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유 소주' 원인 못 찾은 하이트진로 해법은경찰 "제조과정 이상없다" 결국 원인 불명 수사종결브랜드·기업 이미지 추락 점유율·매출 하락 불 보듯경쟁업체 영업사원 현장서 이용할 수도

원인 불명의 ‘경유 소주’로 기업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받은 하이트진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8일청주시 청남경찰서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사 중간 결과 브리핑. 연합뉴스
우지라면, 쥐머리새우깡, 멜라닌분유, 발암수프…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위 단어들은 기존에 판매 중인 식음료제품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성분이 첨가, 심각한 사회적 파문을 낳으며 만들어진 신조어다. 이제 위 목록에 하나가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소주 '참이슬'에서 경유 성분이 검출돼 만들어진 '경유 소주'가 그 주인공이다. 하이트진로로서는 브랜드ㆍ기업 이미지 동반 추락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채 가슴만 졸이고 있는 실정이다.

원인 불명의 '경유 소주'

사건은 지난 3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청북도 청주의 한 음식점에서 지인들과 '참이슬'을 마시던 이모씨는 소주병 안팎에서 나는 심한 경유냄새를 맡고 곧바로 인근 청남경찰서에 신고했다. 청남경찰서는 해당 음식점에서 참이슬 15병을 수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에 성분 검사를 의뢰했다. 국과수 조사 결과 15병 중 8병의 제품에서 경유가 검출됐다. 따지도 않은 소주 원액에서도 경유 성분이 나왔다는 충격적인 소식은 언론보도, SNS 등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경유가 검출된 소주는 지난 1월 23일 저녁 7시 30분께 하이트진로 충청북도 청원공장에서 제조된 제품이었다. 하이트진로 측은 '경유 소주'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생산일자에 똑같은 라인에서 만든 제품들을 수거, 자체적으로 경유 성분 여부를 검사했다. 그러나 다른 제품들에서는 경유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제조과정에서 경유가 검출될 가능성이 없다는 하이트진로 측의 입장 표명에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하이트진로 측은 경찰에 탄원서를 제출, 경유 성분의 유입경로에 대한 신속한 수사로 고의ㆍ과실 유무를 포함해 정확한 원인 규명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청주공장에 수사팀을 파견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던 경찰은 8일 수사 중간 결과 브리핑을 통해 "해당 공장을 방문해 공장 내 경유 사용처, 공병 세척 과정상 흠결 가능성 등 다각적인 측면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며 "공병 반입부터 세척ㆍ주입ㆍ검수ㆍ출고 등 전 제조공정에서 경유가 유입되거나 세척이 미흡해 경유가 병 내ㆍ외부에 잔존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유 유입 경로를 밝히지 못한 경찰은 감독기관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국과수 분석 결과를 통보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식약처 또한 명확한 원인 규명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트진로 측의 주장대로 해당 제품이 거쳐 갔던 주류도매상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경유의 발화점이 높아 기화가 어려운 데다 유통기간이 5주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제조사-주류도매상-음식점'으로 이어지는 유통과정에서도 유입 경로를 밝히기 어려워진 셈이다.

상승 기운 다시 꺾이나

하이트진로 측으로서는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욱 부담이 될 전망이다. 자체 조사나 경찰 수사 등으로 문제점이 드러났을 경우 그것만 해결하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경유 소주'라는 오명을 말끔히 씻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브랜드ㆍ기업 이미지 추락은 점유율과 매출의 동반 하락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기호식품인데다 대체재가 풍부한 소주의 특징을 염두할 때, 이 같은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이미 하이트진로는 지난 1분기에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4,465억원)은 0.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393억원)은 오히려 5.1%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말 '참이슬' 가격 인상으로 가수요가 발생하면서 1월 점유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했고 조직변경 적응기간 동안 업무적 공백이 발생한 여파가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조직 통합에 따른 본격적인 영업 시너지가 나타나고 가격 인상 효과도 반영돼야 할 이 시점에 '경유 소주' 문제로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50%를 넘던 삼양라면 점유율이 '우지라면' 파동 이후 10% 수준으로 급락했고, 농심 또한 '쥐머리새우깡', '발암수프'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이트진로의 깊은 한숨이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다.

제2의 알칼리 환원수 전쟁 벌어질까

흥미로운 것은 주류업계 일각에서 이번 '경유 소주' 파동에 가장 이득을 보는 롯데주류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한 관계자는 "이런 일이 터지면 원래 가장 이득을 보는 쪽을 의심하게 돼있다"며 "롯데주류가 참이슬에 경유를 섞지는 않았더라도 이번 사건을 다양한 방법으로 확산시켜 점유율 확대에 이용할 가능성은 꽤 높지 않겠냐"고 전했다.

하이트진로 측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영업현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경쟁업체의 약점을 크게 부각하는 경우가 잦다고 알고 있다"며 "현재 '경유 소주' 관련 논란을 되도록 만들지 않기 위해 잠잠히 있지만 증거가 확보되면 다른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주류 측은 "이번 사건이 벌어졌을 때 회사 차원에서 영업사원들을 단속, '우리는 경유 소주를 팔지 않습니다' 등의 판촉을 못하게 했다"며 "(하이트진로 측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등의 이유로 우리 쪽에 법적 싸움을 걸 경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