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정권 최종 타깃설에 삼성과 갈등 유탄…기업 길들이기용 추측도CJ, 과거 친이계와 유착설'수년 전부터 비자금 소문, 왜 이제야 수사하나'검찰 수사시기 조절 의혹

검찰이 21일 해외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서울 남대문로에 위치한 CJ그룹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검찰이 MB 임기 말 정치인 수사와 더불어 기업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수개월 전부터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검찰 주변에서는 정치권 핵심실세와 기업이 연루된 비리를 최우선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CJ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재계에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조사 가능성이 높은 여러 기업체와 핵심실세들의 기본 리스트를 뽑아 놓은 상태"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리스트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기업 중 하나가 바로 CJ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비자금 조성 등 CJ의 여러 비리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확보하고도 정치적 문제 때문에 계속 미루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결론적으로 이번 CJ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치적 배경이 상당히 작용했다는 것이 검찰주변을 비롯해 정치권 전반에 퍼져있는 시각이다.

예고된 수사 배경 주목

CJ경영연구소(오른쪽)와 마주보고 있는 이재현 회장 자택. 홍인기기자
검찰이 CJ그룹을 전격 압수수색하자 정ㆍ관ㆍ재계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동시에 4대강 수사와 관련된 기업이 아닌 단독형태의 'CJ그룹 비자금수사'가 추진된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CJ수사가 MB정권을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검찰이 CJ비자금 수사에 나선 배경과 관련해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은 다른 내막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CJ수사를 두고 여러 추측이 무성하다. 재계 일부에서는 "정치적으로 CJ가 밉보인 것 같다"거나 "삼성과의 관계 악화가 화를 키웠다"고 단정한다. 이런 말이 나오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CJ그룹은 MB정부 때 친이계 인사들과 커넥션이 있다는 의혹을 샀다. 이에 검찰은 오래 전부터 CJ를 타깃으로 내사를 벌여왔다.

또 이맹희-이건희 상속소송 등에서 보듯 CJ가 삼성그룹과 관계가 좋지 않다는 점을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요직에 앉은 인사들 중에는 CJ보다 삼성에 가까운 인사들이 더 많다고 한다. 심지어 현 정부에서 삼성그룹 재단에 속한 성균관대학교 출신인사들이 핵심요직에 오른 것조차 배경 아닌 배경으로 지목된다.

정치권 한편에서는 "박근혜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염두에 두고 사전에 대북지원에 필요한 기업을 길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CJ는 MB정부가 정상회담을 물밑에서 추진할 때 정권 핵심들 사이에서 대북지원에 필요한 기업으로 지목됐다. CJ의 식품제조유통 사업부문을 대북지원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MB의 정상회담 꿈이 좌절되면서 CJ의 대북지원 논의는 청와대 담장을 넘지 못했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검찰이 CJ를 대대적으로 수사하자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는 이 같은 추측에 대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CJ수사 고의 배제 의혹

검찰이 CJ수사에 속도내자 이를 석연치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CJ수사 시기를 계획적으로 끌어온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2008년 당시 CJ자금팀장 이모씨의 살인교사로 불거진 이 회장의 비자금사건에 대해 왜 지금까지 본격 수사를 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 일 수 밖에 없다. 검찰이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았을 당시 중앙수사부에서 수사를 착수할 수 있을 정도의 사건과 관련된 상당한 자료를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배제했다는 의혹이 이는 것은 그래서다.

당시 중앙수사부는 박연차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고 서울지방국세청과 조홍희 법인납세국장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국세청의 CJ비자금 조사기록까지 압수했다. 이를 통해 국세청에서 조사한 CJ 비자금 규모 등 전체규모를 검찰이 알고 있었다는 말이 검찰 소식통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말하자면 검찰이 수사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CJ측에서 1,700억원을 자진납부하고 국세청에서 검찰에 고발을 하지 않는 선처(?)를 베풀면서 수사는 유야무야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수사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 일부에서는 "백번 양보해 그 이후에도 줄곧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한화 김승연 회장이나 SK 최태원 회장 수사하듯 CJ의 이 회장을 수사했다면 비자금과 관련된 상당한 내용을 밝혀냈을 것"이라며 "하지만 검찰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오히려 검찰과 국세청이 CJ를 봐준 꼴이 됐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기업 비리 수사는 환영하면서도 표적수사 냄새에 대해서는 거부반응을 드러냈다.

