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 성접대' 사건을 수사하다 역풍을 맞은 경찰이 이번엔 단단히 벼르고 있다. 추락한 명예를 일거에 회복하고 검찰에 밀린 모양새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성접대 의혹에 연루된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이 출국 금지된 데 따른 요즘 경찰의 분위기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고위층 성접대' 사건은 경찰이 논란이 된 동영상 실체, 범죄 혐의인 대가성 등 핵심 내용을 밝히지 못하면서 '무능한 경찰'이란 오명과 함께 미궁으로 빠져드는 양상을 보였다.

김학의 전 차관이 물러나긴 했지만 오히려 인사검증 부실이라는 따가운 여론이 박근혜정부에게 부담만 안겨주었다는 비난이 일었다. 일각에선 경찰이 검경수사권을 놓고 검찰과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검찰에 흠집을 내기 위해 김 전 차관 문제를 확산시켰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지난 4월18일 단행된 경찰인사가 '문책성' 성격을 띠면서 경찰 수사는 또 한번 도마에 올랐다. 경찰청은 총경 인사에서 성접대 수사 실무 책임자인 이명교 특수수사과장을 국회경비대장으로 발령했다. 또 최초 성접대 동영상 확보에 의욕적으로 나섰던 범죄정보과 실무 책임자인 반기수 범죄정보과장은 경기 성남 수정경찰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앞서 치안감과 경무관 인사에서 수사 계통을 지휘한 김학배 수사국장과 이세민 수사기획관은 각각 울산경찰청장과 경찰대 학생지도부장으로 보직 이동했다.

김기용 전 경찰청장 교체는 문책의 정점으로 꼽히면서 성접대 의혹 사건 수사 부실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와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수사 실무선에서는 김 전 차관과 관련한 정보를 올렸지만 지휘 라인에서 무시, 청와대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많다. 김 전 차관이 사퇴한 뒤에도 의혹이 확산되자 청와대 민정에서는 수사 실무담당자를 직접 불러 보고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성접대 의혹 사건으로 위상이 추락한 경찰은 김 전 차관을 출국 금지시키면서 다시 검찰과 맞서려는 양상이다. '비장의 카드'도 준비해 두었다는 전언이다. 경찰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모 인사에 대해서는 별건으로 당장 구속시킬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두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검경수사권을 놓고 검찰과 경찰의 제2라운드가 전개될 지 주목된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