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새 체제 탈바꿈 '가속도'새 사무총장 박기춘 임명정중동 행보 박지원 측근재보선·지방선거 영향력 커박지원 보폭 넓어질 듯

김한길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지난 9일 민주당은 적잖이 술렁거렸다. 5ㆍ4 전당대회를 통해 새 당대표를 선출한 민주당이 9일 오후, 그동안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당을 이끌어온 박기춘 원내대표를 사무총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임명권자는 당의 수장인 김한길 대표였다. 인선 후 김관영(전북 군산) 수석대변인은 "당 지도부가 혁신의 지침을 가장 강단 있게 실천해 낼 적임자로, 박기춘 현 원내대표를 신임 사무총장에 임명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박 신임 사무총장은 경기 남양주을에서 잇달아 3선 고지에 올랐을 만큼 만만치 않은 저력을 갖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4, 5대 때 경기도의회 의원을 지낸 뒤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처음 금배지를 달았다.

와 가까우면서도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박 사무총장은 지난해 대선 패배 후 지도부 공백 사태가 빚어졌을 때 소속 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당당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하지만 당대표에 이어 넘버 2이자 원내사령탑이었던 원내대표가 서열 9, 10위 정도라는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해 사무총장을 지냈던 윤호중 의원이 지난 5ㆍ4 전당대회 때 최고위원에 도전했던 것만 봐도 사무총장의 당내 위상을 쉽게 알 수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
민주당 관계자는 "서열상 사무총장은 당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들 다음가는 자리이지만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중량감은 보통 때와 다르다"며 "특히 의 측근인 박기춘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김심(金心)이 박기춘?

김심(金心ㆍ김한길 대표의 의중)은 처음부터 '사무총장 박기춘'이었을까. 사실 지난 9일 오후 인선 결과가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박 의원이 사무총장에 임명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3선의 조정식(경기 시흥을) 안민석(경기 오산) 이상민(대전 유성) 김재윤(제주 서귀포) 의원과 재선 중에는 정성호(경기 양주ㆍ동두천) 문병호(인천 부평갑)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됐다.

인사가 임박하자 여러 후보 가운데 조 의원이 사무총장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설(說)'이 자주 들렸다. 김 대표가 향후 손학규 상임고문과의 관계 설정을 위해서라도 그의 측근인 조 의원을 발탁할 거라는 게 이유였다. 손 고문은 오는 7월 독일에서 돌아와 정치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박기춘 사무총장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하마평에조차 오르지 않았던 박 의원이 사무총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박 의원은 수 차례 고사했지만 김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마음을 움직였다는 게 당 안팎의 '공식적인' 설명이다.

이와는 별개로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재선 의원이 당초 사무총장으로 검토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표가 마음에 뒀던 것은 아니고 주위의 추천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한 의원실 관계자도 "18대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온 데 이어 19대 때 지역구에서 배지를 단 재선 의원이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 측이 '사무총장=3선 의원'에 무게를 두면서 이 재선 의원은 자연스럽게 후보에서 탈락했고, 와 마음이 통하는 박기춘 의원이 사무총장에 기용됐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민주당 관계자는 "원내사령탑은 원내대표이지만 선거는 당대표와 사무총장이 지휘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공천과 관련해서도 당대표와 사무총장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한길 대표가 민주당의 간판이라면 는 대주주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겠냐"면서 "앞으로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귀띔했다.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대선 패배 직후인 지난해 연말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뒤 는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할 말은 하는, 박 전 원내대표 특유의 강력한 파워는 여전했다.

지난해 6ㆍ9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노(친 노무현) 핵심인 이해찬 전 대표, 문재인 전 대선후보와 연대하며 '담합 논란'을 빚었던 박 전 원내대표이지만 지난 3월 "친노 주류 그룹은 5ㆍ4 전당대회 출마를 자제해야 한다. 자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사실상 연대 탈퇴를 시사했다.

그렇다고 박 전 원내대표 자신이 직접 나서지도 않았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원내대표에 당선됐던 게 박 전 원내대표가 당 전면에 섰던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해석한다.

300명 국회의원 가운데 새누리당 송광호 강길부 의원과 함께 만 71세로 최고령인 박 전 원내대표가 향후 앞에 나서서 지휘봉을 잡는 것보다 뒤에서 정중동의 행보를 이어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전 원내대표의 측근인 박기춘 의원이 지난해 연말 원내대표 선거에서 승리한 데 이어 김한길 대표 체제에서도 사무총장에 임명된 것이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한 방송에 출연해서 10월 재보선,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관련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박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야권 전체도 10월 재보선 희망은 없고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진정한 정치 풍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안철수 신당'에 대해 "안철수 의원이 여러 가지 일을 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자기 생각처럼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다소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박 전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패할 경우 제기될 수 있는 지도부 책임론을 사전에 차단함과 동시에 재보선을 통해 독자 세력화에 나서겠다는 안철수 의원 측에 대한 견제구로도 읽힌다.

민주당 한 의원은 사견을 전제로 "향후 두 차례 중요한 선거에서 의 측근인 이 비중 있는 역할을 맡게 됐다. 때문에 박 전 원내대표의 보폭도 그만큼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