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버지 익산 축협조합장에 선출대선 득표율 전북 평균보다 높아… 지역서 작지 않은 역할한 듯

서충근
지난해 12월16일 3차 대선후보 TV 토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치열한 공방을 벌이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비장한 한마디를 남겼다. "저는 돌봐야 할 가족도 물려줄 재산도 없습니다. 열 자식 안 굶기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은 혈혈단신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5남2녀의 막내였고, 고 육영수 여사는 1남3녀의 셋째여서 친가와 외가를 모두 더하면 박 대통령의 친척은 5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가족으로 개념을 좁히면 숫자는 확 줄어든다. 박 대통령에게는 동생인 근령씨와 지만씨 그리고 그들의 배우자들이 있다.

근령씨 부부와 박 대통령은 관계가 썩 좋지 않다. 두 사람은 1990년 육영재단 운영권을 놓고 다툰 뒤 줄곧 불편한 사이가 됐다. 특히 근령씨가 2008년 신동욱 백석문화대학 교수와 재혼한 뒤 관계는 더 악화됐다. 신씨는 같은 해 박 대통령의 미니홈페이지에 비방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구속됐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남동생인 지만씨 부부와는 사이가 좋다. 지만씨는 마약 혐의로 5차례나 구속되는 등 방황이 컸지만 2004년 서향희 변호사와 결혼한 이후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가족들과 2006년 8월 15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의 32주기 추도식에서 분향을 하고 있다. 맨 왼쪽이 서향희 변호사. 주간한국 자료사진
지만씨는 1989년에는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도움으로 삼양산업(EG의 전신) 부사장을 맡았고 현재는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지만의 주식 보유액만도 시가 1,000억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서 변호사는 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으로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대선 때도 이런 의혹들이 야당을 통해 제기되곤 했다.

서 변호사는 지난해 7월12일 돌연 홍콩으로 출국해 박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행보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야당은 지만씨 부부가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 구명 로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줄곧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서 변호사의 작은아버지인 씨가 최근 전북 익산ㆍ군산축협조합장에 선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작은아버지의 당선과 더불어 서 변호사도 한 번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서 조합장은 지난 1월11일 치러진 선거에서 1,276표를 얻어 1,182표에 그친 이웅열 후보를 94표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서 조합장은 익산 축산업협동조합 이사, 익산 황토우 영농조합법인 대표, 익산한우 육종연구회 회장, 전국한우협회 익산시지부 고문 등으로 활동하며 나름대로 영역을 넓혀왔다.

지난해 대선 때 박 대통령은 익산 지역에서 13.58%의 표를 얻었다. 이는 전북 평균 득표율인 13.22%를 상회하는 수치다. 인구가 적은 지역일 뿐 아니라 익산과 전북 평균의 득표율에 큰 차이가 없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 변호사의 집안이 익산에서 박 대통령의 '선전'에 작지 않은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워낙 말들이 많았기 때문에 청와대에서도 서 변호사와 그 주변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