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라그룹 '잇따른 악재'뒤통수 유상 증자·일감 몰아주기 등현 정부 경제민주화에 대부분 역행 '부담'

한라그룹이 최근 고배당 논란, 저가 납품,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잇단 악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한라건설이 입주한 서울 송파구 시그마타워 전경과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작은 사진). 주간한국 자료사진
한라그룹이 사면초가다. 고배당 논란부터 저가 납품, 일감 몰아주기 등 굵직한 악재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이런 의혹들 대부분이 현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한라그룹으로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적자에도 '호주머니 불리기'

먼저 고배당 문제가 구설에 올랐다. 한라건설은 지난달 29일 제33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보통주식 1주당 150원의 현금배당을 승인했다. 모두 41억원 규모다.

한라건설 대주주는 정몽원 회장으로 665만4,995주(24.28%)를 소유하고 있다. 이밖에 딸 지연ㆍ지수 양이 각각 9만7,237주(0.35%)와 1만8,860주(0.07%)를, 아내인 홍인화씨와 처남인 홍석화씨가 각각 3만4,000주(0.12%)와 1만7,000주(0.06%)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9억9,800만원의 쏠쏠한 현금 배당을 받게 됐다. 문제는 한라건설이 지난해 IFRS연결기준 2,022억원의 적자를 냈다는 점이다. 회사 안팎에서 한라그룹 오너일가가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불리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한라건설의 고배당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지난 32기와 31기에는 120억원의 현금배당을 승인했다. 2011년 말 영업이익은 421억원에 불과했음에도 영업이익 28.5% 수준의 배당을 나눠준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라그룹은 "별다른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저가 납품 의혹도 업계의 눈총을 받고 있다. 문제의 계열사는 만도. 브레이크 방향계통 충격완화장치 등을 제조해 현대차에 납품하는 자동차 전문부품업체다. 이 회사는 지난해 공격적인 직장폐쇄와 용역 투입, 복수노조 설립 등으로 '노조파괴 사업장'이라는 오명을 받아온 바 있다.

문제는 만도가 현대차로부터 부품 품목 확대를 보장받는 대가로 납품하는 부품의 가격을 선행 인하해주기로 한 데 있다. 완성차업체가 부품사를 상대로 부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건 전례에 없던 일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선 한라그룹의 회사 재건을 위해 저가 납품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며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도에 648억 공사 줘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라건설은 지난해 12월 계열사인 만도와 648억3,058만원 규모의 한라그룹 연수원 신축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공사비는 지난해 한라건설 매출액의 3.85%에 달하는 규모다.

앞서 만도는 같은 해 11월 한라건설과의 연수원 신축공사 계약금액이 452억800만원이라고 공시했다. 현금거래 조건이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선 만도가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한라건설을 살리기 위해 현금을 몰아주며 계열사를 부당지원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서도 한라그룹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진행된 사업일 뿐"이라고만 말했다.

이른바 '뒤통수 유상증자'로 주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만도는 지난 12일 100% 자회사인 마이스터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한라건설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4일 뒤인 지난 16일 한라건설은 유상증자를 통해 3,435억원 납입이 완료됐다고 장 마감 후 공시했다. 대금은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50억원을, 나머지 전액은 마이스터가 납입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주주들에겐 악재다. 실제, 그룹 내 회사를 지원하다 주저앉은 사례가 적지 않다. 극동건설을 지원하다 법정관리를 맞은 웅진홀딩스가 대표적인 예다.

당연히 주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만도 주식 176만주(9.7%)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이 특히 그렇다. 국민연금은 8개월 전 소위 한라공조 사태 때 자신들은 만도에게 힘을 보태줬지만 돌아온 건 '뒷통수 유상증자'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 유상증자에 법적인 하자는 없다. 게다가 이미 유상증자가 마무리돼 어떤 규제를 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일로 한라그룹은 시장에 안 좋은 인식을 심게 됐다. 위기 상황에서 손을 내밀어줄 조력자를 구하기 한층 어려워진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라그룹은 "이번 유상증자는 모회사인 한라건설을 살리고 소속 종업원들과 협력업체의 일자리를 보전하는 데 최대 목표를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내부 직원 반발마저

여기에 최근 내부 직원들의 불만까지 빗발치고 있다. 만도는 지난해 하반기 경기 판교에 지상 9층 지하 3층의 신사옥을 마련하고 입주를 마쳤다. 그러나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직원들이 주변 도로에 차를 세워놓는 등 적잖은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신사옥을 건축한 게 그룹 내 건설사인 한라건설이라는 데 있다. 이를 두고 모그룹에 대한 만도 직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만도의 한 직원은 "다른 기업도 아니고 모기업이 직원편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건축을 한 것에 직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