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오너·2세 해외 도박 정황 포착카지노 호텔 차명 매입… 해외 출장 빙자 드나들어환치기로 카지노자금 마련… 몇몇 기업 수사망에 올라

기업인들에 대한 사정기관의 전방위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검찰 경찰 국세청 등이 기업인들의 해외 은닉자금과 해외 도박 혐의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부 기업의 오너와 고위 임원들이 해외로 돈을 빼돌리고 현지에 부동산의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 중이다.

특히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기업인들의 해외 도박 관련부분이다. 검찰이 조사 중인 기업인들 중에는 국내 굴지 대기업 오너 2, 3세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불법도박, 은닉재산 추적

최근 방송인 김용만(46)씨가 대해 수년 간 수억원대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연예인들의 프로포폴 투약에 이어 도박 문제가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박성진)는 지난 3월 21일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2008년부터 최근까지 이들 사이트 2, 3곳에서 10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베팅한 혐의를 잡고 최근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국민체육진흥법상 '스포츠 토토' 외에 사설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전부 불법이다.

김씨는 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해외 축구 경기 도박 사이트에 회당 수십만원에서 수백원까지 베팅했으며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현재 KBS 2TV '이야기쇼 두드림', MBC TV '섹션TV 연예통신', SBS TV '스타부부쇼 자기야' 등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MC로 출연하고 있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모두 하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김씨 수사를 두고 여러 관측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가 '연예인 도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도 돌지만 사정기관 소식통들이 전하는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향후 사정기관의 칼날은 기업을 겨눌 것으로 보인다. 사정기관의 수사가 기업들의 해외 비자금 은닉과 불법도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정기관의 한 소식통은 "현재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이 기업인들의 불법행위를 주목하고 있다"며 "MB정권 때 다양한 사업으로 곳간을 채운 기업들 중 일부 기업의 오너들과 임원들이 불법으로 해외에 돈을 빼돌리고 카지노에서 거액을 탕진한 정황을 포착하고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기업은 A기업과 F기업 그리고 N기업 등이다. 이들 기업의 회장은 해외시장 개척을 내세워 해외를 수시로 드나들며 부동산을 사들이거나 카지노로 거액을 탕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A기업의 오너 K회장은 해외지사 관리 등을 이유로 중화권 국가를 오가며 활발하게 사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해외 재산관리 목적으로 드나든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영수증 조작으로 돈 빼돌려

K회장은 홍콩 마카오 등지에 차명으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카지노 시설을 보유한 호텔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K회장은 수시로 마카오 등에서 카지노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금까지 카지노를 통해 약 230억원 정도를 탕진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K회장의 주변인들을 통해 K회장이 해외에 호텔을 차명으로 사들였다는 증언을 확보한 상태이며 출입국 기록 확인을 통해 수시로 마카오를 오간 내용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영남권 출신인 K회장이 MB정권의 실세들과 교류가 잦았으며 실세들 중 일부 인사들과는 매우 친분이 두터웠다는 점을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검찰의 한 소식통은 "K회장이 박영준 전 차관 등 MB정권의 실세와 친분이 있었고 정치권에는 K회장이 정권 실세들의 정치 자금을 지원해 줬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정치자금에 대한 부분은 현재 조사와 무관하지만 지난 정권 당시 그가 마음대로 해외 도박을 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세청은 F기업의 L회장을 주목하고 있다. L회장 역시 해외도박 및 해외 재산 은닉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해외 수출사업이 주력인 F사 회장은 해외에 적지 않는 비자금을 은닉하고 있는 것으로 국세청은 파악하고 있다.

L회장은 미주지역과 중국 등에 적지 않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현지인의 차명으로 구입한 것이어서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파악이 쉽지 않다. 국세청은 차명 부동산의 실소유주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L회장의 자금이 부동산 구입에 유입된 정황을 파악하고 관련 조사범위를 넓히고 있다.

N기업 회장도 해외도박 문제로 검찰 수사망에 올라있다. 이 회사의 J회장은 지금까지 마카오와 미국에서 환치기 등을 통해 약 200억원의 도박 자금을 세탁한 뒤 모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J회장은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하청업체에 영수증 조작과 납품 항목 누락 등을 통해 돈을 빼돌린 뒤 이를 도박 자금을 활용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얼마 전 문제가 됐던 삼성전자 박모 대리의 해외 도박 사건도 사정기관이 다시 조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일단 박모 대리 횡령에 대한 삼성전자 측의 고발사건은 끝낸 상황이지만 박 대리의 도박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하고 추가 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초 국세청은 회삿돈을 빼돌려 마카오나 라스베이거스 등 카지노에서 거액도박을 벌인 기업주와 해외원정 도박을 벌인 일부 연예인들에 대해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당시 "변칙적인 방법으로 기업소득을 탈루해 해외원정도박을 한 혐의가 있는 기업 사주 등 18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대상은 ▲변칙회계처리로 기업자금을 유출해 마카오, 라스베이거스 등 해외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거나 ▲법인 신용카드를 이용해 해외에서 호화사치품을 구입하거나 도박자금으로 활용한 기업인 ▲환치기수법 등을 통해 해외원정 도박을 알선하고 조장한 사람 등이다.

당시 조사한 업체와 기업 관계자들 중 일부는 사법처리 됐으나 일부는 아직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국세청은 대선과 국세청장 교체 등으로 그동안 조사를 미뤄왔으나 조만간 다시 이 건에 대해 본격 조사해 결과물을 보일 계획이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