야권의 한 인사는 "CJ의 비자금은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이 넘는다는 의혹이 있다"며 "하지만 그렇게 많은 비자금 조성 의혹이 수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는데, 왜 이제야 수사를 하는 것인지 배경이 의심스럽다. 이 회장이 1,700억원을 자진 납부했다고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친이계 비리도 드러날까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이 회장 뒤에 MB 세력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국세청은 2008년 CJ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였다. 이 때 CJ가 1,700억원이라는 거액의 상속세를 자진납부하자 국세청은 더 이상 재조사를 벌이지 않고 사건을 덮은 적 있다. 검찰이 과거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한상율 전 국세청장에게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된 또 다른 배경에는 고대 동기생인 MB와 친이계 핵심들이 역할을 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현재 여권의 이 모 국회의원이 상당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국세청은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하기 위해 재조사하는 것이 관례임에도 재조사를 벌이지도 않았다. 또 거액의 세금을 추징하면서 검찰에 고발조치도 생략했는데, 이 부분이 적지 않은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이에 천 회장이 한 전 청장을 통해 국세청 조세범칙심위위원회에 검찰고발을 하지 말도록 요청했다는 첩보 내용은 단순 루머로 치부하기는 힘들다.

석연치 않는 부분은 이 뿐만 아니라 CJ측에서 로비에 대한 대가로 페이퍼 컴퍼니나 다름없는 천 회장 소유의 세중 DMS를 37억원이라는 터무니없는 고가에 매입해 준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이 CJ를 조사하던 때에 CJ관련 첩보를 수집했던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이에 대해 "이 로비 의혹이 사실이라면 CJ측은 천신일에게 로비를 대가로 수십억원을 지불한 것이고 그 뒤에 친이계 핵심들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한편 오리온 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가 CJ에 대한 본격 수사로 이어지면서 'CJ그룹 재무팀장의 살인청부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CJ의 비자금 관련 이야기가 사정기관과 재계에 조용히 번진 탓이다.

CJ 측에서는 "삼성이 CJ를 음해할 목적으로 퍼뜨린 악성루머"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 소식통이 전하는 말을 종합해 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닌 듯하다.

검찰은 2009년 이미 무죄로 판결난 살인청부 사건의 주인공인 이모 전 CJ 재무팀장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 고등법원은 이 해 CJ의 재무2팀장이던 이모씨에 대해 살인예비와 배임, 횡령 등의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가 무죄로 풀려남에 따라 모든 것은 그대로 마무리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검찰은 재판에서 드러난 이씨의 역할을 바탕으로 CJ비자금에 대해 내사를 해 적지 않은 바탕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고등법원 재판 판결문에는 이씨가 CJ에 근무할 당시 어떤 일을 맡았는지 대략적으로 드러난다. 그의 직책은 CJ그룹 회장 비서실 재무2팀장으로 검찰은 이씨가 이 자리에서 '기타명의 주식관리 업무'를 담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이 판결문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씨의 주요 업무는 회사 임직원 명의의 차명증권계좌를 이용해 주식이나 채권을 매입·매도하는 방식으로 이재현 회장의 차명자금을 보관·관리하는 일을 맡았다. 또 이를 각종 금융상품에 투자하거나 주식 매매를 통해 차익을 얻는 방식 등으로 이 회장의 재테크도 책임졌다. 이 업무는 법정에서 '기타 명의 주식관리 업무'로 통했다.

검찰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와 증권을 통해 비자금을 관리하는 부서가 존재했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이씨가 수행한 그 밖의 드러나지 않은 업무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이씨는 이재현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는 업무 성격으로 인해 이재현 인감도장과 주민등록증 등을 보관했고, 자신이 제안하고 그룹 차원에서 사업타당성 검투 등을 거쳐 인천 옹진군의 섬인 굴업도에 복합 레저타운 건설 사업을 하기로 하고 토지매입과 사업추진을 위해 이재현 회장 등을 주주로 하여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인 씨앤아이레저산업(주)의 사업추진은 별도의 팀에서 관장했으나 법인 자체의 관리 업무는 재무2팀에서 관장하였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에 검찰이 CJ비자금 본격 수사에 앞서 내사를 통해 상당한 근거를 확보했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