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쟁사 소속으로 "결사 투쟁" 비공감노조측 의견 대폭 수렴한 사측 최종 합의안도 거부노조 신집행부 출범 불인정… 내부서도 반감 커져소속 B사의 비위는 방관… 이율배반 태도에 눈살

2007년 시작된 재능교육 노사 간 해묵은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으로 경쟁업체 직원 A씨가 지목되고 있다.
재능교육 노사 간 해묵은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학습지노조는 아직도 본사 앞에 진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흔히 사측이 가해자로, 노조 측이 피해자로 비춰지는 게 사회 통념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점이 적지 않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줬는데도 노조는 이를 거부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노조가 두 개로 갈라져 서로 갈등을 빚는가 하면, 투쟁 일변도여서 사실상 협상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재능교육은 현상황을 연출한 중심인물로 A씨를 꼽고 있다. 노조와 화해 무드가 조성 될 때마다 기자회견이나 시위 등으로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특히 B사 교사인 A씨가 자사의 문제는 외면한 채 재능교육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조 안팎에선 A씨가 B사로부터 사주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국내 최장기 기록 연일 경신

재능교육 노사갈등이 국내 최장기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시작은 2007년. 이후 노조는 천막농성이나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사측과 극렬이 대치하고 있다. 길고긴 분쟁은 오는 6월 2,000일을 넘기게 된다.

그동안 노조의 요구사항은 ▲단체협약 체결 ▲계약해지자 복직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위로금 지급 등이었다. 당초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적 근거가 없거나 사회통념상 인정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재능교육이 사태를 마냥 좌시하고 있던 건 아니다. 2011년부터 학습지노조 상급단체들과 물밑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했다. 그러던 지난해 5월 극적으로 1차 교섭이 이뤄졌다. 이후 8월16일까지 모두 13차례의 교섭을 진행했다. 그리고 12일 뒤인 28일 이뤄진 14차 교섭에서 사측은 최종안을 전달했다.

합의안에는 ▲계약해지자 11명 전원 복직 ▲복직 후 단체교섭 시작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및 처벌불원탄원서 제출 ▲해지교사 11명에게 생활안정지원금과 노사협력기금 1억5,000만원 지급 ▲조합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노조의 요구사항을 빠짐없이 들어준 것이다. 그러나 노조는 현재 회사의 최종안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개인적인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을 복귀자 명단에 포함시켜야 하고, 단체협약 체결 후 사업장으로 복귀하겠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A씨 투쟁방식 비공감

재능교육 노조는 현재 구집행부(3명)와 신집행부(7명) 두 개로 갈라져 있다. 재능교육은 A씨가 노사간 합의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주장한다.

재능교육에 따르면 A씨는 사측이 신집행부와 화해무드로 대화를 시도하려 할 때마다 기자회견을 하거나 재능교육 회장의 사택에서 시위를 벌여 판을 흔들었다고 한다. 노조 안팎에서 A씨가 사실상 협상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다보니 A씨는 학습지노조에서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새 집행부가 들어섰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A씨가 수억원대의 금액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노조 통장을 손에 쥐고 있어 현재 노-노 갈등이 빚어지는 양상이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ㆍ진보넷사이트 등에는 신·구집행부간 갈등을 볼 수 있는 게시물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A씨에게 동조하지 않는 건 노조 뿐만이 아니다. 재능교육 직원들도 그에 대한 불만이 많다. 자사 소속도 아닌 다른 회사 교사가 2009년부터 재능교육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회사가 망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하는 등의 무리수를 두고 있어서다.

재능교육의 한 직원은 "아무리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지만 타사 직원이 남의 일터를 망치는 건 기분이 좋지 않다"며 "일선의 교사들 사이에선 A씨가 재능교육 직원들의 목소리를 전혀 담아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시선도 곱지 않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A씨의 행보는 노동계의 치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며 "노조의 활동에 제동을 걸 수 있어 직접적으로 말을 못할 뿐이다"고 말했다.

노조 안팎서 타사 사주설도

그러다보니 학습지노조 안팎에선 그가 타사의 사주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다. 노-노 갈등 상황을 주도하고 협상을 방해하는 등 사태를 장기화 하려는 점 때문이다.

특히 A씨가 정작 자사의 문제에 대해선 눈감고 있다는 점도 이런 의혹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로 2011년 자사에서 방과후학교 컴퓨터교실 사업과 관련해 뇌물수수로 검찰수사를 받는 등 사회적 파장이 일었을 때 A씨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사가 추진하던 사업 미수금을 교사에게 강제 징수한 논란에 휩싸였을 때나, 직원들이 임금피크제로 임금 깎이고 보전금도 못 받을 때도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흑자를 내고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려 한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반면, 재능교육에는 이상하리만치 집착하고 있다. B사에서는 회원 지도에 탁월하고 관리도 잘 하는 모범교사인데, 유독 재능 시위현장에 나타나면 과격하고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게 재능교육 측의 설명이다.

A씨는 노-노 갈등이나 B사 사주설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불매운동 등으로 인한 재능교육 내부의 불만에 대해서는 "학습지업계에서 재능교육만이 회원수가 늘어 직원들의 불만이 생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