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사위 경영 시대'탁월한 실적으로 '방탄 천장' 뚫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한 이건희(가운데) IOC위원을 보좌하고 있는 김재열(오른쪽)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주간한국 자료사진
장자승계가 일반적이었던 재계에서 오랫동안 경쟁의 무풍지대에 머물러 있었던 장남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부친이 대권을 장남이 아닌 능력 있는 차남 혹은 삼남에게 물려주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비롯해 재계를 대표하는 그룹 총수 중 상당수는 장남이 아니다.

이처럼 '장자승계의 법칙'이 무너진 지 오래지만 여전히 강고하게 남아있는 법칙이 있다. 바로 '아들승계의 법칙'이다. 과거와 비교할 때 딸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룹의 경영권은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애초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아들에게, 호텔ㆍ패션ㆍ외식사업 등은 딸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부 여성 총수들의 경우처럼 해당 계열사들을 통째로 떼어 분가시키는 것은 예외다.

딸보다 더욱 민감한 것이 사위에 대한 처우 문제다. '사위는 반자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사위에게 경영권을 통째로 넘겨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딸의 머리 위에 유리천장이 있다면 사위에게는 아예 '방탄유리천장'이 막고 있는 셈이다. 그룹 총수까지 오른 사위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경영권을 넘겨받을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룹 총수에게 아들과 딸 그리고 사위가 있을 경우 경영능력이 사위> 딸> 아들 순으로 뛰어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전략과 전략경영의 대가들', '전략사파리' 등 다수의 경영관련 저서를 펴낸바 있는 헨리 민츠버그 맥길대 교수는 "아들은 강한 권위를 가진 아버지에게 치여서 약한 2세로 성장하기 쉽다"며 "무의식 중에 아버지의 모습을 닮은 남자와 결혼을 하는 딸 덕분에 오히려 사위가 장인의 능력을 이어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굳이 민츠버그 교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재계에는 빼어난 경영실력을 뽐내는 사위들이 많다. 장인 회사의 계열사를 맡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사위들을 비롯해 아예 그룹 총수에까지 오른 사위들까지 다양하다. 이에 <주간한국>에서는 재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사위들을 주목해봤다.


● 삼성가 임우재·김재열… '장인' 이건희 기대 부응하며 승승장구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
요즘 재계에서 제일 주목되고 있는 사위들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첫째, 둘째 사위인 과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다.

동갑내기인데다 비슷한 시기에 삼성가 사위로 들어온 임 부사장과 김 사장이지만 그룹 내에서 걸어온 길은 사뭇 다르다. 고 김병관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언론계와 재계에 탄탄한 인맥을 지니고 있는 김 사장이 초고속 승진으로 승승장구해온 반면 평사원 출신으로 별다른 배경이 없는 임 부사장은 말 그대로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밟아온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0년 12월에 있었던 삼성 임원 인사다. 김 사장은 당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에 이어 3개월 만에 또다시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총수일가 대부분이 승진했던 그 해 인사에서 임 부사장은 승진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낳았다.

출발이 늦은 임 부사장은 2011년 11월 총수일가 중 유일하게 승진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체면을 세웠다. 김 사장에 비해 속도는 늦지만 달리 해석하면 전무 승진연한인 2년을 채우며 정상적인 코스대로 승진, 결국 같은 선상에 올라선 것이다.

현재 김 사장은 탁월한 실적을 선보이며 그룹 내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이다. 2000년 이서현 제일모직ㆍ제일기획 부사장과 결혼한 김 사장은 2002년 제일기획 상무보로 입사, 2004년부터 제일모직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김 사장은 2011년 12월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맡은 이후 지난해 9월 볼리비아 국영석유가스공사 YPFB와 8억4,000만달러 규모의 플랜트 건설 계약을 체결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알렸다. 김 사장 합류 이후 삼성엔지니어링은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세계 건설사 순위 20위권에 진입하는 쾌거를 올렸다.

삼성물산 평사원 출신의 임 부사장은 이부진 호텔신라ㆍ삼성에버랜드 사장과 1999년 결혼한 뒤 곧바로 미국 MIT로 유학을 떠났다가 2005년 삼성전기 상무보로 복귀했다. 아직은 경영수업 차원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지만 미래 대응전략을 제시하는 등 차세대 경영자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임 부사장과 김 사장이 몸담고 있는 삼성전기와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견조한 실적을 내며 이 회장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매출 7조9,128억원, 영업이익 5,805억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011년과 비교해 매출은 31%, 영업이익은 무려 109%나 급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 11조4,402억원, 영업이익 7,323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 1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23.0%, 16.9% 증가했다.

