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주치의개인·출신학교 명예 '막강한 권한'은 오해평소 의무실장 청와대 상주 한 달에 3~4회 검진만유사시 30분 내 청와대로… 신현대 교수 '한방 1호'

장석일 주치의가 지난 2005년 입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연합뉴스
현대판 어의(御醫)로 통하는 대통령 주치의.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건강을 돌보는 자리이기에 누가 주치의가 되느냐에 의료계는 물론이고 국민적 관심이 쏠린다. 주치의 배출을 위해 대학간, 병원간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치의로 이병석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가 지난 5일 내정돼 화제를 모았다. 이 교수는 연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생식내분비학을 공부했다. 이후 이 교수는 연대 의대 산부인과학교실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과장 등을 거쳐 지난해 2월 강남세브란스병원장에 취임했다.

연대 출신으로 대통령 주치의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 발탁됐던 허갑범 교수에 이어 이 교수가 두 번째다. 역대로 대통령 주치의의 산실이었던 서울대는 깊은 허탈감에 빠졌고, 청와대 의무실장에 이어 주치의까지 배출한 연대는 환호성을 질렀다.

역대 대통령 주치의는 가톨릭의대 1명, 연대 의대 2명, 중앙대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대 의대 출신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 내부에서도 새 정부 출범 직전 주치의 자리를 놓고 회의까지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대 출신의 한 내과전문의는 "동문들은 당초 대장질환 전문의인 김원호 교수가 주치의로 임발탁될 것으로 봤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의무실장에 기용됐다"며 "김 교수가 의무실장에 임명되면서 서울대 출신의 여자교수가 주치의가 될 거라는 말이 많았는데 연대 출신인 이 교수가 발탁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원호 교수가 의무실장(공무원 신분의 의사)에 중용된 이후 대통령 주치의로는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안규리 교수와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임순 교수, 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 이은숙 박사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균형잡힌 식단·운동 조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최규완 서울대 교수는 "높은 사람 주위에 있다 보니 사람들에게 '막강한 권한을 가졌을 것'이라는 오해를 산다"는 말을 남겼다.

적은 수당이 지급되긴 하지만 대통령 주치의는 무보수 명예직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건강을 돌보는 자리인 만큼 주치의 개인은 물론이고 주치의를 배출한 학교나 병원에도 큰 영광이다.

주치의로 선임되면 재임 중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또 30명 정도의 자문위원을 선발할 권한도 주어지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청와대로 신속히 이동할 수 있는 차량과 운전기사도 제공된다. 대통령에게 이상이 생겼을 때 30분 내로 도착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주치의는 식단, 수면, 운동 등과 관련해 대통령과 독대를 통해 조언할 수 있다. 주치의는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고 있는 만큼 늘 '말조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주치의는 국가기밀을 다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치의는 대통령의 해외순방에도 동행하지만, 대통령이 지방에 출장을 가거나 휴가 중일 때는 경호처 소속의 청와대 의무실장이 대통령의 건강을 살핀다.

대통령 주치의는 긴급 상황은 늘 대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개인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업무가 과중하지는 않다. 의무실장과 달리 청와대에 상주하지 않는 대통령 주치의는 한 달에 많게는 서너 번 정도 청와대에 들러 대통령의 건강을 확인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최윤식 서울대 교수는 "대통령의 건강관리 3대 원칙은 균형 있는 식사, 적절한 운동, 예방을 위한 정기검진"이라고 조언한다.

청와대 의무실장은 대통령 주치의와 달리 청와대에 상근한다. 따라서 평상시엔 주로 의무실장이 대통령의 건강 관리를 맡는다. 의무실장은 매일 아침 대통령의 혈압과, 맥박, 체온 등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

주치의, 의무실장과는 별개로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 30여명도 대통령의 건강을 돌본다. 30여명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이자 전문가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석영 증손자' 지홍창은 1호

역대 대통령 주치의 1호는 종두법을 도입했던 지석영 선생의 증손인 지홍창 박사다. 지 박사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때 발탁됐다.

