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서울국세청 조사국 압수수색 이어김덕중 내정자 발표 전날 비리 수사 발표

국세청과 경찰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박근혜 정부 들어 '사정의 칼'이 된 두 기관이지만 서로에 대한 불신은 상당히 깊은 것 같다.

발단은 경찰의 국세청에 대한 압수수색과 비리 수사.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5일 오후 2시쯤 서울국세청 조사국을 압수 수색해서 비리 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세무 공원들이 담당한 기업들의 세무조사 서류 등 3박스 분량을 압수했다.

경찰은 서울국세청 소속 조사관 등 약 10명이 6, 7개 기업을 세무 조사하는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지난 2010년쯤부터 3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1월부터 수사를 진행해왔다.

국세청이 경찰에 압수 수색의 '굴욕'을 당한 것은 2009년 5월 강남경찰서가 세무조사 추징금 축소 청탁 의혹과 관련해 중부국세청 조사3국을 수사한 이후 4년 만이다.

더구나 국세청은 같은 날 오후 서희건설에 대해 세무 조사를 나가기로 했던 터라 당혹감은 더했다. 국세청은 경찰이 들이닥친 상황에서도 서희건설에 대한 세무 조사는 예정대로 진행했다.

압수 수색 충격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 14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국세청 조사국 전현직 직원 9명이 2009년 9월부터 1년여 간 7개 기업에서 총 3억1,6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사실을 적발했다.

경찰은 팀장급 A씨 등 3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팀원 4명은 불구속 입건, 상품권을 받은 2명은 기관 통보하기로 했다.

국세청의 불만은 경찰의 수사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필요하다면 국세청이라도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이의가 없다. 다만 국세청 주변에서는 "왜 하필 지난 14일이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난 14일은 새 정부 첫 국세청장 내정자 발표 예정일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계획을 하루 늦춰 15일에 국세청장 내정자 등을 발표했다. 경찰에 또 한 방을 얻어맞은 국세청으로서는 김이 빠질대로 빠진 상태에서 새 수장 낙점 소식을 접해야 했다.

새 정부의 최대 화두인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복지재원 마련이라는 중책을 맡은 국세청이 잇달아 경찰 수사를 받은 데 대해 "국민적 신인도 추락이라는 결정적인 오점을 남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국세청이 기업들에 대해 세무 조사를 나가면 '너나 잘하세요'라는 싸늘하고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는 후문이다. 국세청이 이미 신뢰를 크게 잃었다는 주장도 무리가 아닌 이유다.

한 관가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국세청이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 확보, 일부 기업들의 해외 비자금 추적 등이 주된 임무인데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일각에서는 '경찰이 검경수사권 조정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불평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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