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삼성 채무상환능력 '최고'SK·LG·한진은 '실적 부진'10대 그룹 상장계열사 이자보상비율 분석 결과영업이익 대비 금융비용 '1,000원당 294원꼴'83곳 중 22곳 재무 부실…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

10대 그룹 상장계열사 중 26.5%가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한국>이 자산순위 상위 10대 그룹 소속의 83개 상장계열사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총 22개사의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금융비용은 차입금으로 발생하는 이자비용 이외에 외환차손, 파생상품처분손실, 매출채권처분손실, 통화선도거래ㆍ평가손실 등이 포함된 개념으로 금융원가와도 혼용해 쓴다. 이자보상비율을 구할 때, 사안에 따라 이자비용으로 계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본 기사에서는 10대 그룹 83개 상장계열사에 일괄적으로 금융비용으로 계산했다.

만약 기업이 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1억원 전부를 이자로 지급했다면 이자보상비율은 1이 된다. 애써 번 돈 모두를 채무 상환하는데 고스란히 갖다 바친 꼴이다. 이자보상비율이 1보다 크다면 자체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하고도 이익이 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이라면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경우 이자보상비율은 당연히 1 미만이 된다.

10대 그룹은 지난해 총 48조2,9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1년의 43조202억원과 비교하면 12.3%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금융비용은 대폭 감소했다. 2011년 17조4,651억원에 달했던 10대 그룹의 금융비용은 지난해 14조2,084억원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반면, 금융비용은 감소한 까닭에 10대 그룹의 이자보상비율은 2011년 2.5에서 지난해 3.4로 늘어났다. 역으로 계산했을 때, 10대 그룹이 영업이익 1,000원당 지출해야 했던 금융비용이 2011년 400원이었다면 지난해에는 294원으로 크게 떨어진 셈이다.

영업이익 10조 현대차 1위

10대 그룹 중 지난해 가장 높은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한 곳은 현대차그룹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조7,9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면, 금융비용은 1조830억원밖에 지출하지 않아 10.0이라는 높은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했다. 2011년과 비교할 때 영업이익이 7,000억원 가량 줄어들었지만 금융비용 또한 6,000억원 가까이 감소하며 이자보상비율도 6.9에서 10.0으로 3.1포인트나 올라갔다.

2위는 5.3의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한 삼성그룹이 차지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23조298억원의 영업이익과 4조3,440억원의 금융비용을 기록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0대 그룹 중 영업이익증가율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2011년 12조8,270억원이었던 삼성그룹의 영업이익은 한 해 동안 79.5% 상승했다. 반면, 5조3,774억원이었던 금융비용은 같은 기간 오히려 줄어들었다. 덕분에 2011년 2.4였던 이자보상비율은 지난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롯데그룹(4.3), GS그룹(2.4), LG그룹(2.1)이 뒤를 이었다.

10대 그룹 중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이었던 곳은 한진그룹뿐이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에도 영업손실을 이어가며 0.0(-0.1보다 수치가 작아서 0.0으로 표시)의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진그룹의 영업손실과 금융비용은 각각 292억원, 1조2,115억원이었다. 금융비용은 1조1,114억원에서 소폭 늘어났지만 영업손실을 크게 줄인 까닭에 이자보상비율도 -0.3에서 0.0으로 개선됐다.

10대 그룹에서 지난 1년간 이자보상비율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한화그룹이었다. 한화그룹의 이자보상비율은 2011년 3.8에서 2.0으로 급락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1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6,214억원→2,910억원) 것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 밖에 롯데그룹(-0.9포인트), SK그룹(-0.7포인트), GS그룹(-0.6포인트), 현대중공업그룹(-0.3포인트) 등도 이자보상비율 하락을 경험했다. 반면, 이자보상비율 1, 2위를 기록한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은 이자보상비율 상승폭도 나란히 1, 2위에 이름을 올렸다.