지 박사 이후 서울대 의대 출신들이 대부분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돼 대통령과 가족들의 건강을 지켰다. 10년간 재직했던 민헌기 서울대 의대 내분비과 교수도 박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 때 주치의는 가톨릭 의대 부속병원 출신인 민병석 박사였다. 민 박사는 그러나 1983년 10월9일 미얀마 아웅산 테러 때 서석준 부총리 등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민 박사의 바통은 서울대병원 한용철 박사가 이어받았다. 김노경 서울대 의대 교수도 전 전 대통령 시절에 주치의로 임명됐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고교 후배들을 주치의로 중용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주치의는 경북고를 나온 최규완 서울대 의대 내과 교수, 김 전 대통령의 주치의는 경남고를 졸업한 고창순 서울대 의대 내과 교수였다.

헌정 사상 첫 여야간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주치의도 서울대 출신에서 연대 출신으로 교체했다. 허갑범 연대 세브란스병원 내과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이 잠룡(潛龍) 시절이었을 때부터 인연을 맺었고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 건강 이상설'이 나돌았을 때는 '이상무'를 발표해 논란을 잠재우기도 했다.

허 교수와 함께 김 전 대통령의 건강을 돌봤던 장석일 성애병원 원장은 김 전 대통령이 평화민주당 총재였던 1990년 10월 단식투쟁을 할 때 매일 왕진을 나갔던 이력이 있다. 의무실장을 거쳐 주치의로 임명된 장 박사는 중앙대 의대를 나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는 양방에 송인성 서울대 교수, 한방에 신현대 경희대 교수였다. 노 전 대통령은 최초로 한방 주치의를 둠으로써 "대통령 주치의는 왜 양방 전문의만 맡느냐"는 한의학계의 불만을 누그러뜨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치의는 양방에 최윤식 서울대 순환기내과 교수, 한방에 류봉하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장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 '모교 사랑'이 남달랐기에 고려대에서는 사상 첫 양방 주치의 배출을 기대했으나 영예는 서울대의 차지였다.

별도 선임규정은 없어… 주로 개인적인 친분


최경호기자

대통령 주치의를 선임하는 데 별도의 규정은 없다. 대통령의 측근이 추천하거나 대통령이 직접 선택하는 게 대부분이다. 역대 대통령 주치의를 보면 잠룡 시절부터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던 경우가 많았다.

지난달 퇴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최윤식 서울대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의 사돈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고창순 서울대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경남고 후배이자 녹지원 조깅 멤버이기도 하다. 녹지원에는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만 함께 할 수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장석일 박사는 90년부터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을 이어오다 청와대에 입성했다. 장 박사는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때 김 전 대통령과 함께 북한을 다녀오기도 했다. 장 박사는 역대 주치의 중 유일하게 청와대에 상주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주치의 최규완 서울대 교수는 대통령 처남(김익동 전 경북대 총장)과 인연으로 주치의에 선임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첫 번째 주치였던 지홍창 박사도 군의관 시절부터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송인성 서울대 의대 교수는 노 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이 아닌 주위의 추천을 통해 영예를 안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이던 2011년 임명된 류봉하 경희대 한의대 교수도 보건복지부와 한의사협회의 추천을 받아 주치의가 됐다.

연대 출신 한 내과전문의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치의로 발탁된 이병석 교수는 몇 년 전부터 박 대통령의 건강을 돌봤던 것으로 안다"며 "이 교수는 호남형 외모에 성격도 서글서글해서 환자들은 물론이고 동문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다"고 귀띔했다.

전두환·김영삼 아직 팔팔… 노태우는 병원에


전직대통령 건강상태

최경호기자

현재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은 전두환(82) 노태우(81) 김영삼(86) 이명박(72) 전 대통령 등 모두 4명. 4명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을 제외한 3명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청년 못지않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대통령은 수년 전부터 병석에 누워 있다.

초대인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해 윤보선 최규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환 등으로 별세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23일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

유난히 산을 좋아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금도 등산과 배드민턴 등을 통해 건강을 유지한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은 타고난 건강 체질인데다 젊어서부터 운동으로 체력을 다져왔다.

육사 생도시절 축구팀 골키퍼로 활약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건강하다. 전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 전립선 수술을 받긴 했으나 건강에는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고 투병해온 노태우 전 대통령은 2008년 폐렴증세로 잇따라 입원하는 등 좀처럼 병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잊을 만하면 위독설이 나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도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