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비주류+중도 묶어 10월 '깃발'2014년 6월 지방선거 대비민주당 5월 전당대회서주류 당권집권땐 가속도

송호창 의원이 3일 국회 정론관에서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귀국 일정과 재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뜰 듯 말 듯 미지근하기만 하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4월 재보선 출마의 기치를 치켜들면서 신당 창당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신당 창당과 관련해서 준비된 것은 없다"고 했지만 시점이 문제일 뿐 창당은 상수(常數)로 받아들여진다.

안철수 신당은 기존의 야권, 즉 민주통합당 진보정의당 통합진보당 등과 결을 달리할 게 확실시된다. 민주당에서 그토록 바라던 '안철수 입당'을 더 거론하는 것은 구차하고 부질없는 일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전 교수 측이 4월에 이어 10월 재보선 때도 성공한다면 야권의 무게 중심추가 급격히 안 전 교수 쪽으로 쏠릴 공산이 크다"면서 "안철수 신당은 새누리당에서 소외된 사람들, 민주당 내 비주류, 여타 중도보수층이 한데 어우러지는 모양새를 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 전에 완성

최대 관심사는 안철수 신당의 창당 시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창당 여부에 귀추가 주목됐지만 안 전 교수의 정계 복귀 선언과 함께 창당은 기정사실이나 다를 바 없다.

민주당 한 의원은 사견을 전제로 "안철수 신당이 뜬다면 10월 재보선 이후가 유력할 것으로 본다"며 "4월과 10월 재보선 때 안 전 교수 측이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는다면 야권의 중심축이 민주당에서 안 전 교수 쪽으로 옮겨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5월4일로 예정돼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도 안철수 신당 창당 시점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 같다. 전대에서 친노 주류 측이 당권을 잡는다면 비주류의 동선은 크게 위축될 게 자명하다.

그럴 경우 비주류 측에서는 몸을 옮길 명분과 시점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간다면 안철수 신당은 10월 재보선 전에 정식으로 닻을 올릴 수도 있다.

반면 비주류가 당권을 거머쥔다면 안철수 신당은 직행보다 완행을 택할 수 있다. 비주류 진영 가운데 상당수가 대선 전부터 안 전 교수에게 큰 호감을 보였다. 안 전 교수 측 사람 가운데 민주당 출신들은 대체로 비주류에 속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철수 전 교수의 목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이기 때문에 그 전에는 급히 서두를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지도 않을 것"이라며 "10월 재보선 이후, 다시 말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만 깃발을 세워도 지방선거를 치르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쳐 모여라"

안철수 신당이 뜬다면 어떤 사람들이 함께 할까. 안 전 교수의 지지세력이 당초 여당도 야당도 아닌 무당파, 중도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 내 비주류 일부,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예비후보들이 안철수 신당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안철수가 대세라고 느껴지는 순간 민주당은 김 빠진 맥주가 될지도 모른다. 민주당에는 친노만 남게 되는 상황이 오지 말란 법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내에서 소외된 세력들도 안철수 신당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친박(친 박근혜)계임에도 뒷전으로 밀린 사람들, 친이(친 이명박)계 중 일부, 중도 성향 인사들의 참여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치권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내각 등에 발탁되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볼멘소리가 나온다"면서 "이들 중 일부는 향후 추이를 지켜보다 적당한 시점이 되면 새누리당에서 나와 안철수 진영으로 옮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론적으로 안철수 신당은 기존의 '안철수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하면서 민주당 내 비주류, 중도보수 성향의 장외 정치인들 그리고 새누리당 내에서 비주류로 밀린 사람들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교수 측 한 인사는 "대선 때도 그랬듯이 우리 쪽으로 오겠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창당이 이뤄진다면 내부적으로 기준을 마련해서 우리와 함께 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인사에 한해 선별적으로 영입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