● 정태영·신성재 전문경영인급 성과… 현대차 정몽구 사랑 듬뿍 받아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
그룹 키 나눠가질 재목으로 주목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게는 사위가 세 명 있다. 그 중 맏사위인 선두훈 선병원 이사장을 제외하고 둘째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ㆍ현대캐피탈ㆍ현대커머셜 사장과 셋째 사위 은 재계 '사위경영'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

정 회장의 사위사랑은 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쏟는 애정에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정 사장과 신 사장 모두 각자 맡은 분야에서 전문경영인급의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향후 출범할 정의선호에서 정 부회장을 도와 그룹의 키를 나눠질 재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최근 몇 년간은 두 사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듯 보인다. 신 사장이 철강 업황 악화 속에서도 견실한 실적을 거두며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데 반해 정 사장은 몇 년 째 실적 내림세에 있는 것이다. 삼성가와 마찬가지로 손아랫동서들이 더욱 펄펄 날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신 사장은 미국 캘리포니아루터대 경영학과와 페퍼다인대 MBA 과정을 마치고 1995년 현대정공에 입사했다. 현대정공 근무 시절 만난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리조트 전무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안용찬 애경·제주항공 부회장
2001년 임원으로 승진한 신 사장은 2002년 관리본부 전무, 2003년 기획담당 부사장 등 초고속승진을 거듭해 2005년 마침내 현대하이스코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게 됐다. 영업본부장 시절에는 1조원대에 머물러 있던 현대하이스코의 매출액을 2조3,000억원대로 끌어올리며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활발한 대내외 활동을 통해 '스타경영자' 반열에 올라있는 정 사장은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의 남편이다. 서울대 불문과와 MIT MBA를 나와 1987년 현대종합상사에 입사한 정 사장은 이후 현대모비스와 기아자동차를 거쳐 2003년 현대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2003년과 2007년부터는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대표이사 사장도 겸하고 됐다.

정 사장은 현대카드 사장 취임 후 파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이며 별 볼 일 없던 현대카드를 4년 만에 2위권으로 끌어올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CM송도 정 사장의 아이디어였다고 알려져 있다.

정 사장은 2010년에는 맡고 있는 금융계열사들의 영업이익을 1조원까지 끌어올리며 장인인 정 회장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러나 2011년 현대캐피탈 고객 148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이후 금융환경 변화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계속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이다.

신 사장의 현대하이스코는 지난해 철강시장의 업황 악화에도 영업이익 상승기조를 이어가며 눈길을 끌었다. 현대하이스코는 각각 전년 동기대비 2.9%, 0.3% 증가한 8조4,051억원, 4,349억원의 매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박장석 SKC 사장
포스코, 현대제철 등의 영업이익이 30% 이상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정 사장이 맡고 있는 계열사들은 3월 말 결산이라 지난해 실적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다만 3분기까지의 실적들을 바탕으로 전망해볼 때 2011년보다 다소 둔화된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정 사장과 신 사장의 그룹 내에서 맡을 역할이 삼성가 사위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리라 예상하고 있다. 삼성가 딸들보다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적은 현대가 딸들의 특성상 그 역할을 사위들이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같은 해석대로라면 이부진 사장, 이서현 부사장이 향후 삼성의 유통ㆍ서비스, 패션ㆍ화학ㆍ광고 계열을 나눠 가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처럼 정 사장과 신 사장은 현대차의 금융, 철강 계열을 분리해 맡게 되리라 예상된다.

● 애경 안용찬·SKC 박장석… 경영자로 입지 굳혀

'데릴사위' 로 맹활약

문성욱 이마트 부사장
삼성, 현대 이외에도 장인 회사에 '데릴사위'로 들어가 맹활약하는 사위들은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장영신 애경 회장의 맏사위인 안용찬 애경ㆍ제주항공 부회장을 꼽을 수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를 거쳐 1987년 애경에 입사한 안 부회장은 처남인 채형석 부회장의 소개로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과 결혼했다.

1995년 애경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후 그룹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도 10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는 등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준 안 부회장은 2006년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계열사인 제주항공을 맡아오고 있다.

안 부회장이 중점을 두고 있는 제주항공은 출범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그룹의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하는 듯했으나 2011년 138억원 흑자로 전환하며 한숨을 돌렸다.

