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국내 최초 해외항공사 인수 쾌거체코항공 지분 44% 인수 2대 주주로 자리매김업계 해외진출 신호탄 관심 독일 등 유럽도시까지2시간 이내 방문 가능 공동 운항노선도 확대승객 편의 극대화

대한항공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오후 체코 프라하 소재 국무총리 집무청사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페트르 네차스 체코 국무총리, 미로슬라프 드보르작 체코 아에로홀딩 회장 등 대한항공과 체코항공 양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영 체코항공 지분 44%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대한항공 제공
전 세계 대형 항공사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들의 치열한 도전과 끝을 알 수 없는 글로벌 경기 침체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항공사들은 저마다 인수ㆍ합병(M&A) 을 통한 활로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도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체코 항공의 지분 44%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적인 항공사로 거듭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대한항공의 이번 체코항공 지분인수 결정은 국내 항공사의 해외 항공사에 대한 첫 지분투자 사례다. 이에 따라 업계는 대한항공의 행보가 국내 항공사들이 해외 항공사 지분 인수를 통한 해외 시장 진출의 신호탄이 될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분 인수ㆍ합병 시대 돌입

세계 항공업계는 항공사들끼리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2000년대 초. 생존을 위해 공동운항 추진이나 이른바 '얼라이언스'로 불리는 항공 동맹체를 만들어 협력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현재 세계 항공업계는 보다 치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항공사들의 합병이나 지분인수 등의 방법을 토대로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세계적으로 항공사들의 인수합병은 지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08년 미국의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의 합병을 시작으로 같은 해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의 오스트리아항공 인수, 2010년에는 미국 유나티이트 항공과 콘티넨털 항공의 합병, 영국항공과 스페인 이베리아항공의 인수ㆍ합병 등이 이뤄졌다.

가장 최근 주목할 만한 사례는 미국 아메리칸항공과 US에어웨이스의 인수ㆍ합병이다. 두 항공사는 올해 2월 합병에 합의했으며, 이를 통해 항공기 950대를 보유하고, 56개국 336개 도시에 하루 6,700회 이상의 항공편을 운항하는 세계 최대 항공사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지분 인수를 통한 역외 진출 사례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에티하드항공은 지난해 에어베를린 지분 29.2%를 인수하고 에어프랑스-KLM의 지분 매입을 시도하는 등 유럽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델타 항공도 지난해 말 영국 버진애틀랜틱항공의 지분 49%를 인수해 대서양 노선 확대에 나섰고, 아메리칸항공도 2011년 일본항공과 태평양 노선 10개에 대한 합작사업에 나서기도 했다.

저비용 항공사의 대표주자인 라이언에어도 말레이시아 국영 항공우주산업과 각각 49%, 51%씩 지분을 출자해 말린도(Malindo)항공을 세우고 3월 말부터 말레이시아 국내선 운항을 시작했다. 이후 중국 광저우·홍콩 등으로 노선을 확대할 계획을 밝히는 등 치열한 이합집산이 이뤄지고 있는 형국이다.

최초의 해외 항공사 지분인수 사례

이런 가운데 국적 대표항공사인 대한항공도 지분 인수를 통한 해외 항공사 지분투자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지난 4일 체코 프라하 소재 체코 국무총리실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대한항공 관계자와 체코항공 및 체코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체코항공 지분 인수를 확정하는 협약식을 가졌다.

체코항공은 1923년 설립돼 올해 90주년은 맞은 항공사로 23대의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23개국 40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는 유럽 지역의 대표 항공사다. 대한항공은 이번 지분인수 협약에 따라 체코항공 지분 44%(460,725주)를 인수해 체코항공의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오랜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진 체코항공과 대한항공이 상호간 파트너십을 통해 스카이팀의 협력 기조를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아울러 체코항공과 대한항공의 훌륭한 경영진과 양국의 풍부한 문화가 어우러져 양사간 영업 성장은 물론 양국간 교류가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럽 노선 확대로 편의성 증대 기대

이번 체코항공 지분 인수로 인해 대한항공은 체코항공과 연결편 스케줄 개선, 공동운항 확대 등 협력관계를 강화하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유럽 노선으로 출발하는 승객들의 편의는 더욱 높아지게 될 전망이다.

가장 먼저 체코항공의 거점 공항인 프라하공항을 중심으로 해서 네트워크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를 통해 유럽 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지게 됐다.

특히 체코항공의 주요 활동무대인 프라하공항은 유럽의 동부와 서부를 연결하는 거점 공항으로, 체코 프라하 공항을 통하면 독일 베를린, 덴마크 코펜하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의 주요 도시까지 2시간 이내에 방문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체코 프라하와 유럽 주요 도시를 잇는 공동운항 노선도 확대해 승객 편의를 극대화한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선도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서비스 노하우를 체코항공에 전수할 수 있게 돼 전반적인 서비스의 질 또한 대폭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유럽행 승객들이 현재 유럽의 주요 공항인 상대적으로 수하물 처리 및 출입국 절차의 혼잡도가 덜 한 프라하공항을 이용하게 되면 환승을 포함한 여러 절차들이 보다 간소화될 전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대한항공의 체코항공 지분 인수는 국내 항공사가 해외 국적의 항공사에 투자를 한 첫 사례"라며 "국내 항공시장에서의 경쟁을 넘어 해외 로컬 시장으로 진출해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