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주류책임론' 으로 대립각이용섭·강기정·추미애 등… 범주류, 대항마 고르기 나서문재인 출마 가능성도 제기

김한길
결론부터 말하면 '한길' 대 '여러 길'의 싸움이 될 것 같다.

비주류 진영에서는 4선 의원이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간 가운데 주류 진영에서는 대항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민주통합당 전당대회는 5월4일에 열린다.

비노(비 노무현) 진영의 대표선수 격인 김 의원은 연일 친노(친 노무현) 주류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친노와 보다 선명하게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전대를 '친노 대 비노'대결 구도로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친구이자 라이벌인, 친노의 대부 이해찬 전 대표에게도 직간접적으로 공세를 퍼붓고 있다. "몇몇 실세가 지난해 총선 때 공천을 주무르고 대선을 주도한 결과 뼈아픈 두 차례 패배를 당했다"는 게 김 의원의 일관된 주장이다.

대선 패배 후 책임론에 휘말려 있는 친노도 더 이상 당할 수만은 없다는 자세다. 지난해 총선 패배 직후 대표대행을 맡았던 문성근 상임고문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 혁신 10년, 그 현주소'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당원중심제는 지난 60년간 성공하지 못한 제도"라며 '당원이 당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외치는 의원을 겨냥했다.

이용섭
비노를 상대로 맞불작전을 펴고 있는 친노이지만 당대표 후보 적임자를 고르는 일은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듯하다. 범주류로 분류되는 김부겸 전 3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두 차례나 당대표를 지냈던 정세균 상임고문도 출마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친노 주류 진영에서도 후보를 내긴 내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여러 예비후보가 저마다 대항마를 자처하지만 대체로 중량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항마 누가?

범주류 진영에 속하는 인사들 중 21일 현재 당대표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사람은 재선의원과 3선 의원 2명이다. 이 의원은 가장 먼저 출사표를 밝힘으로써 '선점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세균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의원이 지난 20일 출마를 선언했다. 강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은 강한 리더십과 합리적 견제장치, 전국 103명의 지방단체장과 지역 일꾼, 호남 개혁 세력을 토대로 패배와 계파의 상징으로 변해버린 중앙당을 분권형 혁신정당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강기정
이 밖에도 4선의 신계륜 의원, 4선의 의원, 재선의 이목희 의원, 천정배 전 4선 의원 등도 주위에서 출마를 권유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의원을 더할 경우 최대 5, 6명의 범주류 인사들이 출마 의사를 밝힐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인사들이 모두 본선까지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대 후보 등록은 내달 8, 9일 실시되며 후보가 4명 이상일 경우 내달 12일 예비경선을 통해 본선 진출 후보 3명을 가린다.

따라서 친노 주류 진영에서는 사전에 '교통정리'를 통해 의원과 맞설 강력한 대항마 고르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또 친노 주류에서 독자적으로 후보를 내기 어려운 상황을 맞는다면 본선 경쟁력이 가능 뛰어난 후보를 측면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중량감, 친노에 대한 대선 패배 책임론 등을 감안하면 의원이 가장 앞서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친노가 당내 최대 계파인 만큼 전대를 앞두고 세만 제대로 결집된다면 뒤집기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여전히 변수

추미애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성명에서 "민주당은 사지(死地)가 될지 모르는 가시밭길을 가야 하고 (재보선에서) 부산 영도와 충남 부여ㆍ청양 선거에 매진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의 큰 정치적 자산인 문 전 후보도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부산 영도에서 헌신의 땀방울을 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의 발언은 문재인 전 대선후보가 재보선 때 뒷짐만 지고 있을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친노계로 이해찬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김 의원 등의 재보선 지원 주장과는 별개로 일각에서는 문 전 후보의 당권 도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국회의원으로 문재인 의원은 초선에 불과하지만 대선후보 경력을 갖고 있는데다 친노의 대표선수라는 점에서 중량감은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대선 때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조기 복귀도 문 의원에게는 당권 도전의 명분이라면 명분이다. 안 전 교수는 일찌감치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뒤 밭갈이에 여념이 없다.

안 전 교수는 대선 과정부터 친노와는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안 전 교수 측 윤태곤 공보팀장은 지난 21일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도 크게 보면 범야권이지만 민주당 등과 결은 다르다"고 말했다. 안 전 교수 진영에 있는 인사들의 면면을 봐도 비노 또는 반노에 가깝다.

민주당 안팎으로 비노 진영이 대대적으로 결집하는 상황에서 친노도 마냥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친노가 대선 패배 책임론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당권을 잡으려면 문 의원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와 궤를 같이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의원이 5ㆍ4 전대 때 당권에 도전하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이 클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범주류 후보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문 의원이 직접 나서지 말란 법도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