회사 설립 이후 8년 만에 수송능력이 37배나 성장했고 수송분담률은 대한항공(34.6%)과 아시아나항공(21%)에 이어 세 번째(12.4%)를 기록했다. 지난해 흑자폭이 줄어든 것이 단점이지만 장기적인 전망은 밝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현 동양 회장
최종건 SK 창업주의 둘째 사위인 도 '사위 CEO'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1979년 SK네트웍스에 입사한 박 사장은 2004년부터 SKC 사장직을 맡아오고 있다.

사장 취임 이후 박 사장은 사업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꿔 비디오테이프, CD, DVD 등 주력사업 쇠퇴로 인한 SKC의 위기를 타개했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해 SKC는 2조6,292억원의 매출과 1,447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2.1% 감소했지만 전세계적인 태양광사업 침체라는 직격탄을 맞은 것치고는 선방했다는 해석이다.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이사 사장은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의 외동딸 윤자원씨와 결혼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미시간주립대 MBA를 거친 신 사장은 외국계 경영컨설팅 기업인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하며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작업을 주도했다.

신 사장은 2005년 해태제과 상무로 입사하면서 바로 윤 회장과 함께 공동대표이사를 맡아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2008년 멜라민 파동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며 경영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신 사장이 이끄는 해태제과는 지난해 3분기까지 5,577억원의 매출과 44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매출(5,572억원) 및 영업이익(522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다소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대폭 감소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 /신상순기자
범삼성가로 꼽히는 신세계에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사위인 이 주목된다.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과 2001년 결혼한 문 부사장은 2011년 말부터 이마트 해외사업을 총괄해오고 있다.

정부의 영업규제로 국내에서의 성장동력을 잃은 이마트로서는 중국, 베트남 등 해외시장에 올인하는 추세다. 그러나 2011년 27개에 달하던 중국 점포가 16개까지 줄어드는 등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 부사장의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 총수된 현재현·담철곤… 실적악화 등으로 시련

총수 됐지만 문제 산적

처남이 없는 까닭에 사위로 들어갔지만 결국 총수까지 치고 올라간 사위들도 있다. 고 이양구 동양 창업주의 사위로 동서지간인 과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딸만 둘을 둔 이 창업주가 작고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룹을 물려받았다는 점에서 여타 재계 사위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현재 만족스러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 못하다. 실적 악화와 법정구속 등으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까닭이다.

부산지검 검사 출신으로 기업 총수로는 보기 드물게 법조인이었던 현 회장은 이 창업주의 장녀인 이혜경 동양레저 부회장과 1976년 결혼하며 경영자로서의 2막을 시작했다.

1988년 동양 회장에 오른 현 회장은 증권, 보험 등 금융업으로 그룹의 무게중심을 옮기며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2009년에는 생보업계 최초로 동양생명을 상장시키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현 회장은 2010년 그룹 지주사 격인 동양메이저가 자본잠식상태에 빠지며 큰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이 보유한 동양생명 지분 및 창원ㆍ대구 지역 부지, 동양시멘트 전환사채 등을 팔아 치웠지만 동양은 여전히 차입금 1조2,000억원이라는 유동성 위기에 놓여있다.

현 회장은 지난해 말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았다. 그룹의 주력사업이었던 레미콘과 가전사업부 동양매직을 매각하고 섬유사업부 한일합섬의 자산을 처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또한, 다행히 사활을 걸고 추진하던 삼척화력발전소 건설과 운영사업 프로젝트를 따냈다. 발전 부문 중심으로 제2의 창업을 이루겠다는 현 회장의 의지가 통한 셈이다.

담 회장은 1980년 이화경 오리온 사장과 결혼, 그 해에 동양시멘트 대리로 입사했다. 1989년 오리온 대표이사를 맡은 담 회장은 2001년 오리온이 동양에서 계열분리한 이후에도 별 탈 없이 오리온을 이끌고 있다.

담 회장은 주력인 제과사업을 바탕으로 외식, 유통,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그裏?외연을 확장한 담 회장은 독립 당시 7,667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을 두 배 이상 확장하는 등 지속적인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다.

문제는 담 회장 자신의 입지가 불안하다는 점이다. 담 회장은 2011년 수백억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1월 열린 2심에서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났다.

검찰의 항소로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지만 경제민주화 열풍이 부담이다. 실제로 김승연 한화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도 경제민주화 바람에 밀려 법정구속을 겪은 바 있다. 사정은 다르지만 최종판결만 남은 담 회장으로서는 속앓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