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전문수리업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 논란 가중車 메이커, 사후안전 위해 직영 센터 운영 불가피제재 시작되면 수요 늘어도 전문센터 증설 힘들 듯수입차업체, 서비스센터 거점수 늘리고 고급화국내업체, 경쟁서 밀릴 수도

연합뉴스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가 자동차 전문수리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메이커들의 전문수리업까지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다른 서비스업과는 달리 자동차정비업종은 정비 실수가 그대로 교통사고로 이어져 생명까지 직결될 수 있는 데다 고객 정보 누설 위험 또한 적지 않은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더 많은 국민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동반위 자동차 전문수리업 손본다

14 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동반위는 자동차 정비업종을 종합수리업과 전문수리업으로 나눠 적합업종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전문수리업은 자동차 메이커 5사 및 주유, 보험, 타이어 관련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카포스)가 적합업종 선정을 신청한 상태이며 이르면 5월 내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되고 있는 자동차 전문수리업(부분정비업)은 판금, 도장, 엔진 및 트랜스미션의 분해 조립 이외의 정비를 할 수 있는 소규모 카센터다. 현재 자동차 메이커인 5개사 외에 SK네트웍스(스피드 메이트), GS엠비즈(오토 오아시스), 한국타이어(티스테이션), 금호타이어(타이어프로), 삼성화재(애니카랜드), 현대해상화재(하이카프라자) 등 주유ㆍ타이어ㆍ보험사들이 진출해 있는 상태다. 대기업들이 동네 카센터의 사업영역까지 잠식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동반위로서는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인 셈이다.

그러나 자동차 메이커가 운영하는 가맹점의 경우 여타 대기업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자동차 메이커의 경우 안전에 대한 중요성 때문에 법으로 사후 정비 서비스를 책임지도록 규정하고 있는 까닭에 저마다 직영 서비스센터 및 가맹점을 운영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 메이커 5개사의 전문수리업종 정비가맹점은 2,500여 개로 전체 3만여 개 중 8.3% 수준이다.

자동차 메이커 관계자는 "가맹점 또한 직영 서비스센터와 동일한 수준의 정비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기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특히 신차가 출시되는 즉시 실습교육 등을 통해 차량 기술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계자는 "자동차 전문수리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 자동차 메이커들은 제재 수위에 따라 더 이상 전문수리 카센터를 늘릴 수 없게 되고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객 정보 누설 위험성도

일각에서는 자동차 메이커 가맹점이 아니어도 보증수리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인정보관리의 누설 위험성에 대해 입을 모은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차량을 구매한 고객의 동의 하에 보증수리를 위해 고객 정보를 전문수리 가맹점들과 공유하고 있다. 고객이 언제 어떤 차종을 구입했는지 확인해야 정비업체가 보증기간 내에 무상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체적으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고객정보가 유출되거나 목적 이외에 이용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 가맹점 이외의 곳에서 보증수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객 정보가 모든 전문수리 카센터에 공개돼야 한다. 국내에 운영 중인 전문수리 카센터는 3만2,000여 개다. 가장 많은 가맹점을 보유한 현대차도 1,000여 개의 카센터와만 계약을 맺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숫자다.

자동차 메이커가 3만여 개의 카센터에 전산망을 구축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유된 고객 정보 관리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카센터 실수로 인해 고객의 정보가 유출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고객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자동차 전문수리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더라도 자동차 메이커들은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자동차업계에서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동차 전문수리업이 중소기업전문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수입차들과의 경쟁에서 국내 자동차 메이커가 역차별을 받게 되는 것도 주목된다. 지난해 수입차의 점유율이 처음으로 10%를 넘어서는 등 국내 자동차 시장은 자동차 메이커 5사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주요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각축장이 됐다. 수입차업체들은 고객 만족도 강화를 위해 서비스센터를 고급화하고 거점 수를 늘리고 있다.

반면, 동반위 결정대로라면 판매량이 더 많은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은 오히려 전문수리점을 늘릴 수 없어 체계적인 고객 서비스를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정비서비스에 대한 신뢰 저하는 결국 차량 구매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중소기업 보호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대기업의 진입 금지만으로는 영세 정비업체들의 경영 여건이 좋아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자는 "카센터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비실력을 키워 고객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