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새 원내대표 최경환·전병헌최, 당·청 관계 재정립전, 대여 강공모드 예고10월 재보선서 격돌

새누리당의 최경환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지난 15일 여야는 새 원내사령탑을 선출했다. 공교롭게도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같은 날 새 원내대표를 뽑았기에 그만큼 관심도 더했다. 더구나 '윤창중 파문'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터라 여야의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귀추가 주목됐다.

선거 결과 새누리당은 원조 친박계 3선인 최경환(58) 의원(경산ㆍ청도)을, 민주당은 중립 성향의 3선인 전병헌(55) 의원(서울 동작갑)을 임기 1년의 원내사령탑으로 뽑았다.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사령탑이다.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당과 소속 의원을 지휘한다. 당대표가 대외적으로 당의 얼굴이자 간판이라면 '넘버 2'인 원내대표는 실질적인 리더라 할 수 있다.

이한구 전 원내대표와 박기춘 전 원내대표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최 원내대표와 전 원내대표는 앞으로 1년간 치열하게 싸워야 할 운명에 놓였다. 특히 오는 10월 재보선 때는 전국적으로 10곳 이상에서 선거가 열릴 가능성이 크기에 어느 때보다 여야 원내사령탑의 역할이 중요하다.

두 사람은 한때 국회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서 함께 일한 인연도 있다. 그래서 최-전 두 원내대표가 벌일 샅바싸움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당 전병헌 의원이 15일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뒤 손을 들고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최경환 "견제하는 새누리당"

최경환 신임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소속의원 153명 중 146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열린 경선에서 77표를 얻어 69표에 머문 이주영 4선 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최 원내대표와 함께 러닝메이트로 나선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을)은 정책위의장에 선출됐다.

결과는 최 원내대표의 승리였으나 선거 전부터 박심(朴心ㆍ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개입 논란, 친박계의 독식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예상보다는 박빙승부였다. 한편으로는 온건ㆍ중도 성향의 이주영 의원의 다리품과 저력이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도 해석된다.

행정고시 22회 합격자로 경제관료 출신인 최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고락을 함께 한 '원조 친박'이다. 2011년 말 박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의 전면에 서자 최 의원의 이름 석자 앞에는 '실세'라는 수식어 하나가 더 붙었다.

최 원내대표는 행정고시 합격 후 줄곧 경제기획원에서 근무했고 1999년 예산청 법무담당관으로 공직생활을 마쳤다. 이후 최 원내대표는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을 거쳤고 2004년 17대 총선 때 고향인 경북 경산ㆍ청도에 출마해 금배지를 달았다.

친이(친 이명박)계가 득세했던 지난 정권에서 최 원내대표는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MB 내각에 합류하긴 했지만 최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과 꾸준히 신뢰 관계를 유지했고, 그 결과 박 대통령이 다시 당 지휘봉을 잡게 되자 수면 위로 부상했다.

최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첫 대권 도전이었던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경선 때 박근혜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다. 최 원내대표는 지난해 대선 때도 후보 비서실장에 임명됐으나 대선 70일 전 '인의 장막' 논란이 일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과 함께 최 원내대표의 입각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제 전문가답게 경제 부처 장관으로 자리를 옮길 거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정부보다는 당에서 일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고, 이후 최 원내대표는 착실하게 원내대표 선거를 준비해왔다.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온화하다는 평을 듣는 최 원내대표이긴 하지만 지난해 총선 때 공천과 관련해 전횡이 심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MB 정권의 실세인 이재오 의원에 빗대어 '최재오'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최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 연설에서 "집권 여당답게 제대로 정부를 견제하면서 국정 뒷받침하는 존재감 있는 집권 여당에 대한 당부 말씀을 들었다"면서 "약속 드린 사항은 열심히 지키고 집권 여당답게 보람을 느끼도록 성심껏 봉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병헌 "유능한 민주당"

전병헌 신임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소속 의원 125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열린 경선에서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68표를 얻어 56표를 얻는 데 그친 우윤근 의원을 12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로써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한 차례 실패 후 재수 끝에 제19대 국회 민주당의 세 번째 원내대표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이날 투표에는 재적 의원 127명 가운데 이해찬 전 대표, 김기식 의원 등 2명만 불참했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친노계의 문재인 의원도 참석해 한 표를 던졌다.

앞서 실시된 1차 투표에서는 우윤근 의원 50표, 전병헌 의원 47표, 김동철 의원이 27표를 얻었으나, 재적 과반(64표) 득표자가 없어 전 의원과 우 의원을 상대로 결선투표가 실시됐다.

그리고 전 의원은 결선투표에서 멋진 역전승을 거두며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산술적으로 김 의원이 1차 투표에서 얻었던 27표가 결선투표에서는 전 의원 21표, 우 의원 6표로 나뉘었다.

당초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전 원내대표와 우 의원의 2강 구도 속에서 김 의원의 추격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우 의원과 김 의원 간의 단일화가 예상되기도 했으나 '순리대로' 결선투표가 진행됐고, 그 결과 전 의원이 역전승을 일궜다.

전 원내대표는 1980년대 후반 평민당 시절 야당 당료로 출발해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책기획비서관, 국정상황실장, 국정홍보처 차장 등을 거쳤다.

참여정부 출범 2년째였던 2004년 제17대 총선 때 서울 동작갑에 둥지를 튼 전 원내대표는 이후 19대까지 내리 3선을 내달렸다. 전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에서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 원내부대표,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싸울 땐 단호하게, 협상은 치열하게, 양보는 전략적으로 할 것"이라는 유세 때 발언처럼 전 원내대표는 야당 원내사령탑으로서 결기와 선명성이 돋보인다는 평을 듣는다. 전 원내대표가 결선투표에서 우 의원에게 비교적 낙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기대 심리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략가'로 불리는 전 원내대표는 정세균(SK) 상임고문의 사람, 이른바 'SK맨'으로 통한다. 일각에서는 동료 의원들과 매끄러운 호흡이 조금 아쉽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경선 때 경쟁자이자 친구인 우윤근 의원조차 "(전 의원은) 뛰어난 전략을 갖고 있고, 순간적 아이디어가 국회의원 중 최고"라고 치켜세울 정도다.

전 원내대표는 당선 인사에서 "의원들이 저를 선택해준 것은 분명한 존재감, 선명한 민주당, 유능한 민주당으로 함께 나가자는 결의라고 생각한다"면서 "127명 의원들의 역량을 한데 모아 민주당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좋은 성과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