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열은 '원조 친박'김장수 '신박' 급부상물밑 힘겨루기 치열할 듯인사 둘러싸고 각종 잡음도
박 대통령이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권좌에 있던 1970년대 청와대를 벤치마킹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김정렴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을 철저히 비서형으로 구성함으로써 국정은 장관들이 주도해 나가도록 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비서진의 권력화를 경계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도 청와대가 권력집단이 아닌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능에 충실하도록 만든다는 구상을 했다. 기획관 6명, 비서관 5명이 줄어든 것과 비서실 명칭이 MB 정부 때의 대통령실에서 대통령 비서실로 바뀐 게 좋은 예다.
새 정부 3실의 수장인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경호실장도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취지에 부합되는 인물이라는 평이 대체적이다. 3선 중진의원 출신의 허태열(68) 비서실장,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장수(64) 국가안보실장,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박흥렬(64) 경호실장은 조용히 '넘버원'을 보좌하는 참모형에 가깝다는 평을 듣는다.
그럼에도 새 정부 초기, 3실장 간 힘겨루기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원조 친박(친 박근혜)계인 허 실장과, 신박(신 박근혜)인 김 실장 간의 파워게임은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허 실장과 김 실장은 이른바 신실세(新實勢)로 불린다.
1945년생인 허 실장은 만 68세로 대통령보다 7세나 연상일 뿐 아니라 청와대 내에서 최고령자다. 허 실장은 내각의 수장인 정홍원(69) 국무총리와 비교해도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부산고-성균관대 법대를 나온 허 실장은 청와대 내에서 '성대 출신의 맏형'이기도 하다. 곽상도 민정수석(성균관대 법대), 이남기 홍보수석(성균관대 신방과),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성균관대 행정학과), 모철민 교육문화수석(성균관대 경영학과)이 허 실장의 후배들이다. 또 3실의 한 축인 박흥렬 경호실장은 허 실장의 부산고 후배이자 고향 후배다.
안보 분야를 총괄하는 김 실장의 인맥도 만만치 않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와 박흥렬 경호실장은 김 실장의 육사 1년 후배다. 김 실장은 27기, 김 내정자와 박 실장은 28기다.
또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내정자는 육사 25기로 김 실장의 2년 선배다. 새 정부 들어 '왕수석'으로 통하는 이정현 정무수석은 김 실장과 학연은 없으나 동향(同鄕, 광주ㆍ전남)이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이 수석의 광주 살레시오고 선배이고, 정무수석실과 총무비서관실에 행정관으로 기용된 음종환 이현진씨는 국회의원(18대) 시절 이 수석의 보좌관이었다.
잡음과 무관할까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벌써부터 인사와 관련해 여기저기서 잡음이 터진다. 갈등설, 알력설 등 인사를 둘러싼 온갖 설(說)이 난무한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으로 내정됐던 변환철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지난 11일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변 내정자가 로스쿨 교수 재직 중 변호사 활동을 한 것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 편법 논란이 제기된 것에 부담을 느껴 사퇴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갈등설도 제기된다. 청와대 내부에서 곽상도 수석과 변 내정자가 민정수석실 행정관급 직원 인선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는 얘기도 들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곽 수석과 변 내정자는 형님, 동생 하는 친한 사이"라며 갈등설을 부인했다.
민정비서관 내정자인 이중희 전 인천지검 부장검사의 경우 내정이 번복된 듯했다가 다시 기용되는 해프닝을 겪었다. 홍보수석실 홍보기획비서관에 내정됐던 이종원 전 조선일보 부국장은 출근을 미루다 결국 사퇴했다. 고용복지수석실 보건복지비서관 자리도 김원종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에서 장옥주 전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으로 바뀌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정무수석실 사회안전비서관에도 당초 성균관대 법대 출신으로 사법시험 합격 경력의 K 치안감이 내정됐었다. K 치안감은 새 정부 출범(2월25일) 직전까지도 청와대에 합류하는 것으로 알고 직원들과 작별인사까지 나눴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특정 학맥 독식 논란과 함께 경찰대 2기인 강신명 전 경북경찰청장으로 사회안전비서관이 전격 교체됐다. 강 비서관은 경북청장으로 부임한 지 100여일 만에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무성한 뒷말을 남겼다.
정치권 관계자는 "K 치안감이 탈락하고 강 전 경북청장이 발탁된 이면에 대구ㆍ경북지역 친박계 국회의원 A씨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했던 것으로 안다"며 "새 정부 초기에 청와대 실세들 간 물밑 파워게임은 앞으로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