SK그룹, 부진 계열사 최다

삼성전자 사옥
이자보상비율 1 미만의 상장계열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그룹은 SK그룹이었다. SK그룹은 SK네트웍스, SK하이닉스, SK가스, SK브로드밴드, SK커뮤니케이션즈, SKC솔믹스 등 무려 6개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했다.

SK그룹에서 가장 덩치가 큰 SK네트웍스는 지난해 0.6의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했다. 2011년의 0.7보다 줄어들었다. 지난 1년간 경기 침체로 유류판매가 줄고 트레이딩 수요도 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든(3,339억원→2,914억원) 반면, 파생상품에서 입은 손실이 커지며 금융비용이 증가했기(4,753억원→5,276억원) 때문이다.

지난해 그룹에 편입된 SK하이닉스의 이자보상비율은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반도체 업황악화로 영업이익이 2011년 5,320억원에서 지난해 -6,163억원으로 적자전환한 까닭이다. SK하이닉스 다음으로 규모가 큰 SK가스 또한 0.7이라는 낮은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했다. 파생상품거래에서 손실이 커 금융비용이 두 배 가까이(966억원→1,882억원) 늘어난 까닭이다.

SK그룹 계열사 중 SK커뮤니케이션즈의 이자보상비율 하락폭이 가장 눈에 띄었다. 2011년 4.4라는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었던 SK커뮤니케이션즈의 이자보상비율은 지난해 -156.3이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분기마다 적자 행진을 이어간 데다 '네이트ㆍ싸이월드 개인정보 유출사건' 피해자 소송에 패해 고액의 위자료를 물어주게 되는 등 악재가 겹치며 2011년 4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353억원으로 적자전환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K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SK컴즈는 외부차입금이 없는 회사"라며 "이번에 계상된 금융비용에는 전환사채 평가손실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현대자동차 본사
그밖에 반도체 부품 소재를 주력으로 하는 SKC솔믹스도 태양광 부문에서 적자를 내며 지난해 -1.8의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했다.

LG·한진 계열사 부진 2위

이자보상비율 1 미만의 상장계열사를 SK그룹 다음으로 많이 보유한 곳은 각각 4개사씩 포함된 LG그룹, 한진그룹이었다. LG그룹에서는 LG전자, LG유플러스, LG상사, LG이노텍 등 비교적 큰 규모의 계열사들이 이자보상비율 지표에서 취약성을 드러냈다. 다만 LG유플러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3개사는 2011년과 비교해 양껏 나아진 모습을 보이며 희망을 밝게 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을 크게 늘리며(-2,638억원→427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야심작인 옵티머스G의 성공 등 휴대전화 사업 부문이 부활하면서 무려 3년 만에 거둔 쾌거다. 같은 기간 금융비용도 5,588억원에서 4,638억원으로 줄이며 이자보상비율이 -0.5에서 0.1로 개선됐다.

LG이노텍 또한 2011년 752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 적자폭을 지난해 3억원까지 줄였다. 주요 고객사인 LG전자가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애플 또한 아이폰5를 출시하며 LG이노텍의 호실적을 이끌었다. 그 덕분에 -0.6이었던 LG이노텍의 이자보상비율도 지난해 0.0까지 회복됐다.

LG그룹 본사
그밖에 영업이익 1,001억원, 금융비용 3,589억원으로 0.3에 불과했던 LG상사의 2011년 이자보상비율 또한 지난해 0.5로 늘어났다. 이에 LG상사 관계자는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LG상사의 이자보상비율은 3.96에 이른다"며 "당사 홈페이지에도 그와 같이 공시하고 있는 터라 읽는 사람들의 혼선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LG그룹에서 이자보상비율이 떨어진 유일한 계열사는 LG유플러스였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년간 매출채권 처분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는 등 금융비용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1,847억원→3,072억원) 영업이익도 절반 이하로 떨어지며(2,778억원→1,259억원) 결국 이자보상비율 급락(1.5→ 0.4)을 경험했다.

