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중천 별장 성접대 대기업 회장 연루설 실체는…대기업 회장직 출신 B씨 윤씨 브로커 활동 도운 듯20분 성접대 동영상에 수사 관련 靑보고 의혹도경찰 '대가성' 관계 추궁 언급 대기업 "사실무근"

사회 고위층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2차 출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회장이 대기업 회장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이 문제의 동영상을 확보했다는 언론보도가 발단이 됐다. 하지만 경찰은 대기업 회장이 등장하는 동영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경찰은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로부터 대기업 인사에 대해 직접 성접대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대기업 회장은 대체 누구이며, 윤씨와는 어떤 관계를 맺어온 걸까.

대기업 회장도 연루 의혹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회장의 지도층 성접대 의혹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이 문제의 별장에서 대기업 회장이 성접대를 받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입수했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다.

해당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모대기업 회장 B씨가 윤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는 장면이 담긴 20분짜리 동영상을 확보했다. 동영상에는 B씨가 여성 두 명과 성관계하는 장면이 담겨있으며, 경찰은 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한다.

언론보도 이후 경찰은 일부 사실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기업 회장이 등장하는 20분짜리 동영상은 없다"며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경찰은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 두 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대기업 인사에 대해 직접 성접대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들은 거물급 인사가 누구인지 일관되게 특정하면서 신체 부위의 특징까지 소상하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와 대기업 회장 공생 의심

그렇다면 문제의 B씨는 대체 누굴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대기업 회장이 아니다. 과거 대기업 건설 관련 계열사에서 회장직을 맡긴 했지만 2000년대 중반 자리에서 물러난 뒤 지금까지 해당 회사의 고문을 맡고 있다.

윤씨와의 인연은 B씨가 회장을 역임하고 있을 당시인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각각 대기업 건설사 CEO와 중소건설사 대표로 만나 여러 사업을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관계는 B씨가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이어졌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윤씨와 B씨는 잦은 만남을 가졌다.

이 관계자는 "윤씨는 건설사의 회장 명함을 만든 뒤 건설 물량을 수주해 일부 금액을 인센티브로 받는 브로커로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로의 필요 때문에 윤씨가 B씨를 만나온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경찰은 윤씨와 B씨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데 따른 '대가성'여부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윤씨가 성접대 대가로 B씨로부터 각종 편의를 제공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실제 B씨는 윤씨를 모건설사 회장직(브로커)에 알선해주면서 수시로 챙겼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대기업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과거 중천산업개발과 일부 사업을 함께 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렇다고 성접대 당사자로 지목되는 건 지나치게 확대된 해석"이라고 해명했다.

경찰 수사 급물살 전망

경찰은 현재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일 윤씨를 소환해 14시간에 걸쳐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조사에서 경찰은 사업관련 불법행위를 집중 추궁했다. 경찰은 "윤 전 회장이 자신의 혐의 일부를 인정하고, 일부를 부인했다"며 "윤 전 회장에게 확인해야 할 부분 가운데 반 정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5일 뒤인 지난 14일 경찰은 윤씨를 재소환해 16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이날 조사에선 1차 소환 조사에서 윤씨가 부인한 혐의를 다시 확인하는 한편,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서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가 저축은행에서 200억원이 넘는 거액을 불법대출 받은 혐의와 각종 공사 인허가 비리 의혹에 대해 상당부분 수사가 진척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조만간 금융기관 관계자, 인ㆍ허가 담당공무원 등 사업관계자들을 소환해 최종 확인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찰은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로부터 B씨 외에 중견기업 회장, 공기업 전직 임원, 대학교수, 군(軍) 인사까지 성접대를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여성들이나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을 불러 대질신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성접대, 불법 대출, 횡령 등 모두 6개 부문으로 팀을 나눠 이번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다음주 중 윤씨를 재소환할 방침이다. 세 번째 소환 조사에서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 전체를 두루 재점검할 계획이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