이 이 지경이었음에도 형사고발은 한 건도 없었다.

이러한 감사 결과는 최근 3년간 지경부의 평균 감사 처분 요구가 피(被)감사 기관당 10건이 안 되는 것과 비교하면 20배 이상 많은 수치다. TP에 만연된 부정과 비리가 얼마나 뿌리깊은 것인지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TP 관련 부정, 비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연구수당, 성과급을 지급한 뒤 회수하거나 상품권을 구입하는 등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하는 수법이 대표적이었다.

아울러 수의계약 남발, 장비 구매ㆍ용역 발주 시 입찰 참가 자격 및 기술성 평가를 부당하게 처리해 점수가 높은 기업이 탈락하고 오히려 낮은 기업이 낙찰받게 하는 등 계약 관련 부정도 많았다.

뿐만 아니라 신규직원 채용 시 무자격자를 채용하거나 원장과 친분이 있는 후보자를 채용했다. 또 법인카드로 골프와 승마를 즐기고 유흥주점에서 사용하는 등 인사, 계약, 관리 전분야에 거쳐 ‘백화점식’ 부정이 자행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11년 한 해 동안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장비가 61개, 구입 금액만 238억원에 이를 정도로 구입 장비의 활용도는 매우 낮거나 극히 낮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장비 구매 과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방증이다.

홍 의원은 “지경부 공무원들이 퇴직 후 테크노파크 임원으로 가는 관행을 방치하고 10년이 넘도록 제대로 된 감사 한 번 하지 않은 지경부가 부정, 비리를 키웠다”고 지적한 뒤 “지경부 퇴직 공무원들이 테크노파크 고위임원으로 내려가는 관행 때문에 지경부 감사가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다음 차례는 누구?

TP는 지역 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역 산업 육성을 위해 1998년부터 설립됐으며 현재 전국에 총 18개가 운영 중이다. 조성사업비는 3,169억원, 위탁사업비는 3조7,381억원 등 약 4조4,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됐다.

그렇지만 정계와 관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한 번 큰 사고가 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관계의 한 인사는 “대구TP 문제는 곪았던 게 터진 것일 뿐”이라며 “아마도 다른 지역 TP 중에도 전전긍긍하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대구TP 국비 예산액은 50억원이었으나 국회에서 2배인 105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는 대구TP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방증”이라며 “여야를 떠나 동료 의원들의 협조나 도움이 없었다면 어떻게 대구TP의 예산이 2배로 늘어날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경부에서 지난해 전국 18개 TP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였으나 실질적인 조치는 없었다. 그것은 지경부에서 사실상 손을 쓸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며 “일부 다른 지역에서도 대구처럼 정치권 인사들이 TP와 적잖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대구에서도 사건의 방향이 이상하게 흘러갈 조짐을 비치고 있다. 수사에서 정치권 관계자들과 대구TP 간부 등이 집중 타깃이 된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깨끗한 것인가? 왜 우리만 매를 맞아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경우에 따라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홍의락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국감 이후 ‘감사원의 감사가 필요하다’는 홍 의원의 지적에 따라 전국 18개 TP 가운데 인천 대전 전남 경북 등 4곳에 대해 감사원 감사가 진행됐다. 당초 18곳 모두 감사하려 했으나 일단 4곳에 대해서만 실시한 것”이라며 “곧 결과가 나오겠지만 파면 팔수록 문제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