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한 김한길은 당 대표측근 전병헌은 원내대표김한길·박지원과 함께 민주당 이끄는 삼두마차로

정세균 고문
정세균(63) 민주당 상임고문은 지난해 연말 대선 패배 이후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정 고문은 문재인 대선후보 선거캠프에서 상임고문으로 실질적인 원 톱 역할을 했었다.

지난해 대선후보 당내 경선 때만 해도 친노(친 노무현)계와는 거리를 유지했던 정 고문이지만 문 후보 선거캠프에서 요직을 맡으며 자연스럽게 범주류로 편입됐다.

5월4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정 고문이 당대표 선거에 직접 도전할 것으로 보기도 했다. 그러나 줄곧 손사래를 치던 정 고문은 끝내 출마하지 않았다.

대신 정 고문은 자신이 측면에서 도왔던 김한길 후보의 당선을 이끎으로써 다시 한 번 막강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어 지난 15일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측근 중 한 명인 전병헌 3선 의원이 압승을 거두면서 정 고문의 위상은 또 한 번 제고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 고문은 명색이 당대표를 3번이나 지냈을 뿐 아니라 대선후보로까지 나섰던 인물 아니냐"며 "김한길 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함께 명실상부한 당의 삼두마차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이용섭 대패 후

지난 5ㆍ4 전대 당대표 선거는 비주류의 좌장 격인 김한길 4선 의원과 범주류 진영의 이용섭(62) 재선 의원 간의 1대1 승부로 치러졌다. 그 결과 총 득표율 61.72%를 얻은 김 의원이 38.28%에 그친 이 의원에게 대승을 거뒀다.

정 고문과 가까운 강기정(49) 3선 의원은 호기롭게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으나 단일화라는 명분하에 이 의원에게 도전권을 양보했다. 강 의원과 이 의원은 같은 광주 출신으로 두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엿보였다.

순리대로든, 우격다짐이든 어쨌든 단일화를 이뤘던 만큼 얼핏 보면 이 의원이 강 의원을 '대신할'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한 꺼풀 벗겨 보면 전혀 다르다.

우선 정 고문과 이 의원은 나이로 봐도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만일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됐다면 정 고문의 입지는 좁아질 개연성이 컸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기반이 호남인 만큼 DJ(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호남의 대표주자' 자리도 자연스럽게 이 의원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DJ 서거 후 호남에서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 박지원 전 원내대표, 천정배 전 의원 등이 '포스트 DJ'를 꿈꾸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 등 앞으로 재미있는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병헌 대승 후

전병헌 3선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거에서 경쟁자였던 우윤근 김동철 3선 의원을 가볍게 제치고 19대 국회 세 번째 원내사령탑에 선출됐다.

소속 의원 127명 중 이해찬 김기식 의원을 제외한 125명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열린 1차 투표에서 전 의원은 47표를 얻어 50표를 획득한 우 의원에게 한 뼘 뒤졌다.

전 의원은 그러나 1, 2위 간 결선투표에서는 68대 56으로 대역전승을 일궜다. 단순히 계산했을 때 1차 투표에서 김 의원에게 갔던 27표 중 21표가 전 의원에게 몰렸다고 할 수 있다.

전 의원의 대승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지난 20일 단행된 원내대표 비서실장 인선이다. 전 의원은 원내대표 비서실장에 박민수 초선 의원을 임명했다.

박 의원은 정세균(SK) 고문이 4선을 다졌던 지역구(무주ㆍ진안ㆍ장수ㆍ임실)를 물려받은 'SK맨'이다. 18대 국회 이후 여야를 통틀어 현역 의원이 원내대표 비서실장에 임명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박지원 박기춘 전 원내대표도 국민의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등을 지낸 김명진씨를 비서실장으로 기용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전 원내대표 측은 "80여석에 불과했던 18대 국회와 달리 19대 국회에선 127석을 확보하면서 정무적 판단과 원활한 원내 소통을 위해 현역의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5ㆍ4 전대와 원내대표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이라는 말이 있다. 지지했던 후보가 당대표에 당선된 데다 측근이 원내대표로 선출됐으니 그리 과한 말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길의 민주호, 친노 핵심 빼곤 모두 연대 대상

김대표 세 약해 지도부 정파 다양해… 민평련·486 행보 주목

최경호기자

김한길 민주당 대표에게는 계파랄 게 없다. 전당대회 전부터 김 대표 "저는 계파라는 이름의 모임에는 나간 적이 없다. 당대표가 되면 계파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다짐했다.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김 대표의 '세(勢)'가 약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5ㆍ4 전대와 지난 15일 원내대표 선거 그리고 후속 당직 인선의 가장 큰 특징은 친노 핵심만 아니면 김 대표 체제의 민주당에서는 누구나 연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선출직 최고위원 4명을 살펴보면 신경민 양승조 최고위원은 중립 성향인 편이고, 조경태 최고위원은 부산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3선 고지에 올랐을 만큼 자신만의 색깔이 강하다. 또 우원식 최고위원은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이 이끌었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중립 성향이면서도 과 가깝고, 원내 수석부대표로 낙점된 정성호 재선 의원은 김한길 대표와 친분이 두텁다. 또 노웅래 당대표 비서실장, 김관영 수석 대변인 역시 김 대표가 발탁했다.

친노 인사들 중에는 정책위의장에 발탁된 장병완 의원과 대변인에 임명된 배재정 의원이 눈에 띈다. 이들은 문재인 전 대선후보와 가까운, 이른바 친노 성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한길 대표의 세가 강하지 않기 때문에 당내 정파들 모두 연대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그동안 김 대표와 거리가 있었던 민평련, 486 등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