한진그룹에서는 대한항공, 한진해운, (주)한진, 한진해운홀딩스가 1 미만의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다. 그 중 한진해운과 한진해운홀딩스는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적자의 늪에 허덕이며 마이너스의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했다. 양사 모두 금융 비용은 증가했지만(한진해운 4,315억원→6,018억원, 한진해운홀딩스 82억원→108억원) 적자폭이 더 많이 줄어들며(한진해운 -5,146억원→-1,436억원, 한진해운홀딩스 -3,018억원→-2,068억원) 이자보상비율도 개선됐다.

현대차·한화 부진계열사 '0'

한진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대한항공도 실적부진이 이어지며 이자보상비율 1 미만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2011년(3,941억원)보다 31.1% 하락한 2,71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이 지출한 금융비용도 6,357억원에서 5,628억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 하락폭에 미치지 못해 이자보상비율이 0.6에서 0.5로 떨어졌다.

그 밖에 포스코그룹, GS그룹이 각각 3개사씩,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이 각각 1개사씩의 이자보상비율 1 미만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포스코그룹에서는 주력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의 부진이 눈에 띈다. 2010년 그룹에 합류한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4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17조가 넘는 매출에 비해 빈약한 성과다. 금융비용으로 1조401억원을 지출하며 0.1의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했다. 그밖에 포스코강판은 적자폭을 줄이며(-233억원→-14억원) 이자보상비율도 -1.7에서 -0.1로 올라섰고 흑자전환한(-263억원→112억원) 성진지오텍도 이자보상비율이 -0.5에서 0.5로 대폭 개선됐다.

이에 대해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상사업의 특성상 외환자산ㆍ부채가 많아 금융비용에서 환변동에 따른 손익비중이 높다"며 "실제 이자비용은 전체 금융비용의 14% 수준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단순 이자비용만을 계상할 경우 이자보상비율은 1.01 정도"라며 "최근 2~3년간 진행된 미얀마가스 개발사업이 막바지에 이르며 차입금이 증가, 이자보상비율이 2011년(2.45)보다 낮아졌지만 지난해 9월 교보생명 지분 매각 이후 여유자금으로 차입금을 감축했다"고 밝혔다.

GS그룹에서는 방계회사인 코스모그룹 계열사들의 부진이 이어졌다. 2000년 이후 10여 년의 워크아웃 기간을 거치다 2010년 10월 코스모그룹에 인수ㆍ합병된 코스모신소재는 지난해 적자전환하며(16억원→-107억원) 이자보상비율 하락(0.3→-1.9)을 경험했다. 이산화티타늄 제조 기업인 코스모화학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1년의 4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212억원→56억원) 데다 금융비용까지 늘어나며(92억원→126억원) 0.4의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했다.

삼성그룹에서는 삼성SDI(0.4)가, 롯데그룹에서는 현대정보기술(-1.7)이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그룹 중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한화그룹은 상장계열사 중 1 미만의 이자보상비율을 기록한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무차입 회사도 5곳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을 기록하며 채무상환능력의 취약성을 드러낸 상장계열사들이 있는 반면, 아예 금융비용이 '제로'인 무차입 회사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각 그룹에서 규모가 가장 작은 수준의 계열사들이 주를 이뤘다.

삼성그룹의 무인경비시스템 보안업체인 에스원과 SK그룹 음악콘텐츠 기획 및 유통업체인 로엔엔터테인먼트는 2010년부터 3년 연속으로 금융비용 0원을 기록했다. SK그룹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체인 유비케어도 지난해부터 금융비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LG그룹의 지투알과 한화그룹의 한화타임월드도 금융비용을 대부분 청산했다. 2011년 각각 39억원, 5억원에 달하던 양사의 금융비용은 지난해 600만원, 3,200만원밖에 남지 않았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