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인방송 '사건 다큐' 곧 공개… '검찰, 전면 재조사' 소문도 확산에리카 김·투자자 증언… 국내 방송사 극비 거래김경준씨, 다스 상대로 3월 중 부당이득 청구소송민간인 MB에 진검 승부수

BBK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는 3월 중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다스를 상대로 부당이득 청구소송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07년 11월 미국에서 귀국해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는 김씨. 주간한국 자료사진
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 최대 이슈였던 BBK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47)씨의 입과 그 주변인들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씨가 이달 중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 큰형 회사인 (주)다스를 상대로 부당이득 청구소송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검찰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정기관이 곧 BBK사건을 전면 재조사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한 한인 방송제작사가 BBK사건을 전면 재조명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곧 정식으로 배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핵심 재집합

미국 소재의 유스타미디어(www.youstarmedia.com)는 최근 'BBK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의 티저(Teaser) 동영상을 전격 공개하고 다큐멘터리 제작을 발표했다.

미국 소재의 한인 방송제작사가 제작하고 있는 BBK 사건 관련 다큐멘터리에는 당시 핵심인사들과 함께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씨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사진은 2011년 3월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온 에리카 김씨. 주간한국 자료사진
역시 미국 소재의 한인 언론과 공동으로 제작할 계획인 이 다큐제작프로젝트는 '굿펀딩(www.goodfunding.net)'의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풀 버전(Full Version) DVD 제작'과 함께 '서적 제작'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BBK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로, 1차본(30분 분량)은 이달 말 전격 공개될 예정이다. 이 영상에는 BBK사건 핵심인사들의 인터뷰와 관련자들을 통해 BBK에 얽힌 여러 의혹들을 집중 추적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김경준의 누나인 에리카 김씨의 인터뷰도 포함하고 있어 다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다큐의 풀버전이 공개될 경우 정치권에 적지 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 다큐와 관련된 여러 소문이 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모 언론이 이 다큐를 공중파에 방송할 예정"이라거나 "다큐에 담긴 내용이 모두 공개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관련 의혹이 정치권과 사정기관 등에 다시 재점화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이와 관련, 김씨의 행보도 향후 BBK 사건이 다시 점화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김씨는 이 전 대통령(MB)과 (주)다스를 상대로 부당이득 청구소송을 제기할 뜻을 밝혔다.

현재 천안교도소 외국인 전용시설에 수감 중인 김씨는 지난해 10월 자서전 을 출간한 비비케이북스 이병원 대표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인 2월 말이나 3월 초쯤 스위스 비밀계좌에서 (주)다스로 보낸 140억원에 대한 부당이득 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지난달 21일 밝혀 주목을 끌었다.

이는 2011년 나돌았던 'MB-에리카 김 물밑 합의설' 이후 나온 행보일 뿐 아니라 MB 퇴임 후 제기되는 것이어서 그 배경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김씨는 2011년 2월 초 본인이 대표로 등재돼 있던 알렉산드리아 인베스트먼트 스위스은행 계좌에서 MB의 실소유주 의혹을 받아온 (주)다스 측에 140억원을 송금했다.

여기에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씨는 송금이 이뤄지자마자 한국에 입국했다. 그리고 검찰조사 과정에서 기존의 주장을 뒤엎고 "BBK와 MB간의 연관이 없다"고 진술한 뒤 기소유예 및 불구속기소 판결을 받고 LA로 돌아와 '기획입국-이면합의설'이 파다하게 나돌았다.

특히 김씨 가족의 140억원 송금 결정에 대해서는 뒷말들이 많았다. 이미 미국 법정서 (주)다스와의 1심에서 2007년 8월 승소를 거둔 유리한 상황에서 왜 굳이 (주)다스 측에게 투자금 140억원을 선뜻 되돌려주는 선택을 했는지가 의문이었다.

이를 놓고 세간에서는 "MB의 임기 내 추방 형식을 빌린 김씨의 미국 재송환 혹은 사면이라는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미국에서 제작된 영상에는 BBK의 실제 주인이 이 전 대통령이라는 여러 증언들이 포함돼 있고, 이면합의설에 올랐던 에리카 김도 출연한다는 점에서 에리카 김이 갑자기 입국해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뒤집은 내막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김씨의 움직임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MB가 대통령에서 민간인이 됨에 따라 새 정부의 출범에 맞춰 김씨 측이 진검 승부수를 띄우려는 것 아니냐"며 "경우에 따라서는 MB의 퇴임 후 BBK 의혹을 놓고 새로운 돌발상황들이 연이어 속출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김씨는 BBK 사건에 대한 형사소송 판결에 대해서도 재심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BBK 다시 점화 내막

검찰은 BBK 사건과 김씨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어서다. 또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MB측근에 대해 본격조사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BBK 사건을 다시 들추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다스의 실소유주와 다스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조사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단 김씨 측은 김씨가 이명박 정부의 임기 종료와 함께 누명을 벗으려는 의도 이외에 다른 정치적 뜻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씨 측은 지난해 말 이명박 대통령 측에서 BBK 설립을 제안하기 위해 먼저 접근해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씨가 지난해 10월 펴낸 책 에는 이런 내용과 함께 이 전 대통령과 첫 만남이 이뤄진 경위, BBK 설립 과정 등 그동안 BBK 의혹과 관련해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들이 담겨 있다.

김씨는 1999년 초 김백준 전 대통령실 총무기획관에게서 "중요한 분이 뵙고자 한다. 시간을 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당시는 김씨가 모건스탠리 한국지사에서 연봉 20억원을 받고 투자전문가로 재직 중이던 때였다.

그동안 김씨와 이 대통령의 만남은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의 주선에 의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씨는 책에서 자신의 경력과 능력을 보고 이 전 대통령 측에서 먼저 접근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김 전 총무기획관의 전화를 받고 며칠 뒤 서울 서초동 모 연구원 건물에서 이 전 대통령과 단 둘이서 만났고 이 전 대통령은 첫 대면 자리에서부터 인터넷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앞으로 인터넷 사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데 금융전문가이니 함께 인터넷 금융사업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이후 구체적으로 동업을 논의하면서 수익 모델이 불확실한 인터넷 금융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에 투자자문사를 설립해 수익을 올리는 쪽으로 의견을 두 사람은 모았고 이에 따라 설립한 투자자문사가 바로 BBK라는 것이다.

김씨는 1999년 투자자문사 BBK를 설립했으며 이듬해 이 대통령과 동업해 인터넷 증권사 LKe뱅크를 설립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김씨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았고, 김 전 기획관은 LKe 뱅크의 부회장을 맡았다.

김씨는 2000년 12월부터 2001년 11월까지 LKe뱅크 등 38개의 계좌를 이용, 자신이 운영하는 옵셔널벤처스 주가를 조작해 투자자 5200여명에게 600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히고 회사 자금 31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8년에 벌금 100억원이 확정됐다.

이 대통령은 2001년 BBK의 투자자문업 등록이 취소되자 LKe 뱅크 대표를 사임했으나, 김씨는 2007년 대선 직전 귀국해 "BBK의 실제 소유주가 이명박 후보"라고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