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열은 '원조 친박'김장수 '신박' 급부상물밑 힘겨루기 치열할 듯인사 둘러싸고 각종 잡음도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고영권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야심차게 선보인 3실 9수석 40비서관 체제의 청와대. 이를 두고 청와대가 내각 위에 군림하기보다 내각을 조용히 돕는 조직이 되기를 바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MB 정부 때는 2실 9수석 6기획관 45비서관 체제였다.

박 대통령이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권좌에 있던 1970년대 청와대를 벤치마킹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김정렴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을 철저히 비서형으로 구성함으로써 국정은 장관들이 주도해 나가도록 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비서진의 권력화를 경계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도 청와대가 권력집단이 아닌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능에 충실하도록 만든다는 구상을 했다. 기획관 6명, 비서관 5명이 줄어든 것과 비서실 명칭이 MB 정부 때의 대통령실에서 대통령 비서실로 바뀐 게 좋은 예다.

새 정부 3실의 수장인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경호실장도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취지에 부합되는 인물이라는 평이 대체적이다. 3선 중진의원 출신의 허태열(68) 비서실장,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장수(64) 국가안보실장,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박흥렬(64) 경호실장은 조용히 '넘버원'을 보좌하는 참모형에 가깝다는 평을 듣는다.

그럼에도 새 정부 초기, 3실장 간 힘겨루기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원조 친박(친 박근혜)계인 허 실장과, 신박(신 박근혜)인 김 실장 간의 파워게임은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허 실장과 김 실장은 이른바 신실세(新實勢)로 불린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맏형 vs 둘째 형 그리고…

1945년생인 허 실장은 만 68세로 대통령보다 7세나 연상일 뿐 아니라 청와대 내에서 최고령자다. 허 실장은 내각의 수장인 정홍원(69) 국무총리와 비교해도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부산고-성균관대 법대를 나온 허 실장은 청와대 내에서 '성대 출신의 맏형'이기도 하다. 곽상도 민정수석(성균관대 법대), 이남기 홍보수석(성균관대 신방과),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성균관대 행정학과), 모철민 교육문화수석(성균관대 경영학과)이 허 실장의 후배들이다. 또 3실의 한 축인 박흥렬 경호실장은 허 실장의 부산고 후배이자 고향 후배다.

안보 분야를 총괄하는 김 실장의 인맥도 만만치 않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와 박흥렬 경호실장은 김 실장의 육사 1년 후배다. 김 실장은 27기, 김 내정자와 박 실장은 28기다.

또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내정자는 육사 25기로 김 실장의 2년 선배다. 새 정부 들어 '왕수석'으로 통하는 이정현 정무수석은 김 실장과 학연은 없으나 동향(同鄕, 광주ㆍ전남)이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

'박근혜의 입'이었던 이 수석은 '체급'에서는 3실장과 비교가 안 되지만 파워 면에서는 누구도 부럽지 않다. 박 대통령은 MB정부 때 신설됐던 특임장관을 폐지하고 국회를 상대하는 정무 역할을 정무수석실에 부여했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이 수석의 광주 살레시오고 선배이고, 정무수석실과 총무비서관실에 행정관으로 기용된 음종환 이현진씨는 국회의원(18대) 시절 이 수석의 보좌관이었다.

잡음과 무관할까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벌써부터 인사와 관련해 여기저기서 잡음이 터진다. 갈등설, 알력설 등 인사를 둘러싼 온갖 설(說)이 난무한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으로 내정됐던 변환철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지난 11일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변 내정자가 로스쿨 교수 재직 중 변호사 활동을 한 것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 편법 논란이 제기된 것에 부담을 느껴 사퇴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갈등설도 제기된다. 청와대 내부에서 곽상도 수석과 변 내정자가 민정수석실 행정관급 직원 인선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는 얘기도 들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곽 수석과 변 내정자는 형님, 동생 하는 친한 사이"라며 갈등설을 부인했다.

민정비서관 내정자인 이중희 전 인천지검 부장검사의 경우 내정이 번복된 듯했다가 다시 기용되는 해프닝을 겪었다. 홍보수석실 홍보기획비서관에 내정됐던 이종원 전 조선일보 부국장은 출근을 미루다 결국 사퇴했다. 고용복지수석실 보건복지비서관 자리도 김원종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에서 장옥주 전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으로 바뀌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정무수석실 사회안전비서관에도 당초 성균관대 법대 출신으로 사법시험 합격 경력의 K 치안감이 내정됐었다. K 치안감은 새 정부 출범(2월25일) 직전까지도 청와대에 합류하는 것으로 알고 직원들과 작별인사까지 나눴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특정 학맥 독식 논란과 함께 경찰대 2기인 강신명 전 경북경찰청장으로 사회안전비서관이 전격 교체됐다. 강 비서관은 경북청장으로 부임한 지 100여일 만에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무성한 뒷말을 남겼다.

정치권 관계자는 "K 치안감이 탈락하고 강 전 경북청장이 발탁된 이면에 대구ㆍ경북지역 친박계 국회의원 A씨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했던 것으로 안다"며 "새 정부 초기에 청와대 실세들 간 물밑 파워게임은 앞으로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