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지도부에 친노 전무 등… 주류 급격한 퇴조무계파 김 대표 중심으로 '신주류' 탄생할 듯밀려난 친노, 핵심 빼곤 신주류로 편입?

김한길(가운데) 민주당 대표가 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1차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ㆍ4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한 민주당 내 권력지도가 바뀌어가고 있다. 2011년 12월 민주통합당 출범 때 당에 대거 유입돼 헤게모니를 쥐었던 친노(친 노무현) 주류가 급격히 퇴조한 가운데 비주류였던 김한길 4선 의원이 당의 간판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선출직 최고위원 4명의 면면을 봐도 친노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고, 조경태 최고위원은 꾸준히 독자 노선을 걸어왔다. 양승조 최고위원은 손학규 상임고문과 가까우면서도 중도에 가깝고 우원식 최고위원은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이자 민주평화연대(민평련)의 대표주자다.

비주류에 속해 있던 지방의 한 중진의원은 "앞으로 민주당은 이념정당이 아닌 대중정당으로 가야 되지 않겠냐"고 반문한 뒤 "이른바 범주류로 불렸던 세력도 찬찬히 뜯어보면 원래 하나는 아니었기 때문에 전대를 계기로 흩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한명숙 이해찬 전 대표를 잇달아 배출했던 친노 주류는 대선을 앞두고 486 일부와 민평련 일부, 정세균(SK)계 등과 연대하면서 범주류로 몸집을 크게 불렸다. 범주류는 계파연대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범주류는 대선 패배 후 거센 책임론에 휘말리며 비틀거렸고 5ㆍ4 전대를 통해 치명상을 입었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수세에 몰린 범주류는 이용섭 강기정 후보의 '우여곡절 단일화'를 통해 당대표 경선에서 막판 역전을 노렸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가 10일 폐업 위기에 놓인 경남 진주의료원을 방문해 로비에서 농성 중인 노조원들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 후보가 예상 밖의 참패(38.2% 대 61.71%)를 당한 데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노 핵심인 윤호중 의원이 꼴찌에 그치자 범주류의 결속력은 급속도로 약해지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윤 의원의 당선을 위해 친노 외에도 애를 썼던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귀띔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한길 대표는 원래 계파랄 게 없었기 때문에 당대표 등극을 계기로 신주류가 탄생하지 않겠냐"면서 "결과적으로 친노 핵심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은 신주류로 편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계, 486 그리고 민평련

참여정부 때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세균 상임고문은 두 차례나 당대표를 지낸 민주당 내 '대주주'다. 이른바 SK계로 불리는 의원만도 20명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 고문은 중도 성향에 가깝다. 정 고문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장관에 임명되긴 했으나 친노라고 단정짓긴 어렵다. 민주당 한 소식통은 "정 고문 측과 김 대표의 관계도 무난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양측이 우호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은 대선 패배 후 가혹한 비판에 시달렸다. 특히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요직을 맡았던 이인영 의원이 지난 1월 "계백장군을 내세워 당을 구해야 한다"며 박영선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밀었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다. 박 의원 역시 대선캠프의 핵심 중 한 명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486이라는 명찰이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 이미 주류이자 기득권을 누렸던 사람들이 당이 위기에 빠지면 마치 조연인양 행세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486은 지난 3월 '486 진보행동의 반성과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486 해체 선언과 함께 혁신 과제를 제시했다. 2010년 11월 결성된 '진보행동'에는 강기정 김기식 김재윤 김현미 오영식 우상호 유은혜 조정식 최재성 의원 등 현역 의원만도 25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늘 마른 자리에만 서려 했다"는 비판도 없지는 않지만 "486이 여전히 당의 중요한 자산이자 주축"이라는 옹호론도 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486 가운데 일부는 김한길 대표와 손을 잡게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SK계, 486과 함께 민평련도 당내 주요 세력이다.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주도로 1994년에 출범한 통일시대국민회의를 모태로 한 민평련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국회의원만 21명을 배출했다.

지난해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앞서 민평련은 자체적으로 지지후보 결정 투표를 했고, 그 결과 손학규 문재인 김두관 후보 순으로 표가 나왔다. 그러나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자 민평련은 공식적인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이목희 노영민 의원 등이 일찌감치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고 우원식 의원은 "그래도 1위 후보를 도와야 하지 않겠냐"며 손학규 후보 진영에 합류했다.

지난해 대선을 계기로 결집력이 많이 느슨해진 민평련이지만 친노와는 결이 다르다는 점에서 김한길 대표와 함께 갈 가능성이 엿보인다. 민평련의 핵심 인물인 우원식 의원이 최고위원에 선출됐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에는 여러 정파가 있다. 제아무리 계파 청산을 외친다 해도 그게 말처럼 쉽게 되겠냐"면서도 "김한길 대표뿐 아니라 새 선출직 지도부에 친노 인사가 없다는 점은 앞으로 당이 그렇게 나아갈 것이라는 신호탄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궁지에 몰린 친노의 선택은

김한길 대표 체제 출범으로 중심에서 밀려난 친노 그룹도 나름대로 목소리를 내며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당권을 놓치면서 졸지에 구(舊)주류 신세가 됐지만 친노가 여전히 당내 최대 세력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민주당 소식통은 "대놓고 반대하진 않겠지만 친노가 마냥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단은 개혁 성향의 의원들과 연대해서 진보적인 정책 대안을 내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친노의 핵심이자 강경파로 분류되는 문성근 전 대표대행(상임고문)이 지난 3일 전격 탈당한 것을 두고 지금까지도 뒷말이 무성하다. 비록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긴 했지만 명색이 당대표를 지냈던 사람이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당의 축제를 앞두고 탈당했다는 것은 도의상 맞지 않다는 비판이 일었다.

'노무현 보좌관' 출신인 조경태 최고위원은 지난 4일 전당대회 종료 직후 "노무현 정신은 유불리를 떠나 역경을 딛고 일어서 지역주의를 극복해내는 헌신과 희생 정신에서 출발한다"며 "최근 탈당을 선언한 문 상임고문에 대해서는 참으로 유감이고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행은 지난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당대회에서 국민 참여(모바일 투표)를 배제하기로 한 것은 대선공약을 파기하는 것"이라며 "민주통합당 자신도 대선공약을 대선이 끝나자마자 파기해버리는데 우리는 (박근혜 정부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반박했다.

문 전 대행은 지난달 발표된 대선평가보고서의 친노 책임론에 대해서 "당 전반의 문제를 (친노에게 돌려) 삿대질을 해 지지도를 낮추는 역할만 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문 전 대행은 그러나 "지역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해 비록 민주당 문은 박차고 나갔지만 정치활동은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후보의 시민캠프가 지역별 정치네트워크로 전환 중인 만큼 향후 문 전 대행도 이런 분야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사견을 전제로 "문 전 대행이 탈당했다고 해서 당장 동참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특히 현역 의원들은 친노, 비노를 떠나 내년 지방선거, 3년 후 총선이 있기 때문에 행보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